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전역서 11만명 "우파 총리 반대" 시위…"유권자 의사 무시"

내무부 "전국서 11만명·파리 약 2만6000명 집결" 발표
멜랑숑 대표 "민주주의는 패배 받아들이는 겸손함"

7일(현지시간) 프랑스 마르세유에서 미셸 바르니에 총리 임명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우리를 구하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있다. 2024.09.07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지윤 기자

(서울=뉴스1) 정지윤 기자 = 중도 우파 미셸 바르니에의 총리 지명에 항의하고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권력 장악"을 항의하는 시위 물결이 프랑스 전역에서 퍼져 거리를 가득 메웠다.

7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프랑스 내무부는 이날 서부 낭트, 남부 니스와 마르세유, 동부의 스트라스부르 등 전국 곳곳에서 약 11만명의 시위대가 거리로 나섰다고 집계했다. 파리에는 2만6000명이 모인 것으로 추산됐다.

주최 측은 프랑스 전역에서 약 30만명이 모였으며 파리에는 약 16만명이 집결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이날 파리에서 시위 중 5명이 구금됐다고 전했다.

우파 공화당(LR) 소속의 바르니에는 27세에 총선에서 당선된 뒤 외무부 장관, 농수산부 장관 등을 거쳤다. 지난 2016~2021년엔 이른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뜻하는 브렉시트를 두고 영국과의 협상을 주도하기도 했다.

바르니에는 전날 "좌파 인사"를 포함해 모든 정치적 성향의 장관을 임명할 의향이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지난 총선에서 과반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최대 정치 세력으로 부상한 좌파 연합인 신민중전선(NFP)은 마크롱 대통령의 바르니에 지명을 비난했다.

NFP는 경제학자인 루시 카스테트(37)가 총리가 되길 원했지만, 마크롱 대통령은 카스테트가 헝의회(과반의석을 차지하는 정당이 없는 의회)에서 신임 투표에서 살아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하며 이를 거부했다.

이날 시위에서 많은 시위 참가자는 마크롱 대통령에게 분노를 표출했고, 일부는 사임을 요구했다. 시위 참가자 마농 보니졸(21)은 "5공화국이 무너지고 있다"며 "마크롱이 집권하는 한 한 표 행사라는 것은 쓸모가 없다"고 말했다.

알렉산드라 제르멩(44)은 "대통령이 유권자들의 의사를 무시하고 강압적으로 행동했다"며 "시위가 쓸모없다는 걸 알고 있더라도 내가 반대한다는 것을 표현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대학생 에이블 쿠아이에(20)는 "바르니에 총리 임명에 큰 충격을 받았다"며 "난 아직 젊고 우리가 상황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고 전했다.

NFP의 한 축인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의 장뤼크 멜랑숑 대표는 이날 파리에서 열린 행진에 참석해 바르니에 총리에게 "긴 전투에 임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주의는 승리를 인정할 줄 아는 기술이자 패배를 받아들이는 겸손함"이라고 강조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그간 극우 세력인 국민연합(RN)과 LFI를 암묵적으로 제외한 연정 구성을 촉구해 온 바 있다.

멜랑숑 대표는 앞서 6일 총리 임명 직후 "대통령은 방금 자신이 요구했던 의회 선거 결과를 공식적으로 부인했다"며 "선거가 프랑스 국민에게서 도난당했다"고 말했다.

프랑스 여론조사 기관 엘라베가 6일 발표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프랑스 국민의 74%는 마크롱 대통령이 선거 결과를 무시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중 55%는 대통령이 선거 결과를 도난했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stopy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