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트럼프 2기' 의식했나…러시아와 휴전 협상 가능성 시사

우크라 평화회의에 러시아 참석 제안…"협상 의지"
불리한 전황·트럼프 당선 '이중고' 의식한 듯

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07.11/ ⓒ 로이터=뉴스1 ⓒ News1 권진영 기자

(서울=뉴스1) 박재하 기자 =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러시아와 종전 협상에 나설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우크라이나 지원에 회의적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커지면서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에 대비하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0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15일 기자회견에서 오는 11월 제2차 우크라이나 평화회의를 개최하길 바란다며 "러시아 대표단도 여기에 참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의 제안으로 성사된 평화회의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의 종식 방안을 논의하는 회의체다. 지난달 스위스에서 첫 회의가 열렸지만 러시아는 불참했다.

이와 관련해 CNN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처음으로 러시아와 협상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사례라고 진단했다.

그동안 러시아는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점령한 지역들을 러시아 영토로 편입하는 것을 휴전 조건으로 내걸어 왔다.

우크라이나는 이에 반발하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철수하기 전까지 휴전 협상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하지만 최근 우크라이나가 전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자국의 최대 지원국인 미국의 정권교체 가능성이 점점 더 커지는 이중고에 직면하면서 젤렌스키 대통령도 보다 누그러진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존 허브스트 전 주우크라이나 미국 대사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어조 변화는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의 러닝메이트로 J.D. 밴스 공화당 의원을 지명하는 등에 대한 반응이라고 설명했다.

밴스 의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에 반대하는 인물로, 러시아는 그의 후보 지명에 환영하고 나선 바 있다.

이어 허브스트 전 대사는 러시아가 내놓는 휴전 협상안이 정당하다면 젤렌스키 대통령도 협상할 의향이 있다며 재집권 가능성이 있는 트럼프 행정부에 손을 내밀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오리시아 루체비치 러시아·유라시아 부국장도 휴전 협상안이 러시아의 요구만 관철하는 내용만 있어서는 안 된다면서도 "우크라이나는 기꺼이 협상에 나설 의향이 있다"고 전했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날 젤렌스키 대통령과 통화하며 재선 성공 시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에 젤렌스키 대통령 역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 후보가 된 것을 축하한다며 "우크라이나의 자유와 독립을 지키기 위해 미국의 초당적, 양원적 지지가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언급했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0일 (현지시간) 귀의 상처에 살색 밴드를 붙인 채 미시간주 그랜드래피즈에서 피격 사건, 대선 후보 선출 이후 처음으로 JD 밴스 부통령 후보와 합동 연설에 참석을 하고 있다. 2024.07.21 ⓒ 로이터=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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