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7일째 진격 '파죽지세'…러, 벨고로드에도 대피령 발령

쿠르스크州 넘어 벨고로드로 전선 확장…엿새간 국경선 최대 30㎞ 돌파
주민 7만여명 대피에 피란열차 동원…러 점령지 확보로 종전협상 대비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러시아 서남부 쿠르스크주(州)의 주도 쿠르스크에 11일(현지시간) 새벽 우크라이나군이 발사한 미사일이 격추되면서 파편이 떨어져 아파트 곳곳이 손상됐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밤새 우크라이나군이 보낸 드론 14대와 토치카-U 전술 탄도 미사일 4대를 격추했다고 밝혔다. 2024.08.11.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우크라이나가 개전 이래 처음으로 러시아 본토 진격전에 나선 지 7일째를 맞는 12일(현지시간) 러시아 서남부 쿠르스크주(州)에 이어 인접한 벨고로드주로 전선을 넓힌 것으로 확인됐다. 그간 동부 전선 방어에 급급했던 우크라이나가 파죽지세로 밀고 들어오자 러시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로이터·AFP 통신에 따르면 뱌체슬라프 글라드코프 벨고로드 주지사는 이날 오전 텔레그램에 "국경에서 적이 활동하고 있다"며 벨고로드주 국경마을인 '크라스나야 야루가' 주민들이 피란길에 올랐다고 밝혔다. 주지사는 "우리 군이 발생한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모든 것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동북부 수미주에서 러시아군과 교전을 벌이던 우크라이나군은 지난 6일부로 국경을 넘어 이틀간 쿠르스크의 국경마을 니콜라예프-다리노와 수드자로 진격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전날 쿠르스크의 톨피노, 옵스치 콜로데즈에서 우크라이나 기동부대를 성공적으로 격퇴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들 마을은 국경으로부터 최대 30㎞ 떨어져 있어 우크라이나군이 영토 깊숙이 진격했음을 시인한 셈이 됐다.

이날 크리스나야 야루가 마을에도 대피령에 발령됨에 따라 우크라이나군은 쿠르스크를 넘어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주와 맞닿은 벨고로드주로 전선을 확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러시아 군사 블로거들은 쿠르스크 전선에서 자국군 병력이 증원된 만큼 사태가 일단락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이날 우크라이나군이 추가로 러시아 영토 일부를 장악했다고 입을 모았다.

러시아 국영 타스 통신은 지난 6일부터 닷새간 쿠르스크를 빠져나간 주민들은 7만6000명에 달한다고 10일 지역 언론 브리핑에 나온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쿠르스크 시장도 전날 새벽 우크라이나군이 쏜 미사일 파편이 9층 아파트에 떨어져 13명이 부상했다며 전황이 어렵다고 논평했다. 러시아 국영 철도회사는 피란민들이 급증하자 쿠르스크에 450㎞가량 떨어진 수도 모스크바행 열차를 긴급 투입했다.

우크라이나 안보 관료는 전날 AFP에 "목표는 적(러시아)의 병력을 분산시키고 최대한의 손실을 입혀 러시아 내 상황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선을 북쪽으로 확장해 수미·하르키우 전선에 집중적으로 배치된 러시아군을 다시 '안방'으로 불러들이겠다는 구상이다. 쿠르스크에 진입한 우크라이나 군 병력이 1000명에 달한다는 러시아 측 발표에 대해선 "이보다 훨씬 더 많다. 수천 명"이라고 반박했다.

쿠르스크주와 맞닿은 우크라이나 수미주(州)의 AFP 취재진은 이날 우크라이나군을 상징하는 피아식별 표시인 '흰색 삼각형(△)'이 그려진 장갑차 수십 대가 적진을 향해 기동하는 것을 목격했다고 전했다. 이날 로이터는 우크라이나군이 쿠르스크 서부 일대를 휩쓸긴 했지만, 여전히 국토의 18%는 러시아군에 뺏긴 상황이라며 11월 미국 대선 이후 열릴 종전 협상을 염두에 두고 진격을 감행한 것으로 풀이했다.

우크라이나 동북부 수미주(州) 모처에서 1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군이 국경을 넘어 러시아 서북부 쿠르스크주를 향해 소련제 T-64 전차를 기동하고 있다. 2024.08.11. ⓒ AFP=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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