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뱅크시 일곱 번째 동물 시리즈 '피라냐' 공개…인파 북적[통신One]
경호업체 "작품 안전 위해 곧 옮겨질 예정"
사회적 비판인가 응원 메시지인가…시민들 얼굴엔 '미소'
(런던=뉴스1) 조아현 통신원 = 얼굴 없는 '거리의 예술가'로 유명한 영국의 그라피티 아티스트 뱅크시가 일곱 번째 동물 작품을 공개하자마자 수많은 인파가 직접 보기 위해 모여들었다.
11일(현지시간) 오후 1시쯤 뱅크시는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계정에 경찰 초소(police sentry box) 외관에 피라냐를 그려 넣은 작품 사진을 공개하고 자신이 만든 것임을 알렸다.
이날 오후 세인트폴 대성당 인근의 루드게이트 힐은 세상에 공개된 지 몇 시간이 지나지 않은 뱅크시의 신작을 보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로 북적였다.
피라냐 떼가 그려진 경찰 초소 맞은편 도로에도 멀찍이 앉아서 작품을 감상하는 사람들도 즐비했다.
뱅크시는 최근 일주일 동안 하루에 하나씩 자신의 작품이라고 주장하는 동물 시리즈 그라피티를 연달아 대중에게 소개하고 있다.
지난 5일 뱅크시는 런던 서부 지역에 있는 큐 브리지(Kew Bridge) 인근의 한 벽면에 위태롭게 서 있는 산양 혹은 가젤을 묘사한 작품을 공개했다.
바로 다음 날인 6일에는 런던 남서 지역에 있는 첼시의 한 주택가에 코끼리 두 마리를 그린 사실이 확인됐다.
장소는 첼시의 에디트 테라스(Edith Terrace)와 에디트 그로브(Edith Grove) 도로 교차 지점에 있는 한 주택 벽면 창문에 코끼리 두 마리가 각각 서로를 마주 보면서 코를 뻗는 모습이다.
7일에는 런던 동쪽으로 옮겨갔다. 예술가들의 거리라 불리는 브릭레인에서 그림스비 스트리트에 진입하기 직전에 있는 지하철 선로 다리 벽면에 원숭이 세 마리를 표현한 그림이 나타났다.
8일에는 런던 남부 지역인 페캄의 한 건물 위에 설치된 위성 안테나에 울부짖는 늑대를 그려 넣었지만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세 명의 남성으로부터 도둑맞아 경찰이 수사에 나서는 소동이 벌어졌다.
다음날인 9일에는 런던 북서쪽 월섬스토의 한 피시앤칩스 가게인 '본너스 피시바(Bonners Fish Bar)' 간판 위에 생선을 잡아먹는 펠리컨을 그려 넣어 화제가 됐다.
뱅크시는 익살스럽게도 가게의 기존 간판에 표시된 생선 마크 위에 펠리컨이 나타나 생선을 먹는 모습을 표현했다.
10일에는 런던 북서쪽 크리클우드의 에지웨어 로드(Edgware Road)에 있는 한 허름한 광고판에 기지개를 켜는 검은 고양이 작품을 연이어 공개했다.
런던 곳곳에서 나타나는 뱅크시의 동물 시리즈 작품은 일주일 동안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강한 사회적 또는 정치적 메시지를 던지는 뱅크시의 기존 작품 세계관을 토대로 갖가지 추측이 쏟아졌다.
극우 폭력 시위에 대한 비판적 메시지나 망명 신청자들을 태운 보트를 보호해야 한다는 메시지 등 갖가지 해석이 나왔다.
특히 가장 주목받은 해석은 첫 번째 작품이 멸종 위기에 처한 마운틴 가젤이라는 주장이다.
판다가 중국을 상징하듯 가젤은 팔레스타인을 상징하는 동물이다.
가젤이 좁게 튀어나온 벽면 기둥 위에 아슬아슬하게 서 있고 돌 부스러기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아찔한 상황이 가자 지구에 있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상징한다는 것이다.
좁은 공간 위에 서 있도록 강요당하고 마치 낭떠러지로 곧장 떨어질 것 같은 가젤의 모습도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상황과 겹친다.
또한 폐쇄회로(CC)TV가 가젤을 향해 각도가 맞춰져 있었던 당시 상황을 고려할 때 전 세계가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에 대한 공격을 화면으로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는 분석이다.
뱅크시의 잇따라 작품이 공개되던 시기는 극우 폭력 시위로 영국 전역에 불안감이 고조되던 때였다.
시기를 고려할 때 대중을 응원하고 화합을 염원한다는 등 다양한 해석도 있지만 불신과 불안에 떨기보다 내일이 기다려지는 설렘으로 사람들의 일상에 희망을 주고자 하는 뱅크시의 휴머니즘도 느껴진다.
뱅크시를 지원하는 조직인 '페스트 컨트롤 오피스'는 지난 10일 이번 연작 시리즈에 대한 지나친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예상치 못한 기쁨을 대중에게 선사하고 인간의 창의력을 부드럽게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일간 가디언에 전했다.
한편 이날 새롭게 공개된 피라냐 경찰 초소 작품을 지키던 경호업체 관계자는 "인파가 줄어들고 나면 오늘 밤이나 내일쯤 미술관과 같은 안전한 장소로 옮길 예정"이라고 말했다.
tigeraugen.ch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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