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회 새 '극우 교섭단체' 생긴다…프랑스 르펜당 합류시 3위 등극

오르반 주도 '유럽을 위한 애국자'…8개국 정당 모아 교섭단체 요건 충족
르펜 국민연합도 합류여부 저울질…친러 성향탓 우크라 군사지원 '빨간불'

왼쪽부터 마린 르펜 프랑스 국민연합(RN) 원내대표,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세 사람 모두 유럽에서 극우 성향으로 평가받지만 우크라이나 군사 원조 등 사안에 있어 다른 입장을 갖고 있다. 2024.06.02. ⓒ AFP=뉴스1 ⓒ News1 강민경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지난달 치러진 유럽의회 선거에서 선전한 각국 극우 정당들이 손을 잡고 새로운 정치그룹(교섭단체)을 구성하고 있다. 프랑스 총선에서 제1당 지위를 거머쥘 가능성이 확실시되는 국민연합(RN)까지 합류할 경우 극우 교섭단체는 유럽의회 원내 3위 세력으로 등극할 전망이다.

6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상황에 정통한 소식통 세 명을 인용해 극우 성향의 마린 르펜 원내대표가 이끄는 국민연합이 '유럽을 위한 애국자(Patriots for Europe)'에 합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럽을 위한 애국자는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 주도로 지난달 30일 결성한 유럽의회 내 교섭단체로 각국 극우 정당들이 이곳에 속속 둥지를 틀고 있다. 결성 당일 오르반 총리가 몸담은 헝가리 '피데스'(Fidesz)와 오스트리아의 '자유당'(FPO), 체코 '긍정당'(ANO) 등 3개 정당이 손을 잡았다.

이후 스페인 '복스'(Vox)와 포르투갈 '체가'(Cega), 네덜란드 '자유당'(PVV)에 이어 덴마크 '국민당'과 벨기에의 분리독립 정당인 '플람스 벨랑(Vlaams Belang·플람스의 이익)'이 이날 합류를 공식 선언하면서 유럽의회 교섭단체 결성에 필요한 △최소 7개 회원국 정당 △소속 의원 23명 이상 요건을 충족했다.

여기에 더해 유럽의회 선거에서 30석을 확보한 프랑스의 국민연합이 합류할 경우 유럽을 위한 애국자는 우파 교섭단체인 유럽보수개혁당(ECR)을 제치고 유럽의회에서 3번째로 큰 교섭단체가 된다. 국민연합 관계자는 이날 FT에 "유럽의회에서 애국자들의 이익을 증진하는 것은 우리에게도 좋은 일"이라며 합류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지난달 6~9일 치러진 유럽의회 선거 결과 720명의 의원이 선출됐다. 이중 중도우파인 유럽국민당(EPP)이 188석으로 가장 많고, 중도좌파인 유럽사회민주당(S&D)은 136석으로 그 뒤를 이었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이끄는 강경우파 정당인 유럽보수개혁당은 복스 의원들이 탈퇴하면서 78석으로 줄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주도한 극중주의 교섭단체인 리뉴 유럽(Renew Europe)은 76석에 그쳤다.

오르반 총리는 오는 8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유럽을 위한 애국자에 속한 정당 관계자들을 만나기로 했다. 그때쯤이면 7일 치러지는 프랑스 총선 2차 투표 결과가 얼추 확인되는 만큼 국민연합의 합류 여부도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고 AFP 통신은 전했다.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부총리가 이끄는 '동맹'도 새롭게 출범한 교섭단체에 관심을 갖고 있지만 아직 참여 여부를 확정하지 못했다고 한다.

기존 유럽보수개혁당도 상당한 강경 우파 노선을 걸었다. 그럼에도 이들과 유럽을 위한 애국자를 구분 짓는 가장 큰 시금석은 러시아에 대한 태도라고 이날 FT는 분석했다. 멜로니 총리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강력 지지하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오르반 총리와 르펜 원내대표는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에 매번 난색을 표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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