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英총선…'노동당 압승' 전망에 '보수 텃밭' 수낵 지역구도 위기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영국에서 오는 4일(현지시간) 조기 총선이 치러지는 가운데 보수당의 14년 집권 끝에 노동당의 압승이 예상된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자신의 지역구에서도 민심을 잃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여론조사기관 서베이션은 노동당이 하원 650석 중 484석을 획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역대 최다 수준으로, 1997년 총선에서 토니 블레어 총리가 탄생했을 때(418석)보다도 70석이나 많다.

지난 14년간 집권한 보수당은 1834년 창당 이래 가장 적은 의석인 64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극우 영국 개혁당은 7석으로 전망된다.

수낵 총리는 지난 5월 의회 해산을 요청하고 조기 총선 카드를 꺼내 들었다. 영국에서는 헌법에 명시된 선거일이 없기 때문에 총리가 직권으로 이전 총선 5년 이내의 날짜에서 선거일을 결정할 수 있다.

영국 정치권에서는 가을에나 총선을 치를 것으로 예상했지만, 수낵 총리가 보수당 정부의 지지율 반등을 노리며 허를 찌른 셈이다.

그러나 노동당의 압승은 물론 수낵 총리의 지역구이자 100년 이상 보수당에 표를 던져온 보수당의 텃밭마저 빼앗길 수 있다는 데 무게가 실린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가디언, 텔레그래프 등은 이번 선거로 노스 요크셔주(州) 중심도시 리치먼드의 표심이 노동당으로 향할 수 있다고 집중 조명했다.

노스 요크셔의 리치먼드는 지난 1910년 이후 줄곧 보수당을 지지해 온 지역이다. 수낵 총리는 지난 2015년 리치먼드 하원의원으로 당선되며 정계에 진출했다.

이번 총선은 수낵 총리에 대한 심판이라기보다는 보수당에 대한 단죄라는 평가가 이어진다.

NBC는 "수낵의 지도 하에 경제는 안정됐고, 그는 많은 사람에게 그의 겉보기에 차분하고 유능한 태도로 환영을 받았다"며 "하지만 그가 물려받은 정치적 혼란과 점점 더 우경화되고 분열된 당을 감안할 때, 그가 보수당의 선거 기회를 살리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수낵을 싫어하는 게 아니다"라며 "그들이 참을 수 없는 건 그의 당"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리치먼드 주민 가이 소더런(55)은 "지난번 선거에는 보수당에 투표했지만, 이번에는 그들(보수당) 중 누구에게도 표를 던지지 않을 것"이라며 "거짓 약속으로 가득 차 있고, 보수당은 스캔들로 인해 물러났다"고 가디언에 전했다.

수낵 총리의 전임자인 보리스 존슨 전 총리는 코로나19 봉쇄 기간 규정을 어기고 총리실에서 파티를 벌인 '파티 게이트'와 측근 성 비위 비호 논란 등으로 사퇴 압박을 받다가 끝내 사퇴했다.

리치먼드 주민 앤-마리 하디(57)도 NBC에 "다우닝가에서 파티를 벌이는 동안 남편은 호스피스에서 죽어가고 있었다"며 "그들은 사람들에게 파티하지 말라고 했지만, 그들 자신은 파티를 했다. 절대 잊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동당의 톰 윌슨 후보는 "2019년 노동당 유권자들이 보수당에 투표한 것을 보는 것 같다. 모든 전통적인 충성심은 거울상을 하고 있다"며 "토리(보수당) 외에는 절대 투표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대안으로 노동당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수당에 신물을 느낀 지지자들은 노동당 외에도 극우 정당인 영국 개혁당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개혁당을 이끄는 나이절 패라지 대표는 브렉시트를 주도한 인물로, 이민 정책과 기후변화 정책에 반대해 영국의 트럼프라는 평가를 받는다.

하디는 NBC에 "차라리 지나가는 남자에게 표를 던지는 게 낫겠다"며 영국 개혁당을 지지하거나 아예 투표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 다른 리치먼드 주민 앨런 슬레이터(71)도 "평생 보수당에 투표했지만 보수당이 이민과 브렉시트 등 많은 면에서 우리를 실망시켰다"며 "이번에는 개혁당에 투표할 것"이라고 가디언에 말했다.

yeseu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