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법자 무대 된 텔레그램 창업자 체포…"범죄 방치" vs "자유 억압"

아동 성착취물·마약밀매 온상…비난 폭주
활용도 큰 러시아 정치 엘리트 큰 반발

세계적 SNS 텔레그램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인 파벨 두로프. ⓒ 로이터=뉴스1 ⓒ News1 박형기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온라인 메신저 애플리케이션 '텔레그램'의 창업자 파벨 두로프가 24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체포된 사건을 둘러싸고 표현의 자유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워싱턴포스트(WP)는 26일자 기사에서 두로프의 체포로 소셜미디어 플랫폼의 책임 범위에 대한 논쟁을 촉발했다고 전했다.

9억5000만 명의 사용자를 거느린 텔레그램은 사용자들의 익명성을 철저히 보장하는 플랫폼이다. 그 결과 전 세계적으로 아동 성범죄와 마약 밀매, 테러 조장 등 여러 범법 행위의 무대가 됐다. 특히 한국에서는 N번방 사건 등으로 대표되는 성착취물 제작·유포 범죄에 악용됐다.

프랑스 검찰은 두로프를 아동 성착취물과 약물 배포, 자금 세탁, 조직범죄 방조 등의 혐의로 구금했다고 밝혔다.

WP는 텔레그램이 국가의 법 집행 기관의 수사에 협조하지 않는 점 또한 두로프가 비난받는 요소라고 짚었다.

페이스북에서 대테러 정책을 담당했던 브라이언 피시먼은 이 문제가 단순히 '검열 부족'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는 "텔레그램은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의 소통 수단이었으며 아동 성착취물 유포를 용인했고 합리적인 법 집행을 무시했다"며 "가벼운 접근방식을 취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페이스북의 정보보안 책임자였던 알렉스 스테이모스는 WP에 "텔레그램은 아동 성착취물을 거래하고 판매하는 생태계의 핵심 요소"라며 "사용자들이 암호화되지 않은 개인 채널에서 아동성착취물을 공유하는 유일한 플랫폼"이라고 짚었다.

텔레그램 로고 일러스트레이션. (자료사진)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윤영 기자

반면 플랫폼의 수장을 체포한 건 표현의 자유에 대한 억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주의 기술 센터의 언론 자유 변호사인 케이트 루안은 "어린이에게 해를 끼치는 불쾌한 콘텐츠를 통제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플랫폼 임원을 체포하는 건 정부에 언론을 억압할 너무 많은 권한을 주는 위험한 길로 이끌 수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러시아 정치 엘리트들이 두로프의 체포에 크게 반발했다고 WP는 전했다. 러시아는 두로프의 고향이자 텔레그램이 처음 둥지를 틀었던 곳이며, 러시아 정부는 텔레그램을 통해 전쟁의 당위성을 선전했으며 첩보원을 모집하고 군에 지시를 내린다.

러시아 국영매체 RT의 편집장인 친크렘린 선전가 마르가리타 시모냔은 텔레그램에서 "러시아 관리들과 민감한 메시지를 주고받은 사람들로부터 정보를 빼내기 위해 (프랑스가) 두로프를 구금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러시아 매체 네자비시마야 가제타는 두로프의 체포가 러시아에 타격이 될 위험이 있다고 전했다.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를 소유한 일론 머스크 또한 두로프에 대한 체포를 표현의 자유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했다. 머스크는 "나중엔 밈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처벌당할 수 있다"고 비꼬기도 했다.

동영상 플랫폼 럼블의 크리스 파블로스프키 최고경영자(CEO)는 "검열을 안 했다는 이유로 두로프에게 조치를 취한 건 레드라인을 넘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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