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쿠르스크 교량 세번째 파괴 시인…우크라 "목표 달성중" 자신감

18일 카리시 마을 세임강 교량 손상돼…사흘 연속 하이마스로 정밀 공격한듯
점령지·포로 맞교환하려 '역침공' 계속…도네츠크선 잘리즈네 마을 함락당해

러시아 서남부 쿠르스크주(州)에서 우크라이나군이 2주 넘게 진격 작전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17일(현지시간) 쿠르스크주 글루시코 마을 세임강 교량이 파괴된 모습이 위성 사진에 포착됐다. 2024.08.17.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러시아 서남부 쿠르스크주(州)를 상대로 한 우크라이나군의 '역침공'이 3주차를 맞는 19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주내 교량이 적군에 의해 세 번째로 파괴됐다고 시인했다. 우크라이나는 당초 계획했던 목표를 달성하는 중이라며 자신감을 한껏 드러냈다. 다만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州)의 마을을 추가로 점령했다고 밝혀 이번 역침공이 전체 전장 판도를 어떻게 바꿀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연방수사위원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전날 쿠르스크주 카리시 마을의 주거용 건물과 기반 시설을 상대로 우크라이나군이 포격과 로켓 공격을 벌여 세임 강을 가르는 다리가 손상됐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군이 세임강 다리를 파괴한 건 러시아 추산 이번이 세 번째로, 앞서 러시아는 지난 16일과 17일 미국산 다연장로켓 '하이마스(HIMARS)'에 의해 각각 글루시코보 마을과 즈바노 마을의 세임강 교량이 파괴됐다고 발표했다. 모두 사흘 연속 벌어진 일이다.

우크라이나군은 글루시코보·즈바노 마을의 세임강 교량에 대해선 러시아군의 보급로를 차단하기 위해 파괴 작전을 수행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그러나 카라시 마을 세임강 교량에 대해선 아직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 대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쿠르스크 작전 전반에 대해 이날 텔레그램을 통해 "우리는 목표를 달성하고 있다"면서 "오늘 아침 조국을 위한 '교환 기금'을 또다시 보충했다"고 밝혔다.

교환 기금이란 향후 종전협상(평화회담)이 열릴 경우 양국의 점령지·포로를 맞교환하기 위한 것으로 우크라이나군이 쿠르스크에서 확보한 점령지와 생포한 러시아군 포로를 일컫는다. 이날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도 성명을 내고 "쿠르스크 지역에서 새로운 성과를 거두고 기금을 보충했다"고 밝혔다. 올렉산드르 파블리크 우크라이나 지상군 사령관은 텔레그램을 통해 전쟁 포로를 추가로 생포했다면서 러시아 장병으로 추정되는 10여명이 양손을 들고 도로를 따라 걷는 영상을 게재했다.

지난 6일 우크라이나 동북부 수미주(州)에서 처음으로 국경을 넘은 우크라이나군은 지난 15일부로 국경으로부터 35㎞ 이상 진격해 쿠르스크 일대 82개 마을을 점령, 약 1150㎢를 장악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서울 면적(605㎢)의 1.65배에 이르는 크기다. 러시아군은 쿠르스크에 징집병을 투입해 우크라이나군의 추가 진격을 막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으나, 이들의 훈련 상태가 우크라이나 본토에 파병된 정규군보다 미흡한 데다 서방이 지원한 우크라이나군의 전차와 무기가 활약하면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날 저녁 영상 연설에서 이번 쿠르스크주 역침공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억제하기 위한 '최대한의 반격 조치' 중 일부라고 항변했다. 지난 1년간 교착 상태에 빠졌던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하르키우주(州) 전선이 각각 올해 2월과 5월 들어 밀리기 시작한 만큼, 전문가들은 쿠르스크를 급습당한 러시아군이 동부 전선 내 병력 일부를 재배치하는 시나리오를 우크라이나 측이 기대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재배치 효과가 실제로 나타났는지는 미지수다. 이날 러시아 국방부는 도네츠크 잘리즈네 마을을 추가로 점령했으며, 인접 마을인 토레츠크를 향한 공세도 한층 힘을 얻고 있다고 밝혔다. 잘리즈네·토레츠크에서 도네츠크 도시 포크로우스크까지 거리는 50㎞ 정도에 불과하다. 포크로우스크는 우크라이나군이 도네츠크 전선에서 주요 병참 기지로 활용하고 있는 데다, 민간인 5만여명이 이곳에 남아 있어 함락될 경우 피해가 막심하다. 이날 포크로우스크 시 군정 책임자인 세르게이 도브리악은 지역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군의 진격 속도를 고려할 때 (함락까지) 1~2주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며 민간인 대피를 권고했다.

1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미 지역에서 우크라이나 군용 차량이 눈을 가린 러시아 군복 차림의 남성들을 태우고 어디론가 이동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6일 국경을 넘어 러시아 서남부의 쿠르스크주를 공격해 최대 30km까지 돌파했다. 러시아가 외국의 공격에 자국 영토를 빼앗긴 것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이다. 우크라이나군의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총사령관은 12일 러시아 영토 1000㎢를 점령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2024.08.13 ⓒ AFP=뉴스1 ⓒ News1 김지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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