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사흘째 '최대 10㎞' 러 본토 진격…"러, 전쟁 느껴봐라"
러 국방 "쿠르스크州 남부에서 전투"…수도 모스크바까지 530㎞에 불과
'점령지 350㎢' '원전향해 북진' 분석도…"美, 우크라에 목표 설명 요구"
- 김성식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우크라이나군이 사흘째 러시아 본토에 진격한 가운데 그 거리가 최대 10㎞에 이른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러시아군의 침공을 막아내는 데 급급했던 우크라이나 정규군이 국경을 넘어 적진을 돌파한 건 개전 2년 6개월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가 전쟁을 일으킨 결과를 한 번 느껴봐야 한다고 일침을 놓았다.
로이터·AFP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8일(현지시간) 성명에서 군과 정보당국이 쿠르스크주(州)에서 우크라이나군과 계속해서 전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북부군 부대가 쿠르스크주 (남부) 수젠스키구(區)와 코레네프스키구에서 연방보안국(FSB)과 함께 무장한 우크라이나군 부대를 파괴하고 있다"며 "예비군도 신속히 투입해 우크라이나군의 추가 돌파 시도를 저지했다"고 강조했다.
쿠르스크는 우크라이나 동북부 격전지 하르키우·수미주(州)와 맞닿은 지역이다. 이곳에서 러시아군을 막아내던 우크라이나군은 지난 6일부로 러시아군 추산 1000여명의 병력과 전차 및 장갑차 31대를 동원해 수젠스키의 국경 마을 니콜라예보-다리노에 당도했다. 밤새 교전이 벌어졌지만 전날(7일) 러시아군은 적군을 수젠스키의 또다른 국경마을인 수드자 인근으로 밀어내는 데 그쳤다.
러시아군이 수젠스키와 코레네프스키에서 우크라이나군을 파괴하고 있다는 이날 국방부 발표는 우크라이나군 침공 사흘째에도 여전히 수드자 일대에서 교전이 벌어지고 있는 건 물론 수젠스키와 맞닿은 코레네프스키로 교전 지역이 확대됐음을 자인한 셈이다. 수드자에서 수도 모스크바까지 직선거리는 530㎞에 불과하다. 알렉세이 스미르노프 쿠르스크 주지사 대행은 전날 주 전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주민 수천 명을 대피시켰다.
미국의 싱크탱크인 전쟁연구소(ISW)는 러시아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우크라이나군이 사흘간 쿠르스크의 영토 상당 부분을 장악했다고 평가했다. 연구소는 이날 홈페이지 공지에서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영토에서 기계화 공격 작전을 벌여 쿠르스크주 내 최대 10㎞까지 진격했다"며 "니콜라예보-다리노를 포함한 총 11개의 정착지를 점령했다"고 덧붙였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연구소가 추정한 11개 점령지를 모두 합산할 경우 총면적이 350㎢에 이른다고 집계했다.
러시아 군사 블로거들은 올해 들어 러시아 서부 라잔 일대에서 무인기(드론)로 정유 시설을 공습했던 우크라이나군이 쿠르스크의 천연가스 수송로와 원자력 발전소를 지상에서 공격하는 시나리오를 가장 우려하고 있다. 쿠르스크는 러시아 천연가스가 유럽으로 향하는 마지막 통로인 데다 주도인 쿠르스크시 인근에는 구소련에서 건설한 원전이 자리한다. 이날 블로거 유리 포돌리아카는 우크라이나군이 수드자에서 북동쪽으로 약 60㎞ 떨어진 쿠르스크 원전을 향해 진격하고 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는 쿠르스크 침공에 대해 이날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영상 연설에서 "러시아는 우리 땅에 전쟁을 가져왔으며 자신이 무슨 일을 벌였는지 느껴야 한다"며 "우크라이나군은 깜짝 놀라게 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 그리고 그 결과를 달성하는 방법도 알고 있다"고 말했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보좌관은 "쿠르스크 지역을 비롯한 러시아 영토 내에서 포격과 군사 행동이 확대된 원인은 전적으로 러시아의 침략에 있다"고 직격했다.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래 우크라이나 민병대가 러시아 국경 지역에서 파괴 공작 활동을 벌인 적은 있지만, 정규군이 국경을 넘어 러시아 본토 일부를 장악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익명을 요구한 미국 백악관 관계자는 로이터에 미 정부는 우크라이나 측으로부터 쿠르스크 침공에 대한 사전 정보를 받지 못했다며, 군사적 목표에 대한 설명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국경 북쪽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우리가 미국산 무기를 활용해 러시아 공격으로부터 방어할 수 있다고 말했던 곳"이라고 부연했다.
seongskim@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