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IT기업 투자유치 원한다"…'유럽의 북한' 알바니아의 변모

'유럽의 북한' 불렸던 알바니아, 이제 韓과 경제 협력 모색
13년 만에 방한 이글리 하사니 알바니아 외교장관 인터뷰

이글리 하사니 알바니아 외교장관이 23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7.23/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33년 전까지 알바니아는 '유럽의 북한'이라고 불렸습니다. 국민들은 국가 밖을 떠날 수 없었고, 외국인들은 입국할 수 없었죠. 오늘날 북한 국민들이 무자비한 정권에 박해받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정치적 차원뿐만 아니라 경제적 분야에서 양국이 협력하면 분명히 좋은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한때 북한과 밀착했던 동유럽 국가 알바니아가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자 한국 기업들의 투자 유치를 모색하고 있다. 민주화 체제로의 전환이 이뤄진 1990년대 이후 알바니아는 한해 방문객이 인구 대비 3~4배 수준인 1000만 명을 웃도는 국가로 거듭났다.

알바니아 외무장관으로서는 13년 만에 한국을 방문한 이글리 하사니 장관은 지난 지난 23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진행된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사이버, 정보통신기술(IT) 등 여러 측면에서 선도적인 국가이며 알바니아는 유럽에서 가장 중요한 관광지 중 한 곳으로 꼽힌다. 양측의 활발한 투자는 서로에게 좋은 시너지를 가져올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알바니아의 인구는 300만 명에 불과하지만 지난해 1000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했고 올해 방문객은 1300~1400만 명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하사니 장관은 "알바니아를 방문하는 한국인 관광객의 수는 적지만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다만 직항편 부재 등 아직 해결해야 할 많은 어려움이 있다"라며 '한국 관광객 유치를 위해 가능한 모든 방안'을 고려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냉전 시기였던 1948년 알바니아는 북한과 외교 관계를 수립했다. 그러나 알바니아가 1991년 민주화 시기를 거치고 한국과 수교하면서 오늘날 북한과의 교류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한다.

실제 알바니아가 유엔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으로 활동한 2022년 알바니아 유엔 대표부는 북한 미사일 관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소집에 나서며 북한을 적극 규탄한 바 있다. 지난해에는 한미일 3국과 함께 북한의 인권 상황을 규탄하고 책임 추궁을 강조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하사니 장관은 "우리는 무자비한 북한 정권에 의해 주민들이 박해받는 현실을 참으로 안타깝게 생각한다"라며 "북한 정권의 억압과 인권 침해를 벗어나기 위한 주민들의 모든 노력을 지원하는 것이 한반도 상황에 대한 알바니아의 핵심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이글리 하사니 알바니아 외교장관이 23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7.23/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다음은 하사니 장관과의 일문일답.

-알바니아는 한국과 어떤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하고 싶은가?

▶ 우리는 현재 다자주의와 국제기구가 고통받는 어려운 시대를 살고 있기 때문에 같은 이념을 가진 우방국 그리고 파트너들과 계속 소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은 나토의 중요한 파트너 국가 중 하나이자 알바니아의 중요한 파트너 국가이기도 하다. 우리는 정치뿐만 아니라 경제 분야에서도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한국 기업이 알바니아의 호텔, 인프라, 도로, 철도, 항만, 공항, 서비스 등 분야에 투자할 수 있는 적기다. 무역, 관광 및 경제 참여 수준을 최대한 높여 점진적으로 공관 개설까지도 기대한다.

-알바니아는 1990년대 이후 북한과 왕래가 없는 것으로 아는데, 현재 구체적으로 북한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

▶ 현재 우리는 북한과 어떠한 외교적 교류를 하고 있지 않다. 우리가 북한과의 관계에서 남은 유일한 흔적은 수십 년 전에 이뤄진 '협정'에 불과하다. 알바니아에서 공산주의가 몰락한 이후로 북한과의 관계는 사실상 유지되지 않고 있다.

다만 공산주의 시대 알바니아 외교관들은 다른 국가들과 관계를 단절하고 국가를 비난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공산주의가 몰락한 이후 우리는 많은 적을 만들지 않도록 조심스러운 방식으로 외교에 나서고 있어서 북한과의 형식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을 뿐, 일반적으로든 실질적이든 어떠한 측면에서도 우리와 북한과의 관계는 최소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최근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동맹 관계에 대한 알바니아의 입장은 무엇인가?

▶우리는 북러 사이에 이루어진 조약에 대해 큰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특정 국가와 정부가 국제법에 따라 행동하고 이웃국을 공격하지 않기를 기대하는 21세기에 이러한 침략을 목격하는 것은 참으로 불행한 일이다. 이에 우리는 특히 지역 내에서 평화와 안정을 가져오려는 한국의 모든 노력을 계속 지지하고 있다. 우리는 계속해서 그러한 입장을 고수할 것이며 한국의 노력을 계속해서 지지할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알바니아의 입장은 어떠한가?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군대를 완전히 철수하고, 국제적으로 인정된 국경을 포함해 우크라이나의 완전한 주권과 영토 보전을 확립함으로써 침략 전쟁을 가능한 한 빨리 끝내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다.이 전쟁은 2014년 크림반도 때부터 최소 10년 동안 지속되고 있다. 전쟁 종식을 위해 우리는 우크라이나를 계속 지원해야 하며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는 친구들을 계속 지지해야 한다. 러시아는 받아들여서도 안 되고 따라서도 안 되는 역사 왜곡을 지속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한국 국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리는 비록 멀리 떨어져 있지만 우리의 역사는 어떤 면에서는 유사점이 있다. 우리 양국은 많은 국가들의 침략을 받는 작은 나라였지만, 변화하고자 하는 강한 의지로 살아남아 역내 주역으로 거듭났다. 내가 태어난 지역인 서발칸반도 뿐만 아니라 유럽 남동부의 사람들은 K-팝, K-드라마, K-영화뿐만 아니라 한국의 기술도 생활의 일부로 즐기고 있다. 한국의 소프트파워를 최대한 활용해 인적뿐만 아니라 경제 협력을 모색할 수 있길 바란다.

yoong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