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러 본토 진격 한달…동부전선 악화에 일각서 "전략적 실패"[딥포커스]
러, '병참 중심지' 포크로우스크 10㎞ 앞까지 접근
러에 병력 쏟아부은 우크라…'전략적 실패' 지적도
- 박재하 기자
(서울=뉴스1) 박재하 기자 =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동부의 보급 요충지 점령을 목전에 두면서 우크라이나군이 지난달 야심 차게 벌인 러시아 본토 쿠르스크 침공의 전략적 가치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이 쿠르스크 침공으로 동부전선에서 일부 러시아군 병력을 철수시키는 데 성공했지만 주력 부대는 여전히 빠르게 진격하고 있어 목표를 달성했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우크라이나는 쿠르스크를 평화 협상의 카드로 삼으며 한 달째 계속 점령 중이지만, 병력도 무기도 열세인 상황에서 이를 얼마나 유지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현지시간) 프랑스24와 알자지라 등 외신에 따르면 러 영국 국방부는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일일 업데이트에서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주 포크로우스크 10㎞ 이내까지 접근했다고 밝혔다.
포크로우스크는 우크라이나 동부의 주요 철로와 도로가 교차하는 곳으로, 우크라이나군의 병참 중심지로 사용되고 있는 전략적 요충지다.
러시아군은 지난달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 쿠르스크를 침공한 사이 오히려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공세를 강화하며 포크로우스크를 향해 거침없이 진격하고 있다.
러시아군은 이곳을 점령해 도네츠크주 전체를 점령하고 우크라이나군의 방어 능력을 떨어트릴 심산이다.
우크라이나군 역시 포크로우스크의 전황이 어렵다고 밝히며 고전하고 있음을 시인했다.
이런 가운데 한때 6만 명에 달했던 도시의 인구는 매일 수백 명이 피란을 떠나면서 절반까지 떨어졌고 포크로우스크는 '유령 도시'가 돼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가 포크로우스크에서 속수무책으로 밀리면서 지난달 실시한 러시아 본토 쿠르스크 침공이 그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지난달 6일 쿠르스크를 기습 공격하는 데 성공하면서 약 한 달 만에 1200㎢ 이상의 면적과 마을 100여 개를 점령하는 성과를 올렸다.
하지만 우크라이나군은 이 과정에서 안 그래도 제한적인 병력과 서방에서 지원받은 전차와 장갑차 등 기동력이 뛰어난 자원을 투입해야만 했다.
허를 찔린 러시아군 역시 쿠르스크 방어를 위해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일부 병력을 철수하기는 했지만, 주력 부대는 남아 공격을 강화하고 있어 큰 효과가 있었다고 보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독일 싱크탱크 유럽외교협의회(ECFR)의 안보 전문가 구스타브 그레셀은 프랑스24에 우크라이나군이 쿠르스크를 급습하면서 "기동성이 가장 뛰어난 예비전력"을 사용했다며 "이들은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신속히 후퇴하고 재편성하는 능력이 필요한 방어 작전에 투입되는 것이 더 적합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베로나국제보안연구팀(ITSS)의 러시아 전문가 윌 킹스턴 콕스도 "쿠르스크 침공은 전략적으로 잘못된 것으로 보인다"라며 "이 작전은 돈바스에서 (우크라이나 동부 루한스크·도네츠크 일대) 미칠 영향에 대해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평가된 상징적인 승리일 뿐이다"라고 평가했다.
독일 브레멘 대학의 니콜라이 미트로킨 연구원은 알자지라에 "앞으로 2주 안에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서 새로운 전선을 열지 않거나 모든 예비군을 어딘가에서 배치하지 않으면 자포리자에 일대 모든 전선에서 밀려날 가능성이 매우 크다"라고 전했다.
실제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그들은 돈바스 지역에서 우리의 공격을 막는 데 기대를 걸었다"라면서도 "그들은 이를 달성하지 못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쿠르스크의 전략적 중요성이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다는 지적도 나온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쿠르스크 점령이 전쟁을 끝내기 위한 '승전 계획'의 핵심이라고 주장했지만, 러시아의 입장에서는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스테판 월트 하버드대 국제관계학 교수는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 기고문에 "우크라이나는 현재 러시아 국토 면적의 0.0064%만 장악했지만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약 20%를 장악하고 있다"라며 "우크라이나가 최근 점령한 영토를 유지할 수 있다고 해도 협상 카드로는 큰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콕스도 "러시아가 돈바스에 공격을 집중하면서 쿠르스크를 위해 많은 것을 양보할 의사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라며 "도네츠크 지역이 러시아의 주요 목표이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는 쿠르스크 침공에 대한 보복으로 우크라이나 전역에 공습을 강화하고 있다.
이날 러시아군의 공습으로 우크라이나 서부 르비우에서는 7명이 사망하고 64명이 다쳤으며, 전날에는 우크라이나 동부 폴타바의 군 교육 시설이 공격당해 53명이 숨지고 271명이 다쳤다.
한편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서방에 재차 방공무기 지원을 호소하며 러시아 본토 깊숙한 곳을 타격할 수 있도록 장거리 무기 사용 제한을 해제해달라고 호소했다.
jaeha67@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