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윔블던 대회 딸기와 크림은 더럽혀졌다"…예술가들이 뿔난 이유는?[통신One]

윔블던 테니스 대회 스폰서 바클레이즈 비판하는 광고물 300여개 설치
국제 예술가 단체 "윔블던, 전쟁과 기후 범죄에 연루될 것"

영국 윔블던 테니스 대회와 스폰서 계약을 맺은 바클레이즈 은행을 비판하는 광고판이 영국 런던 얼스필드에 설치된 모습. 브랜달리즘 예술가 대런 컬런이 제작한 작품이다. (브랜달리즘 제공) 2024.07.02/

(런던=뉴스1) 조아현 통신원 = 영국 윔블던 테니스 대회가 개막한 장소 주변 곳곳에 경기 스폰서로 참여한 금융기업 바클레이즈(Barclays)를 비판하는 수 백개의 광고물이 나붙었다.

해당 캠페인은 이스라엘에 무기를 공급하는 기업을 고객으로 보유한 바클레이즈 은행을 겨냥한 것이다.

이번 항의성 캠페인을 기획한 단체는 '브랜달리즘(Bransalism)'이라고 불리는 국제 예술가 집단이다. 이들은 기업 권력과 소비자 기만 행위에 저항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2일(현지시간) 브랜달리즘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1일 런던 윔블던 주변의 상업용 광고판과 디스트릭트 라인 지하철 열차 내부, 버스 정류소 광고판 등 300여곳이 넘는 장소에 바클레이즈를 비판하는 광고물을 설치했다.

브랜달리즘에서 활동하는 예술가 대런 컬런이 제작한 광고 그림에는 폭탄이 떨어진 테니스 코트 안에 한 테니스 선수가 피를 흘리면서 쓰러져 있다.

위에는 "가자 전쟁부터 지구 온난화까지, 우리는 살인을 저지르고 있다(From Gaza to global warming, We're making a killing)"는 문구가 적혔다.

바클레이즈와 윔블던이 손을 굳세게 맞잡고 있는 또다른 광고 작품 아래에는 "기후 범죄와 대량 학살의 파트너(Partners in climate crimes and genocide)"라는 비판성 문구가 담겼다.

윔블던과 바클레이즈 은행 간에 체결된 스폰서십 계약 금액은 약 2000만 파운드(약 351억6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런던 윔블던에 설치된 또다른 광고물로 예술가 Anarcha Art가 제작한 것이다. (브랜달리즘 제공) 2024.07.02/

이번 게릴라성 광고판 해킹 프로젝트에 참여한 또다른 예술가는 "사람들은 윔블던을 여름, 활기, 가족들과의 시간을 연상한다"며 "바클레이즈는 이런 긍정적인 의미를 이용해 화석 연료 산업과 무기 거래에 자금을 지원함으로써 전 세계에 끼치는 피해를 분산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나는 예술가로서 이런 기업 전략에 경각심을 일깨우고 윔블던이 바클레이즈와 관계를 끊지 않으면 전쟁과 기후 범죄에 연루될 수 있음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브랜달리즘은 바클레이즈가 지난 한 해동안 탄소 배출량과 오염을 증가시키는 화석 연료 회사에 175억 파운드(약 30조7704억 원) 이상 지원했다고 지적한다.

또한 2019년부터 이스라엘에 무기와 군사 기술을 공급하는 기업에 60억 파운드(약 10조5498억원) 이상의 대출과 보험 또는 증권 인수와 같은 금융 서비스를 제공했다고 비판한다.

키트 스피드웰 브랜달리즘 대변인은 "윔블던의 소중한 딸기와 크림 이미지는 유럽에서 가장 유독한 은행인 바클레이즈와 파트너 관계를 맺은 결정으로 인해 완전히 더럽혀 졌다"며 "윔블던은 바클레이즈의 터무니 없는 도덕성 부재를 감싸는 행위를 중단하고 스폰서(후원) 계약을 즉시 종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바클레이즈는 이스라엘에 무기와 군사 기술을 공급하는 기업을 고객사로 두면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지난 5월 성명서를 내기도 했다.

이들은 "고객의 지시 또는 수요에 따라 상장 기업의 주식을 거래하고 이로 인해 주식을 보유하게 될 수 있다"며 "이런 기업에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바클레이즈 당사를 위해 투자하는 것이 아니고 해당 기업과 관련된 주주 또는 투자자도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tigeraugen.ch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