친러 여당이 승리한 조지아 총선 '부정시위' 논란에 수만명 시위
조지아 시민들 "선거 결과 취소될 때까지 계속 싸울 것"
'친러' 오르반 헝가리 총리, 조지아 두둔하다 시위대 야유 받아
- 김지완 기자
(서울=뉴스1) 김지완 기자 = 인구 380만 명이 사는 흑해 연안국 조지아에서 친러시아 성향의 여당 '조지아의 꿈'이 승리한 지난 26일(현지시간) 치러진 총선이 부정선거였다는 논란이 불거지면서 수도 트빌리시에서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AFP 통신에 따르면, 28일 트빌리시에서는 수만 명의 시민들이 조지아와 유럽연합(EU) 깃발을 흔들면서 평화로운 시위를 벌였다.
이날 시위에는 친서방 성향의 무소속 살로메 주라비슈빌리 대통령이 참석해 "여러분은 투표를 도둑맞았지만, 우리는 누구도 우리 미래를 훔쳐 가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라비슈빌리 대통령은 또 "나는 우리가 속한 유럽으로 향하는 여정에서 여러분과 끝까지 함께할 것"이라고 시위대를 격려했다.
야당 지도자인 조르지 바샤체는 야당이 '불법적' 의회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며 국제 선거관리단이 진행하는 새로운 총선 실시를 요구했다.
시위에 참여한 일반 시민들도 야당의 요구에 지지를 보냈다. 대학생인 이린 츄아셀리(19)는 총선 이후 처음에는 절망감을 느꼈지만, 곧 진실을 위해 싸우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가짜 (선거) 결과가 취소될 때까지 계속 싸울 것"이라고 결연한 의지를 드러냈다.
26일 총선에서는 조지아의 꿈이 53.92%를 득표하고 150석 중 89석을 차지했다. 이에 따라 조지아의 꿈은 집권당의 지위를 이어갈 수 있지만 헌법 개정에 필요한 의석수에는 미치지 못했다. 조지아의 꿈은 모든 주요 야당을 금지하는 헌법 개정을 추진해 왔다.
주라비슈빌리 대통령은 AFP 통신에 러시아의 '특수 작전'에 의한 선거 개입이 있었다며 선거 결과가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주라비슈빌리 대통령은 "같은 신분증으로 여러 번 투표하거나, 투표소 밖에서 돈을 나눠주거나, 전자 투표 기술을 사용한 (법) 위반 등이 있었다"며 구체적인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이와 같은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조지아의 주요 선거 감시단도 부정 선거가 복잡하고 광범위하게 이뤄졌다는 증거를 찾았다며 전체 투표 중 15%를 무효화할 것을 요구했다.
국제 사회도 조지아의 부정 선거 의혹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이번 선거에서 발생한 국제규범 위반을 규탄하고 선거법 위반 신고에 대한 전면적 조사 요구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유럽의회 또한 이번 선거는 조지아가 민주적으로 후퇴했다는 증거라며 '투표함 채우기'와 참관인에 대한 '물리적 폭행' 등이 있었다고 밝혔다. 독일과 프랑스도 선거 부정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모든 유럽 국가가 조지아 선거에 대해 우려를 제기한 것은 아니다. 유럽의 대표적인 친러 성향 지도자인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28일 트빌리시를 방문하고 X(옛 트위터)에서 "조지아는 보수적, 기독교, 친유럽 성향의 국가"라며 "조지아는 훈계 대신 유럽으로 향하는 여정에서 우리의 지원이 필요하다"라고 조지아 정부를 두둔했다. 이후 오르반 총리는 호텔에서 "집으로 돌아가라"는 시위대의 야유를 들어야 했다.
이에 조셉 보렐 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오르반의 방문이 EU의 입장을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한편 1991년 소련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조지아는 지속해서 러시아의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조지아는 2008년 러시아의 침공으로 남오세티야 지역의 지배권을 잃었다. 이후 조지아의 꿈은 2012년 이후 치러진 총선에서 계속 승리했고 2017년 의원내각제 개헌을 단행해 지금까지 집권해 오고 있다.
조지아의 꿈은 지난 5월 '외부 세력의 영향력'을 차단하기 위해 도입한 '외국인 대리법'이 통과시켰다. 이 법은 러시아 정부가 정치적 반대 세력을 탄압하기 위해 도입한 법과 비슷하다는 비판을 받았고 이에 반발한 조지아 국민들이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미국은 조지아 정부 관리들에 제재를 부과했고 EU는 조지아의 EU 가입 절차를 중단시켰다.
gw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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