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조기총선서 아무도 과반 확보 못하면…국정 마비 우려

RN이 과반 아닌 다수당일 경우에도 정부 정책 방해 가능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그의 부인 브리지트 마크롱이 지난달 30일 (현지시간) 프랑스 북부 르투케파리플라주 투표소에서 총선 1차 투표를 하고 있다. 이날 치러진 투표 결과 극우 정당이 우세하며 마크롱이 이끄는 집권 여당 르네상스는 3위로 밀려날 것으로 예측된다. 2024.06.30/ ⓒ 로이터=뉴스1 ⓒ News1 조유리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오는 7일(현지시간) 치러지는 프랑스 조기 총선 2차 투표에서 그 어느 세력도 과반을 차지하지 못할 경우 국정 마비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극우 국민전선(RN) 대표인 조르당 바르델라가 "대통령의 조수가 되고 싶지 않다"며 단독 과반을 차지하지 못하면 총리가 되지 않겠다고 선언한 가운데, 로이터통신은 하원 577석 중 289석 이상의 단독 과반 세력이 나오지 않을 수 있다고 4일(현지시간) 전망했다.

프랑스 헌법 8조에는 대통령이 총리를 임명한다고 나와 있다. 지금까지 과반을 확보한 세력에서 총리를 배출해 왔으나, 대통령이 어떤 인물을 총리로 세울지 구체적인 조항은 마련돼 있지 않다.

로이터는 극우와 극좌, 중도 여권 연합 등 어느 누구도 과반을 확보하거나 연정 구성에 합의하지 못하면 프랑스 의회가 법안을 통과시키거나 정부가 일상적인 국정 운영을 하는 데 마비가 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RN이 과반을 차지하지 못하더라도 다수당으로서 정부의 법안 통과나 정책 시행을 사사건건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헌법상 정부가 의회를 우회하는 수단도 있기는 하지만 한계가 있다.

지난 30일 (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치러진 총선 1차 투표 결과 발표 후 국민연합(RN) 대표 조르당 바르델라가 연설하고 있다. 투표 결과 국민연합(RN)을 포함한 극우 정당이 득표율 33%를 기록해 1위를 차지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이끄는 중도 연합(앙상블)은 40여년 만에 가장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지만 좌파 연합인 신민중전선(NFP)에 이어 3위에 그쳤다. 2024.06.30/ ⓒ 로이터=뉴스1 ⓒ News1 조유리 기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극우의 집권만큼은 막아야 한다며 나머지 정당들의 연합을 촉구하는 상황이다. 이론적으로 극우에 반대하는 세력이 과반을 이룰 경우 그쪽에 총리직을 수여할 수 있다.

극좌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 주도로 결성된 좌파 연합 신민중전선(NFP)이 1차 투표 결과에서처럼 2위를 차지하고, 이들이 다른 정당을 끌어들여 세력을 키우면 이들에게 기회가 주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어느 쪽이든 동거 정부가 탄생하는 셈이다.

프랑스 현대사상 동거 정부는 세 차례 있었다. 1997~2002년 중도 우파 성향의 자크 시라크 대통령 정부는 사회당의 리오넬 조스팽 총리가 이끄는 의회와 공존했다. 사회당 출신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은 첫 임기 때인 1986~1988년에는 중도 우파 성향인 에두아르 발라뒤르 총리와 함께했으며, 두 번째 임기인 1993~1995년에는 중도 우파인 자크 시라크 당시 총리와 동거 정부를 구성했다.

동거 정부가 탄생하면 마크롱 대통령은 국내 정책에서는 힘을 잃을 수밖에 없으나 국가 원수로서 국제 조약의 협상과 비준을 담당하기 때문에 외교 정책과 유럽 문제, 안보 문제에서는 자신의 길을 추구할 수 있다.

하지만 잡음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극우 RN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에 회의적이며, 좌파 연합은 이스라엘 문제에서 팔레스타인 쪽을 강하게 지지하기 때문이다.

ABC방송은 전문가들을 인용, 마크롱 대통령이 그 어떤 세력과도 관계가 없는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정부를 마련할 수 있지만 이 경우 의회 과반의 찬성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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