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러-우 휴전협정 이뤄질 뻔 했다…러 본토 공격 때문에 결렬"
카타르, 2개월 동안 협정 중재…세부사항 조율만 남아
- 김예슬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에너지 및 전력 인프라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는 것을 골자로 한 협정 체결을 목전에 두고 있었으나 최종 타결에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공격이 협상의 걸림돌로 작용한 것으로 파악된다.
17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여러 소식통을 인용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이번 달 카타르 도하에 대표단을 파견해 양측의 에너지 및 전력 인프라에 대한 공습을 중단하는 획기적인 협정을 협상할 예정이었다"며 "하지만 지난주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 기습적으로 침입하며 계획은 어긋났다"고 보도했다.
카타르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사이에서 2개월 동안 이 협정을 중재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양측은 큰 틀에서 합의점을 마련했으며 세부 사항 조율만 남겨두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WP는 이 협정이 체결됐다면 부분적 휴전과 같으며 두 나라 모두에게 휴식을 제공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러시아는 순항 미사일과 드론 공격으로 우크라이나 전력망과 발전소를 폭격해 우크라이나에 전국적인 정전을 야기했다. 우크라이나 역시 장거리 드론으로 러시아 석유 시설을 공격해 정유소와 창고 등에 화재를 일으켰다.
협상에 참여한 일부 관계자들은 이번 협정이 전쟁을 끝내기 위한 보다 포괄적인 합의로 이어질 수 있기를 바랐다고 입을 모았다.
2년 반 동안 전쟁 중인 양국 대표단이 회담 테이블에 앉은 건 손에 꼽는다. 전쟁 초기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몇 차례 회담했고, 이후 튀르키예의 중재로 흑해 곡물 협정을 맺은 게 전부다.
회담에 대해 브리핑받은 외교관은 우크라이나가 서부 러시아를 침공한 후 러시아 관리들이 카타르 관리들과의 회동을 연기했다고 말했다. 러시아 측에서는 회담 '취소'가 아니라 '연기'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이 외교관은 전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쿠르스크 이후 러시아는 망설였다"고 말했고, 러시아 고위 외교관과 가까운 러시아 학자도 "러시아 지도부는 보통 압박받으면 타협하지 않는다"며 쿠르스크 진격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심기를 거슬렀다고 봤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6일 러시아 본토로 진격한 후 2주간 러시아군과 전투를 벌이고 있다. 우크라이나 측에서는 서울 면적 약 1.6배에 해당하는 약 1000㎢의 러시아 영토를 장악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완충지대를 조성하기 위해 러시아 본토 진격을 추진했다는 입장이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회담 연기 통보에도 도하에 대표단을 파견하려 했으나, 카타르 측에서 이를 만류했다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이 상황에 대한 논평 요청에 "도하 정상회담이 '중동 상황'으로 인해 연기됐으나, 22일 화상 회의 형식으로 개최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는 논의된 내용을 이행하기 위해 파트너들과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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