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톱!' 영국 극우 폭력에 저항하는 연대가 바꾼 흐름[통신One]
"우리 모두가 파시스트 몰아낼 강력한 대중운동 동참해야"
오는 17일 인종차별·이슬람 혐오 반대 대규모 캠페인 예고
(런던=뉴스1) 조아현 통신원 = 영국에서 극우 폭력 시위가 일주일 넘게 확산하다 최고조에 이르던 시점에 인종차별과 폭력을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지역 사회의 단결로 흐름이 크게 바뀌었다.
지난 7일(현지시각) 저녁에는 영국 전역에 100여개가 넘는 극우 집회가 예정된 것으로 영국의 경찰 당국은 파악했다.
텔레그램을 통해 이민자 지원 센터나 모스크가 공격 대상으로 거론됐고 시위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장소에는 경찰력이 대거 배치됐다.
같은 날 주영한국대사관도 극우 집회가 예정된 지역 38개 리스트를 공개하고 한국 교민들에게 외출을 삼가달라는 공지를 전했다.
또한 피해를 보았을 경우에는 즉시 대사관과 경찰에 신고하고 부상을 당했을 경우 적극적으로 병원을 찾아가도록 조언했다.
하지만 우려와 달리 극우 폭력 시위 규모는 축소됐고 인종차별과 이슬람 혐오, 반유대주의에 맞서는 시민들의 평화 시위 물결이 번졌다.
극우에 대항하는 캠페인 단체 '스탠드 업 레이시즘(Stand up to racism)'에 따르면 지난 7일 전국적으로 약 2만5000명이 극우에 반대하는 시위에 참여했다.
단체는 같은 날 성명을 발표하고 "의회의 인종차별과 이슬람 혐오증이 거리의 인종차별과 이슬람 혐오로 이어지고 있다"며 "극우 폭력 시위에 반대하는 모든 사람은 파시스트를 몰아낼 수 있을 만큼 강력하고 단결된 대중 운동에 동참해야 한다"고 했다.
사디크 칸 런던 시장은 다음날인 8일(현지시각)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계정을 통해 "인종차별과 이슬람 혐오에 맞서 런던이 단결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평화롭게 집회에 참여해 주신 분들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또한 "여전히 증오와 분열을 심으려는 극우 폭력배들은 결코 환영받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칸 시장은 "런던은 인종차별과 이슬람 혐오, 반유대주의 또는 어떤 형태의 혐오도 용납하지 않는다"며 "모든 종교와 배경을 가진 사람들을 환영하는 개방적이고 다양성을 가진 도시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우리의 지역사회를 분열시키려는 사람들은 결코 승리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스탠드 업 레이시즘(Stand up to racism)은 극우에 대항하기 위한 대대적인 캠페인의 시작을 알렸다.
정확한 장소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오는 17일 런던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캠페인 현장에는 영국 노동당 전 대표이자 현직 하원의원인 제러미 코빈과 다니엘 케베데 전국교육연합(NEU) 사무총장 등이 참석할 계획이다.
한편 극단주의에 대항하는 자선단체인 '증오가 아닌 희망(Hope not hate)'은 이번 극우 폭력 시위가 전국적인 파장을 일으킨 것이 그동안 언론과 주류 정치인들이 조장해 온 편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무슬림과 망명 신청자를 악마화하는 끝없는 언론사의 헤드라인이나 배를 타고 온 절망적인 사람들을 '침략'으로 묘사한 정치인 등이 폭발적인 증오를 부추기는 데 기여했다"며 "폭력에 가담하고 이를 부추긴 극우 인사들은 정의의 심판을 받아야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사회 통합을 위한 공동의 노력과 미디어, 정치인의 더 큰 책임과 정확성"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극우 정치를 우리 사회나 정치와 동떨어진 문제로 간주하는 것은 실수"라며 "지난 한 주 동안 벌어진 공포에 대응하려면 극우 정치가 우리 내부에서 확산할 정도로 감염성을 띤다는 사실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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