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옥사할 것"…'푸틴 정적' 나발니, 회고록 나온다

미국 출판사 '크노프트'서 10월 22일 출간…러시아어 계획도
'왜 러시아로 돌아왔나' "조국 포기하거나 배신하고 싶지 않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푸틴의 정적 알렉세이 나발니가 야당 정치인의 살해 5주기 기념식 및 헌법 개정 반대 집회에 참석했다. 2020.02.29. ⓒ 로이터=뉴스1 ⓒ News1 권진영 기자

"나는 여생을 감옥에서 보내고 이곳에서 죽을 것이다."

(서울=뉴스1) 조소영 기자 = 생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대 정적으로 불린 고(故) 알렉세이 나발니의 회고록 '패트리어트'(Patriot·애국자)가 오는 22일(현지시간) 미국 출판사 크노프트를 통해 출간된다. 출판사는 향후 러시아어 출간 계획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고록에는 나발니 자신이 감옥에서 사망할 것이라는 예측을 한 것을 비롯해 수감 생활 등이 담겼다. AFP 통신은 앞서 회고록을 입수해 공개한 미국 뉴요커지, 영국 런던 타임스 등을 인용해 12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나발니는 기부금 횡령과 법원 모독으로 징역 9년 등을 러시아 법원으로부터 선고받은 날인 2022년 3월 22일, 본인은 남은 생을 감옥에서 보내고 죽게 될 것이라고 글을 썼다.

그는 "작별 인사를 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며 "모든 기념일은 내가 없이 기념될 것이고 나는 절대 손자들을 볼 수 없을 것"이라고 적었다.

러시아 반정부 운동가로 푸틴에게 미운털이 박혔던 나발니는 2020년 정권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신경작용제 '노비촉'에 중독돼 죽을 뻔했으나 독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살아남았다. 그러나 그는 러시아로 다시 돌아와 2021년 1월 체포됐고 옥살이를 했다.

정권은 계속해서 그에게 여러 혐의를 씌웠다. 나발니는 지난해 12월 시베리아 최북단 교도소로 이감되더니 올해 2월 47세의 나이로 의문사했다.

나발니는 2022년 1월 17일에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유일한 것은 거짓말쟁이, 도둑, 위선자 무리에 의해 조국을 약탈당하는 것"이라고 적었다.

올해 1월 17일자 잡지에 실린 글에 따르면 나발니는 동료 수감자들과 교도관들이 '왜 굳이 러시아로 다시 돌아왔냐'고 질문한 데 대해 "나는 조국을 포기하거나 배신하고 싶지 않다. 자신의 신념에 의미가 있다면 이를 위해 맞서 싸우고 필요하다면 희생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했다.

책에는 수감 생활의 외로움과 함께 유머도 담겼다.

그는 감옥 생활에 대해 오전 6시에 기상해 6시 20분에 아침 식사를 하고 6시 40분에 업무를 시작한다면서 "무릎 높이보다 낮은 의자에 앉아 재봉틀 앞에 7시간 동안 앉아 있다"고 적었다.

이어 "일을 마친 후에는 푸틴의 초상화 아래 나무 벤치에 몇 시간 동안 앉아 있어야 하는데 이것을 '규율 활동'이라고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나발니는 "(정권이) 나를 암살한다면 내 가족은 (회고록 발간으로 인한) 선급금과 인세를 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화학무기를 사용한 암살 시도와 감옥에서의 비극적인 죽음으로도 책 판매가 되지 않는다면 어떤 것으로 판매가 될 수 있을지 상상하기 어렵다"고 농담했다. 그는 "마케팅 부서에서 이것 이상으로 더 무엇을 요구할 수 있겠느냐"고도 했다.

cho1175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