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동으로 번진 英 흉기난동…스타머, '극우배후 색출' 지시

어린이 댄스 교실서 3명 숨져…런던서 연이틀 폭력집회 개최
폭동대응 부서 경찰청내 신설…법원, 17세 피의자 신상공개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1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다우닝가 10번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달 29일 사우스포트에서 벌어진 흉기난동으로 폭력 집회가 들끓자 대응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2024.08.01. ⓒ AFP=뉴스1 ⓒ News1 김종훈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댄스 교습을 받던 어린이 3명을 숨지게 한 영국 흉기난동 사건이 폭동으로 비화하고 있다. 피의자가 이슬람 이민자라는 거짓 정보가 확산하자 이에 자극받은 일부 시민들이 연일 폭행과 방화를 동반한 대정부 규탄 집회를 개최하면서다.

폭력 엄벌을 경고했던 키어 스타머 총리는 배후에 극우 세력이 있다고 보고 이들을 색출할 것을 지시했다. 법원은 거짓 정보를 차단하기 위해 미성년자인 피의자의 신상을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로이터 통신과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스타머 총리는 1일(현지시간) 총리 관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흉기난동 사건을 계기로 벌어진 폭력 집회에 대해 "우발적으로 일어난 것이 아니라 폭력에 집착하는 사람들이 모인 집단"이라며 "극우 세력이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스타머 총리는 이날 전국 경찰서장과 가진 긴급회의 결과 집회 배후 정보를 수집하고 폭동을 진압하는 통합 부서를 경찰청 산하에 신설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의자와 관련한 각종 거짓 정보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유통된다며 이를 방관한 플랫폼 기업들도 이번 사태에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달 29일 영국 머지사이드주(州) 리버풀의 해안마을 사우스포트의 어린이 댄스 교실에선 흉기난동 사건이 발생해 6~9세 어린이 3명이 숨졌다. 어린이 8명과 성인 2명 등 모두 10명이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는데, 이 중 7명이 위독한 상태인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다우닝 가 10번지 입구에서 시위대가 경찰에 저항하고 있다. 시위대는 지난 29일 영국 사우스포트에서 벌어진 흉기난동의 소행을 이민자의 탓으로 몰며 정부의 미온적인 대응을 문제 삼았다. 2024..07.31. ⓒ AFP=뉴스1 ⓒ News1 김종훈 기자

피해자들의 나이가 워낙 어렸던 데다 이들이 대낮 건물 안에서 참혹하게 살해된 탓에 사건을 접한 영국 국민들은 분개했다. 사건 현장인 사우스포트에선 연이틀 추모 집회가 열렸고, 미국 팝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도 자신을 테마로 한 댄스 교실에서 참사가 벌어졌다는 소식에 사건 당일 애도의 뜻을 표했다.

그러나 피의자가 이슬람 이민자이며 범행 전 '알라후 아크바르(알라는 위대하다)'를 외쳤다는 잘못된 정보가 소셜미디어를 타고 빠르게 확산했다. 지난달 30일 사우스포트에선 성난 군중들이 이슬람 사원에 벽돌을 던지고 불을 지르려는가 하면 이를 막던 경찰관을 폭행했다. 이로 인해 경찰관 53명이 부상하고 경찰차 1대가 불에 탔으며, 시민 4명이 폭행 혐의로 체포됐다.

31일에는 런던과 맨체스터, 하틀풀 등지에서 이와 유사한 폭력 집회가 벌어져 경찰과 시위대가 대치했다. 영국 경찰은 같은 날 성명을 통해 폭행 및 집시법 위반 혐의로 런던에서 시민 100여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총리 관저가 있는 다우닝가로 몰려가 "조국을 되찾겠다" "(난민)보트를 멈추라"고 외치며 이번 흉기난동의 책임을 여전히 이민자의 탓으로 돌렸다.

피의자에 대한 거짓 정보로 폭동이 연이틀 계속되자 결국 영국 리버풀 법원은 이날 미성년자인 피의자의 이름을 이례적으로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그는 악셀 무간와 루다쿠바나(17)로 지난달 31일 영국 검찰에 기소돼 이날 리버풀 법원에 처음으로 출두했다.

당초 경찰은 18세 미만 피의자의 신상 공개를 금지하는 법률에 따라 루다쿠바나가 이민자가 아닌 웨일스 태생이라는 점만 확인해 줬다. 이날 법정에선 검찰과 변호인이 루다쿠바나가 자폐 스펙트럼 진단을 받았다며 재판부에 신상 비공개 결정을 내릴 것을 요구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영국 사우스포트에서 추모객들이 흉기난동 희생자를 기억하는 철야 행사에 참석했다. 2024.07.30. ⓒ 로이터=뉴스1 ⓒ News1 권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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