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폭로자' 어산지 "저널리즘에 대한 유죄 인정해 풀려났다"

국제인권협약체 유럽 평의회 법제인권위원회 출석

위키리크스의 창립자 줄리안 어산지가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열린 유럽의회 법제 및 인권위원회(PACE)에서 자신의 구금과 유죄 판결, 인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청문회에서 발언하는 모습이 스크린에 비춰지고 있다. 2024.10.1ⓒ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미국 정부의 기밀 문서를 입수해 폭로한 위키리크스 창업자 줄리언 어산지가 정의(justice)보다 자유(freedom)를 선택했다며 저널리즘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기 때문에 풀려났다고 밝혔다.

어산지는 1일(현지시간) 유럽 평의회의 법제 및 인권위원회에 출석해 연설을 통해 "결국 실현 불가능한 정의 대신 자유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어산지가 영국 교도소에서 출소한 이후 첫 공식 연설에서 내놓은 발언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흰 수염을 살짝 기른 어산지는 이날 은색 정장에 암적색 넥타이를 매고 나타나 아내 스텔라와 위키리크스의 편집자 크리스틴 흐라프손 사이에 앉아 종이에 적은 자신의 첫 발언을 읽어 내려갔다.

그는 자신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한 법적, 정치적 노력이 부족해 미국의 간첩혐의에 대한 유죄를 인정해야만 했다고 설명했다.

어산지는 "저널리즘에 대한 유죄를 인정하고, 취재원으로부터 정보를 구한 것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고, 취재원으로부터 정보를 얻은 것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고, 대중에게 알린 것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기 때문에 수년간의 투옥 끝에 오늘 자유의 몸이 되었다"고 말했다.

유럽평의회는 보고서를 통해 어산지를 정치범으로 규정하고 그가 비인도적 대우를 받았는지에 대한 조사를 실시할 것을 영국에 촉구했다. 어산지는 "고립은 큰 타격을 가했다"며 "오랜 수감 생활 후 건강과 정신을 회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산지는 지난 2010년 미국 육군 정보분석관 첼시 매닝을 통해 미 국무부의 외교 기밀문서와 이라크 및 아프가니스탄 전쟁 관련 보고서 등을 입수해 위키리크스를 통해 폭로했다. 특히 이라크 및 아프가니스탄 전쟁 보고서엔 미군이 저지른 살상 행위 등이 담겨 논란이 됐다.

이에 미국은 어산지의 폭로가 국가 안보를 위협했고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등에 주둔하고 있는 군인을 비롯한 많은 생명을 위험에 빠뜨렸다며 간첩법 위반 등 18가지 혐의로 그를 기소했다.

어산지는 도피생활을 하던중 2010년 스웨덴에서 성폭행 혐의로 체포됐다가 보석으로 석방됐고 2012년부터는 영국 에콰도르 대사관에서 7년간 도피 생활을 했다. 그러나 에콰도르가 우파 정권으로 교체되면서 2019년 대사관에서 축출됐고 영국 경찰에 체포돼 영국 벨마시 교도소에서 5년여간 수감생활을 했다.

미국은 어산지가 체포된 후 영국에 범죄인 인도를 요청했으나 어산지는 미국 법정에서는 보호받을 수 없다고 맞섰다. 그는 미국 법무부와 '유죄 인정 형량 감경 협상'(plea bargain)을 타결하면서 올해 6월 영국 교도소에서 풀려났다.

결국 어산지는 미국령인 사이판 법원에서 5년형을 선고 받았는데 영국 복역기간을 인정받아 바로 석방됐고 고국 호주땅을 밟았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