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교 파괴 우크라 '美무기 사용' 시인…러는 동부전선 추가 점령(종합)

쿠르스크 세임강 교량 이어 부교도 공격…우크라 특수부대 "하이마스 썼다"
러 외무부 "서방이 본토 공격 도와" 반발…밤새 모스크바·키이우 드론 공습

우크라이나 특수부대가 무인기(드론)로 촬영해 21일(현지시간) 배포한 영상으로, 이날 러시아 쿠르스크주(州) 글루시코보 마을의 세임강 부교를 미국산 다연장로켓 '하이마스(HIMARS)'로 공격하는 장면이 담겼다. 글루시코보의 세임강 교량은 지난 16일 우크라이나군에 의해 파괴됐다. 2024.08.21.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권영미 기자 = 러시아 서남부 쿠르스크주(州)를 상대로 3주째 '역침공' 작전을 수행 중인 우크라이나가 주내 교량에 이어 가설 부교까지 추가로 파괴한 뒤 미국산 무기를 사용했다고 시인했다. 러시아는 이를 빌미로 서방이 자국 영토를 침략했다고 강력 반발했지만,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州) 마을을 추가로 점령하며 자신들의 침공은 멈추지 않았다. 양국은 밤새 상대국 수도를 향한 사상 최대 규모의 무인기(드론) 공습도 주고받았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특수부대는 21일(현지시간) 텔레그램에 게재한 성명을 통해 이날 쿠르스크에서 러시아군의 부교를 파괴했으며 이 과정에서 미국이 지원한 다연장로켓 '하이마스(HIMARS)'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지난 6일부로 쿠르스크에 진격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 공격에 미국산 무기를 썼다고 인정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로이터는 특수부대가 올린 영상을 토대로 쿠르스크 세임강에 러시아군이 설치한 부교 2곳을 우크라이나군이 파괴한 것으로 추정했다. 러시아군은 지난 16일부터 19일까지 우크라이나군이 세임강 교량 총 3곳을 하이마스를 이용해 파괴했다고 주장했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러시아군 공병대가 교량 인근에 부교를 가설했는데, 이마저도 우크라이나군이 무용지물로 만든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국립전략연구소의 미콜라 비엘리에스코프 연구원은 이날 국영방송에 출연해 교량·부교 파괴는 러시아 반격에 대비해 방어선을 구축하는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쿠르스크 진격전이 자신들과 무관하다는 서방의 주장이 거짓으로 드러났다며 여론전을 펼쳤다. 국영 타스 통신에 따르면 마리야 자하로바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미국·영국 및 기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국가들, 무엇보다 이 앵글로·색슨 듀오(영미)는 우크라이나 정권에 영감을 주고 물질적 지원을 제공했다. 이들은 우크라이나 정권이 러시아 내부를 겨냥하는 것을 돕고 있다"며 "이 모든 것을 지원하지 않았다는 서방의 주장은 거짓말"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도 러시아는 이날 도네츠크에서 젤란네(Zhelanne) 마을을 추가로 점령해 우크라이나군이 동부전선 병참기지로 쓰고 있는 도네츠크 주요 도시 포크로우스크와의 거리를 좁혔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일일 브리핑에서 자국군이 전날 손에 넣었던 니우요크(러시아명 노브고로드스코예)에서 서쪽으로 약 30㎞ 진격해 젤란느를 추가로 장악했다고 밝혔다. 이곳에서 포크로우스크까지 남은 거리는 20㎞에 불과하다. 지난 19일 포크로우스크시(市) 군정은 도심에 남아있는 5만여명의 주민을 대상으로 피란을 권고하기도 했다.

러시아는 또한 체첸 특수부대의 도움을 받아 쿠르스크에서 우크라이나군의 추가 진격을 성공적으로 막아내는 중이라고 주장했다. 러시아 체첸 자치공화국 특수부대 '아흐마트'의 사령관 압티 알라우디노프 소장은 이날 국영방송 '로시야'에 출연해 "우리는 그들을 저지하고 밀어내기 시작했다"며 우크라이나의 지상 공세가 중단됐다고 반복해서 강조했다. 전날 우크라이나군은 진격전 이후 지난 보름간 쿠르스크 일대 93개 마을을 점령해 총 1263㎢를 장악했다고 밝혔는데, 이를 일축한 것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도 전날 체첸공화국 구데르메스에 있는 특수부대 훈련소를 찾아 훈련병들을 격려했다.

간밤에 모스크바·키이우에는 드론 수십 대가 출몰했다. 이날 러시아 국방부는 모스크바 상공에 나타난 드론 11대를 포함해 전국에서 모두 45대의 드론을 밤새 방공망으로 격추했다고 밝혔다. 세르게이 소뱌닌 모스크바 시장은 "이번 공격은 모스크바에 대한 사상 최대 규모의 드론 공격 시도 중 하나"라면서도 이로 인한 사상자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군이 지난 3월부로 러시아 서부 라잔·로스토프주(州)에 드론을 띄워 정유시설을 파괴하긴 했지만, 수도를 겨냥해 이처럼 드론을 무더기로 날린 건 개전 이래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미콜라 올레시추크 우크라이나 공군 사령관은 밤새 드론과 미사일 72대가 전국에서 탐지돼 드론 50대와 유도 미사일 1대를 격추했다고 밝혔다. 이중 상당수는 수도 키이우를 겨냥한 것으로 키이우 군 당국은 이날 아침까지 9시간 넘게 공습 경보를 발령해야 했다. 키이우 군 당국에 따르면 이날 추락한 드론·미사일이 땅에 떨어지면서 주택 1채가 파손되고 전신주가 끊어지는 시설 피해가 발생했다.

우크라이나 키이우 도시 상공에서 지난 5일(현지시간) 러시아의 무인기(드론) 공격으로 인한 폭발이 목격된 모습. 2024.08.05. ⓒ 로이터=뉴스1 ⓒ News1 신은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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