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도바 국민투표서 절반 이상 EU 가입 찬성…러 매표공작 의혹도
친EU 성향 현직 대통령 득표율 1위…50% 못넘겨 결선 투표행
러, 유권자 13만명 매수 의혹도…"사람들이 모스크바서 수천 유로 들고와"
- 김지완 기자
(서울=뉴스1) 김지완 기자 = 유럽의 우크라이나와 루마니아 사이에 위치한 몰도바에서 치러진 대선과 유럽연합(EU) 가입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에서 EU 가입 찬성률이 50%가 넘었다.
로이터통신, 영국 BBC 등에 따르면, 21일(현지시간) 오전 6시 기준 국민투표 개표율이 97.66%가 넘은 가운데, EU 가입 목표를 헌법에 명기하는 데 찬성한 비율이 50%를 넘겼다. 불과 몇시간 전 EU 가입에 반대하는 비율이 57%였는데, 개표 후반부에 EU 가입 찬성표가 몰리면서 역전된 것이다.
이 결과는 친(親)EU 성향인 마이아 산두 현직 대통령에게 유리한 결과다. 이날 동시에 치러진 대선에서 개표율이 97.7%가 되었을 즈음 산두 대통령의 득표율은 41.91%로, 26.32%를 득표한 경쟁자인 친러시아 성향의 사회주의당 소속 알렌산드르 스토야노글로 전 검찰총장을 앞서갔다. 다만 산두 대통령을 포함해 총 11명의 후보 중 50% 이상을 득표한 후보가 없는 만큼 다음달 3일 결선 투표가 치러질 예정이다.
이날 선거에서는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외부 세력에 의한 매표 의혹도 불거졌다. 산두 대통령은 20일 "일부 범죄 단체가 몰도바의 이익에 적대적인 외국 세력과 함께 30만 표를 매수하려고 했다는 분명한 증거가 있다"고 밝혔다.
매표 의혹을 "전례가 없는 규모의 부정"이라고 규정한 산두 대통령은 "그들의 목적은 민주적 절차를 망치고 그들의 의도는 사회에서 공포와 패닉을 퍼뜨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최종 결과를 기다리고 있고 결연한 결정을 내려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정선거 의혹은 2019년 러시아로 도피한 친러시아 성향의 정치인이자 재벌인 일란 쇼르가 최소 13만 명의 유권자가 선거에서 EU 가입 반대표를 던지고 선거에서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에 투표하도록 매수했다는 내용이다. 쇼르는 소셜 미디어에서 선거에서 특정한 방식으로 투표하는 몰도바인에게 돈을 주겠다고 제안하며 이런 행위는 자신이 번 돈을 정당하게 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몰도바 당국은 이에 공항에서 탐지견까지 동원해 모스크바에서 현금을 들고 입국하는 사람들을 수색하기도 했다. 몰도바 당국은 단 한 번도 몰도바를 떠난 적이 없는 사람들이 모스크바에서 수천 유로에 달하는 현금을 들고 오는 것을 수상히 여겨 그들이 들고 온 현금을 압수했고 하루에 압수한 현금이 150만 달러(약 21억 원)에 이른 적도 있었다.
몰도바 당국은 공항 수색으로 인해 현금 지불이 어려워지자, 국제 제재를 받는 PSB라는 러시아 은행을 통해 돈이 입금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10월 초 기준으로 몰도바 전체 유권자의 10%에 해당하는 13만 명의 유권자가 이 방식으로 돈을 받았다.
러시아가 몰도바 내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2월에는 산두 대통령이 러시아가 쿠데타를 일으켜 자신의 정부를 전복하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몰도바에서 독립을 선언한 친러 성향의 미승인 국가인 트란스니스트리아에는 평화유지군 명목의 러시아군 병력 1500명이 주둔중이다.
몰도바는 1991년 구소련에서 독립한 인구 250만 명의 국가로 유럽의 최빈국이기도 하다. 몰도바는 독립 이후 친러시아와 친서방 성향의 정권이 번갈아 집권해 오다 2020년부터 친서방 성향의 산두 대통령이 집권해 왔다.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이에 위협을 느낀 몰도바는 EU 가입을 신청했다.
gw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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