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유럽 가스관 폭파범 알고보니 우크라?…재정 타격 목적

젤렌스키 승인했으나 美 경고에 중단 지시…우크라 총사령관 강행
우크라-독일 관계 흔들리나…러 외교관 "동화에나 어울리는 이야기"

독일 내 액화천연가스(LNG)가 공급되는 가스관. ⓒ AFP=뉴스1 ⓒ News1 이유진 기자

(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지난 2022년 9월 러시아가 유럽으로 천연가스를 공급하던 가스관인 '노드스트림' 파손 사고가 우크라이나의 소행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충격을 주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후 러시아에 재정적 타격을 주려는 목적에서 진행된 해당 작전은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이어졌다. 특히 독일은 여전히 금전적으로 피해를 보고 있어 향후 우크라이나와의 관계에도 영향이 미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독일 경찰은 2년간의 조사를 통해 작전에 투입된 이들의 이메일, 휴대전화, 위성통신을 확보했고 작전에 사용된 요트 '안드로메다호'에선 지문과 DNA 샘플, 폭발물의 흔적도 발견했다.

수사에 정통한 소식통은 작전엔 총 6명이 투입됐으며 한 명은 전쟁에 참전했던 현역 군인이었고, 네 명은 심해 잠수사였으며 나머지 한 명은 30대 여성 민간인이었다고 전했다. 이 여성은 작전 팀이 휴가 중인 친구들로 위장하기 좋게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작전엔 30만 달러의 비용이 사용됐다.

이들은 타이머로 작동되는 HMX 폭탄을 이용해 260피트 이상 아래에 있는 700마일 길이의 가스관을 구성하는 4개의 도관 중 3개를 파괴했다. 이에 따라 당시 덴마크 보른홀름섬 인근에선 수중 지진과 화산 폭발을 나타내는 신호가 포착됐다. 당시 폭발로 방출된 천연가스는 사상 최대 규모로 덴마크의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맞먹을 정도였다.

가스관 파손으로 독일은 현재까지 액화천연가스(LNG)용 부유식 터미널을 임대하는 비용으로 하루에 100만 달러를 지불하고 있으며 그마저도 노드스트림을 통해 공급되던 천연가스를 완전히 대체하지는 못하고 있다.

독일 경찰은 지난 6월 작전에 투입된 우크라이나 전문 다이빙 강사에 대한 체포 영장을 발부했다. 그러나 그는 폴란드에 거주하다 우크라이나로 돌아가면서 체포되지 않았다.

WSJ에 따르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당초 해당 작전을 승인했으나 이후 중단을 지시했다. 작전을 알게 된 네덜란드 군정보보안국(MVID)이 미국 중앙정보국(CIA)에 전달했고 CIA가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중단할 것을 경고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발레리 잘루즈니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이 명령을 무시하고 작전을 밀어붙였다. 작전에 정통한 이들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잘루즈니 총사령관을 질책했으나 잘루즈니 총사령관은 작전 팀이 파견된 후 연락이 두절되어 중단할 수 없었고 연락을 취할 경우 오히려 작전을 위태롭게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잘루즈니 총사령관은 올해 초 자리에서 물러난 뒤 영국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로 임명됐다.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의 한 고위 관계자도 우크라이나 정부는 (가스관) 파괴 행위와 관련이 없으며, 특히 젤렌스키는 제3국에서 그러한 행동의 실행을 승인하거나 관련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WSJ은 이번 수사 결과에 대해 우크라이나에 막대한 재정 및 군사 장비를 제공해 온 독일과 우크라이나 간의 관계를 뒤흔들 수 있다고 평가했다.

수사에 정통한 독일 고위 관계자는 "이 정도 규모의 공격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집단 방어 조항을 발동하기에 충분한 이유가 될 수 있다. 우리가 막대한 무기와 수십억 달러를 지원하는 나라가 우리의 핵심 인프라를 폭파했다"고 분개했다.

반면 러시아 고위 외교관은 우크라이나 소행이라는 독일 경찰의 수사 결과를 믿지 않았다. 고위 외교관은 "그림 형제의 동화에나 어울리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미국이 공격의 배후에 있다고 주장했다.

yellowapoll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