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정당도 과반 못한 프랑스 '헝 의회'…차기 총리는 누구?

제1당 '굴복하지않는프랑스' 멜랑숑, 극좌 인물로 반감 커
멜랑숑과 갈라선 프랑수아 뤼팽·온건파 인물 하마평

7일(현지시간) 프랑스에서 총선 결선투표가 치러진 가운데 좌파 연합인 신민중전선(NFP)의 지지자가 "NFP : 당신들은 따라야 할 프로그램이 있다. 우리를 실망시키면 우리가 당신을 데려갈 것"이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24.07.07 ⓒ AFP=뉴스1 ⓒ News1 김예슬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프랑스 총선에서 좌파와 중도파가 극우의 집권을 막는 데는 성공했지만 모든 세력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며 '헝(hung) 의회'를 구성하게 됐다.

차기 총리 임명과 행정부 구성을 두고 교착 상태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차기 총리로는 장뤼크 멜랑숑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 대표와 그의 당내 경쟁자 프랑수아 뤼팽 의원, 마린 통들리에 녹색당 대표와 사회당의 보리스 발로 의원 등이 거론된다.

8일(현지시간) 외신을 종합하면 지난 7일 치러진 총선 결선투표에서 좌파 연합인 신민중전선(NFP)이 하원 의석 577석 중 182석을 차지했다.

마크롱 대통령이 속한 중도 르네상스 중심의 범여권(앙상블)은 163석으로 2위, 1차 투표에서 득표율 1위였던 극우 국민연합(RN)은 143석으로 3위에 머물렀다.

우선 의회가 좌파, 중도파, 우파의 세 개의 큰 집단으로 분열된 만큼 당장은 연합을 구성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또한 제1당인 NFP의 극좌파가 마크롱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워온 점, RN을 막기 위해 색이 다른 당들이 연합했기 때문에 NFP 내부에서도 이견이 있다는 점 등으로 의회는 교착 상태에 빠질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차기 총리가 극좌파로 기울 경우, 중도파가 힘을 합쳐 불신임 투표로 총리를 축출할 여지도 있어 중도 우파 인물 중 다음 총리가 나올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린다.

장뤼크 멜랑숑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 대표. 24.07.07 ⓒ AFP=뉴스1 ⓒ News1 김예슬 기자

◇제1당 '굴복하지않는프랑스' 멜랑숑, 극좌 인물로 반감 커

프랑스에서는 신임 투표를 고려해 제1당 대표를 총리 후보로 지명하지만, 제1당인 LFI의 멜랑숑 대표는 극우파 못지않게 반감을 사고 있다.

멜랑숑 대표는 지난 2012년, 2017년, 2022년 세 번이나 대권에 도전한 좌파의 대표적인 정치인이다. 득표율은 11.1%, 19.6%, 21.9%로 꾸준히 올랐으나, 모두 결선투표에 진출하지는 못했다.

멜랑숑 대표는 연간소득이 36만 유로(약 5억4000만 원)를 넘을 시 100% 소득세 부과, 1200만 유로(약 180억 원)이 넘는 금액에 대한 100% 상속세 부과, 의료비 전액 국가 부담, 이민법 완화, 동성 결혼 및 여성 임신 중단권 등을 내세우는 극좌파 인물이다.

LFI는 NFP가 획득한 182석 중 74석을 얻어내며 멜랑숑 대표도 차기 총리로 거론되지만, 같은 좌파 진영 내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크다. 르 몽드는 "좌파 블록도 '비(非)멜랑숑 캠페인'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도 "열렬한 연설가인 멜랑숑은 프랑스 정계에서 가장 분열적인 인물 중 한 명으로, 일부 유권자들에게는 열광적인 반면 억제되지 않은 세금과 지출 제안, 계급 전쟁 수사법, 특히 가자 지구에 대한 논란의 여지가 있는 외교 정책 입장으로 다른 사람들에게는 공포를 안겨준다"고 평가했다.

프랑수아 뤼팽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 의원. 24.07.07 ⓒ AFP=뉴스1 ⓒ News1 김예슬 기자

◇멜랑숑과 갈라선 LFI의 프랑수아 뤼팽도 거론

멜랑숑 대표의 당내 경쟁자인 프랑수아 뤼팽 의원도 총리감으로 거론된다. 전직 언론인, 영화감독, 작가인 뤼팽 의원은 2017년 정계에 입문했다. 자신이 만든 정당의 단독 후보로 출마했다가 당선된 뒤 멜랑숑 대표의 LFI에 합류했다.

뤼팽 의원은 LFI 충성파와 이따금 의견 충돌을 겪다가 이번 총선 기간 NFP 전략을 두고 멜랑숑 대표와 반목했다. 뤼팽 의원은 좌파가 NFP로 연합한 뒤 중도파를 포섭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멜랑숑 대표의 뜻은 달랐다.

뤼팽 의원은 "멜랑숑이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면서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멜랑숑 대표와 뜻을 달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뤼팽 의원은 "내가 장뤼크 멜랑숑과 의견이 다르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며 "민주주의, 조용한 힘보다는 소리와 분노의 사용에 대한 의견이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내가 총리가 되면 LFI를 떠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선거로 프랑스가 극좌·극우로 양분됐다는 점이 드러난 만큼 LFI 내에서 단독으로 후보를 추천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한 야당 관계자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좌파가 단독으로 통치할 수 있다는 생각은 완전히 망상"이라고 전했다.

마린 통들리에 녹색당 대표. 24.07.07 ⓒ AFP=뉴스1 ⓒ News1 김예슬 기자

◇마크롱, 온건파와 연정 구성 시 녹색당·사회당 인물도 고려

마크롱 대통령이 선택할 수 있는 시나리오로는 녹색당을 포함한 온건 좌파에서 온건 우파까지 아우르는 정당 간 연합을 통해 의회 다수를 차지하는 방법도 있다.

이에 따라 총리 후보도 좌파 연합 소속이면서 중도적인 인물이 대두된다. 녹색당의 대표 마린 통들리에 대표, 사회당의 보리스 발로 의원이다.

프랑스 북부 에냉보몽에서 자란 통들리에는 이 지역에서 시의회 야당 의원으로 선출됐다. 에냉보몽은 극우 RN의 텃밭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2017년 '전선에서 온 소식'이라는 책을 통해 RN 소속 시장 밑에서 일하면서 겪은 경험과 극우 행정부가 조성한 억압적인 분위기를 기록하며 정치계 샛별로 떠올랐다. 2021년 북부 지역 의회에서 선출된 뒤, 이듬해 녹색당 대표가 됐다.

프랑스 사회당의 보리스 발로 의원. 24.06.20 ⓒ AFP=뉴스1 ⓒ News1 김예슬 기자

폴리티코 유럽판은 "사회당은 LFI보다 의원이 적지만, 그런데도 의회에서 입지를 강화하고 멜랑숑의 급진적 LFI와의 격차를 줄였다"며 "그들은 LFI가 통제권을 잡는 것을 막기 위해 녹색당의 지원을 받을 수 있기를 바랄 수 있다"며 사회당에서 총리가 나올 가능성을 언급했다.

2013년 아르노 몽테부르 당시 프랑스 재무장관의 수석 보좌관으로 정계에 입문한 발로 의원은 2014~2016년 올랑드 행정부에서 엘리제궁 부사무총장을 지냈다. 2017년 랑드 3선거구에서 의원으로 선출, 2022년에도 쉽게 재선에 성공했다.

yeseu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