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역대 최대' 브릭스로 건재함 과시…서방 제재 탈피 안간힘

16차 브릭스 정상회의에 36개국·6개 국제기구 참석
"서방 생각처럼 세계적으로 버림받은 국가 아니라는 점 과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2일(현지시간) 카잔에서 열린 브릭스 정상회담 중 회담장으로 가고 있다. 2024.10.23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우크라이나와 2년 넘게 전쟁 중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공 등 신흥 경제 5개국) 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들을 만나며 외연 확장에 나섰다. 서방의 제재 속에서도 러시아가 건재하다는 점을 과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22일(현지시간) 러시아 연방인 타타르스탄공화국 카잔에서 개막한 16차 브릭스 정상회의에는 36개국, 6개 국제기구가 참석했다. 이 중 22개국은 정상이 직접 카잔을 찾았다.

러시아, 브라질, 인도, 중국, 남아공 등 5개국으로 2009년 시작한 브릭스는 이란, 이집트, 에티오피아,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하며 빠르게 확장했다. 튀르키예, 말레이시아, 아제르바이잔 등도 회원국으로 신청한 상태다.

크렘린 외교 고문 유리 우샤코프는 "러시아가 개최한 지금까지 개최한 가장 큰 외교 정책 행사"라고 평가했다.

단연 돋보이는 건 푸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밀착이다. 푸틴 대통령은 시 주석과의 양자회담에서 그를 '친애하는 친구'로 표현하며 "국제 문제에서 러시아와 중국의 협력은 세계를 안정시키는 주요 요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정의로운 세계 질서를 수립하기 위해 계속 협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의 수석 연구원인 스튜어트 패트릭은 RFE/RL에 "푸틴은 브릭스가 남반구를 대표한다고 분명히 말했다. 중국도 그런 주장을 펼치고 있다"며 "러시아와 마찬가지로 중국도 브릭스가 서구 중심의 국제 질서, 특히 미국의 지배에 도전하는 수단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평가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2일(현지시간) 카잔에서 열린 브릭스 정상회담 환영식에 참석을 하고 있다. 2024.10.23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전문가들은 브릭스 정상회담이 서방과의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러시아의 세력을 과시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보고 있다.

알렉산더 가부예프 카네기 러시아 유라시아 센터 이사는 "이 모임을 통해 러시아가 서방의 지배를 종식시킬 새로운 집단을 이끄는 진정한 중요한 주자라는 사실을 국내외에서 입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 회동을 통해 러시아가 서방이 생각하는 것처럼 세계적인 버림받은 나라가 아니라는 자신의 주장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게 뉴욕타임스(NYT)의 평가다.

제임스 마틴 비확산 연구 센터의 하나 노트는 "러시아가 이 전쟁이 시작된 지 2년 반 만에 30개국 이상의 지도자와 대표 22명을 카잔에 모았다는 것은 푸틴이 국제적으로 고립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또 국제형사재판소(ICC) 체포 영장이 제한적인 효용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 우크라이나 전쟁이 새로운 표준이 됐으며 국제적 현실의 특징으로 받아들여졌다는 것을 드러낸다"고 말했다.

패트릭 연구원도 "푸틴에게 이 정상회담은 상징적"이라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도발 없는 침공 이후 러시아를 고립시키려는 서방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는 여전히 세계에 많은 친구가 있다는 것을 세계에 보여주려고 한다"고 전했다.

yeseu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