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7일째 '러 진격' 성과…병력 열세라 지속엔 의문
서울 면적 1.65배 쿠르스크서 장악…동부 전선 숨돌릴 시간 벌려는 복안
실제 철수한 러군 병력은 거의 없어…'본토 침공 자제' 美 지침도 변수
- 김성식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우크라이나가 국경과 맞닿은 러시아 서남부 쿠르스크주(州)에 진격한 지 7일째에 서울 면적보다 넓은 점령지를 차지하는 깜짝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그러나 병력 열세로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에서 고전했던 터라 러시아 본토 진격전을 계속 전개할 수 있을지엔 의문이 뒤따른다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12일(현지시간) 군사 전문가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영국 싱크탱크 전략국제연구소(IISS) 소속 선임 연구원이었던 프란츠 슈테판 가디는 이날 WP와의 인터뷰에서 "쿠르스크 작전엔 상당한 보병 인력이 필요하다"며 동부 전선 방어 병력도 부족한 우크라이나군이 과연 쿠르스크에 추가 병력을 얼마나 동원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어 동부 전선에서 러시아군이 비록 느리기는 하지만 수적 열세에 빠진 우크라이나군을 상대로 여전히 전선을 밀어내고 있다는 점이 이번 작전의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러시아가 예비군 병력을 얼마나 신속하게 쿠르스크에 배치하고, 이에 맞서 우크라이나가 추가 병력과 무기를 어느 정도로 동원할 수 있느냐에 따라 진격전 지속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전망했다. 러시아 병역법상 예비군은 외국에 파병할 수 없지만, 자국 내 배치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러시아 본토 진격을 통해 동부 전선에서 적군 병력 일부를 철수시켜 숨돌릴 시간을 버는 게 우크라이나군의 복안이었다. 실제로 러시아군이지난해 5월 우크라이나 남동부 도네츠크주 바흐무트를 점령한 것을 마지막으로 1년 가까이 교착 상태에 빠졌던 전선은 지난 2월 러시아군이 도네츠크주 아우디우카 마을을 수복하고, 5월부터는 동북부 하르키우주와 수미주에서 공세를 강화하면서 우크라이나에 크게 불리해진 상태였다.
지난 6일 수미에서 처음으로 국경을 넘어 쿠르스크로 진격한 우크라이나군은 7일간 서울시 면적(605㎢)의 1.65배에 달하는 약 1000㎢를 장악했다고 이날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이 밝혔다. 또한 전선은 이날 쿠르스크 인근 벨고로드주로 확대돼 주민 1만1000명이 추가로 대피했다. 그럼에도 도네츠크의 격전지 챠시브 야르에서 교전 중인 익명의 우크라이나군 장교는 이날 WP에 "적어도 지금까지는 아무런 변화도 느끼지 못하고 있다"며 "러시아는 예비 병력이 있기 때문에 동부 전선 병력을 쿠르스크로 이동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체념했다.
병력 열세 외에도 우크라이나군에 화력을 제공하는 미국이 러시아 진격전을 어떻게 바라보느냐도 중요한 변수로 꼽힌다. 미국 육군참모대에서 전투학 교수로 재직 중인 존 나글 전 미 육군 중령은 이날 WP에 "러시아는 이번 공격으로 전략적 서사를 완전히 바꿨다"면서도 우크라이나의 다른 지역 방어선에 가해지는 엄청난 압력을 고려하면 진격전은 군사적 논리가 아닌 11월 대선을 앞둔 미국에 메시지를 발신하는 성격이 강하다고 해석했다.
미국은 지난 5월 사거리가 300㎞로 늘어난 신형 에이태큼스(ATACMS)를 우크라이나에 인도하면서 자국산 무기를 통한 러시아 본토 공격을 승인했지만, 여전히 확전을 우려해 공격 범위를 러시아 국경 인근으로 제한한 바 있다. 이날 백악관 보좌관들은 WP에 러시아가 쿠르스크 전투를 지엽적인 것으로 치부해 과잉 대응을 자제, 전쟁이 확대되지는 않을 거란 예상이 지배적이라고 전했다. 또한 우크라이나군이 쿠르스크 일대에 군사 작전을 전개하는 건 국경 인근에서의 방어용 무기 사용을 허용한 기존 지침에도 부합한다고 평가했다.
seongskim@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