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튼 누르니 5분 내 사망'…美 여성, 스위스서 자살 캡슐 첫 사용

내무부, 불법으로 간주…사망 후 경찰 들이닥쳐 관련자들 체포

더 라스트리조트라는 안락사단체가 24일(현지시간) 공개한 조력자살 기계 사르코. 전날 스위스 샤프하우젠주 숲속 오두막에서 사용됐다. 2024.09.23.ⓒ AFP=뉴스1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캡슐에 들어가 버튼만 누르면 질소 가스가 나와 5분 내 사망하는 조력 자살 기계인 '사르코'(Sarco)를 이용해 지난 23일(현지시간) 64세 미국 여성이 처음 사망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하지만 해당 기계가 '현행법에 어긋난다'면서 사망 관련 제보를 받은 경찰이 현장에 출동, 관련자들을 체포해 사태가 복잡하게 흘러갔다.

지난 7월 자살 지원 사업체인 '더 라스트 리조트'는 조력자살 기계인 사르코를 선보였고 몇 달 내로 처음 사용될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스위스에서 사용하는 데 법적 문제가 없다고 했다. 라스트 리조트는 이름은 밝히지 않은 채 이번에 사망한 사람이 미 중서부 출신 64세 여성이라면서 그가 심각한 면역 저하와 관련된 여러 가지 심각한 문제로 수년간 고통받아 왔다고 설명했다.

이 여성의 조력 자살은 스위스 샤프하우젠주의 한 사유지 휴양림 오두막집에서 이뤄졌다. 라스트 리조트의 공동 회장인 플로리안 윌렛은 그 자리에 있던 유일한 사람이었으며, 성명서에 따르면 여성은 "평화롭고, 빠르고, 품위 있게" 사망했다.

하지만 이날 스위스 검찰청은 사람들이 자살을 도왔다는 통보를 받고 경찰과 법의학 응급 서비스와 함께 '범죄 현장'으로 갔다. 그리고 사르코를 확보하고 사망자를 부검을 위해 옮겼다. 검찰관은 "안에 숨진 사람이 있는 캡슐을 발견하고 관련자들을 서로 공모하거나 증거를 은폐하지 않기 위해 체포했다"고 밝혔다.

사르코가 사용된 날 스위스 내무부 장관은 이 기계가 합법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주 검찰청은 "자살 유도 및 자살 방조 혐의로 여러 사람을 상대로 형사 소송을 제기했고, 경찰에 구금했다"고 밝혔다.

사르코는 필립 니슈케 박사(76)가 발명한 것으로, 3D 프린팅 기술로 만든 캡슐이다. 네덜란드에서 12년간 연구 개발됐다. 니슈케 박사는 조력 자살 옹호자이며 '죽음 박사'로도 불린다.

향후 사르코 가격은 약 1만 5000유로(약 2227만 원)가 될 것으로 보이는데 재사용이 가능하다. 니슈케 박사는 성명에서 "사르코가 설계된 대로 정확히 작동해서 기쁘다"고 말했다.

이 캡슐은 2017년 처음 세상에 공개되었는데, 자살자는 보라색 캡슐에 들어간 후 뚜껑을 닫고, 자신이 누구인지, 어디에 있는지, 버튼을 누르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고 있는지와 같은 자동화된 질문을 받는다.

그리고 스스로 버튼을 누르면 질소가 나와 공기 중 산소량이 30초도 안 되어 21%에서 0.05%로 급락, 약 5분 이내에 의식을 잃고 사망한다. 사르코를 소유한 니슈케 박사의 엑시트인터내셔널은 기부금으로 운영되는 비영리 단체로, 사용자가 내는 유일한 비용은 질소가스값인 18 스위스 프랑(약 2만 8000원)이다.

스위스법은 일반적으로 본인이 스스로 버튼을 누르는 등 스스로 자살 행위를 저지르는 조력 자살을 허용한다.

하지만 지난 23일 의회에서 질문을 받은 내무부 장관 엘리자베트 바우메-슈나이더는 "사르코 자살 캡슐은 법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장관은 "첫째, 제품 안전법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므로 시장에 출시할 수 없다. 둘째, 질소의 해당 사용은 화학 물질법의 목적 조항과 양립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ky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