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 英학생 11세부터 부유층 학생보다 학업 뒤처져"[통신One]
저소득층 아동, 중등과정 A등급 받을 확률 부유층보다 21~26%p 낮아
"소득 격차와 청소년 지원 부족이 서서히 축적돼 부정적 영향"
(런던=뉴스1) 조아현 통신원 = 영국에서 저소득층 학생들이 부유층인 동급생보다 학습 격차가 벌어지는 시기는 이르면 초등학교 고학년 시기부터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4일(현지시간) 영국 너필드 연구재단과 교육데이터연구소,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11세부터 14세 사이에 저소득층 배경의 똑똑한 학생들이 부유층 학생들보다 학업 성취도가 뒤처지기 시작하는 것으로 관찰됐다.
대체로 중학교 1학년까지는 비슷한 비율로 학업 성취도가 향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저소득층 아동과 고소득층 아동 그룹이 각각 16세에 영국 중등교육 과정(GCSE) 또는 이와 동등한 시험을 치를 무렵에는 부유한 배경에서 자란 학생들이 저소득층 학생들보다 최고 성적을 받을 가능성이 훨씬 더 높았다.
연구진은 똑똑하지만, 경제적으로 어려운 5세 어린이가 부유한 배경을 가진 5세 어린이보다 중등교육 과정(GCSE) 수학 영역에서 A등급을 받을 가능성이 약 26%P 낮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같은 시험의 영어 과목에서도 저소득층 학생들은 부유한 학생들보다 A를 받을 확률이 21%P 적었다.
부유한 가정의 학생들은 빈곤한 학생들보다 영국의 대학 입학 능력 시험인 A레벨(A-levels)을 치를 가능성도 컸다.
연구진은 중학교 입학 이후 저소득층 학생들은 경찰과 접촉할 가능성이 더 높았고 자존감 하락 경험, 교육에 대한 부정적 태도를 가질 가능성이 더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의 수석 저자이자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의 존 제림 교육·사회통계학 교수는 "안타깝게도 11세에서 14세 사이에 저소득층 배경을 가진 가장 유능한 아이들이 문제를 겪기 시작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학생들은 학교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유리 천장을 깨 전문직의 다양성을 높일 수 있는 가장 좋은 위치에 있는 아이들"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부모의 소득 격차와 저소득층 학생을 위한 교육 기관의 지원 부족이 서서히 축적돼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너필드 재단이 지원한 이번 연구는 영국에서 최하위 소득계층 25% 가정에 속한 우수한 5세 아동 389명을 대상으로 이들이 초중등 교육과정을 밟으면서 나타내는 학업 성취도를 추적한 것이다.
이후에는 밀레니엄 코호트 연구 데이터를 사용해 최상위 25% 가정에 속한 5세 어린이 1392명을 조사했다.
밀레니엄 코호트 연구(MSC)는 영국에서 2000년과 2002년에 태어난 1만8818명 어린이를 추적한 대표적인 종단 조사다. 기초 인터뷰는 생후 약 9개월이 됐을 때 진행됐다. 이후 인터뷰는 아이들이 약 3세, 5세, 7세, 11세, 14세, 17세가 됐을 때 반복적으로 실시됐다.
제림 교수는 "저소득층 출신의 우수한 어린이는 사회적 이동성을 촉진하는 데 중요한 그룹"이라며 "이들이 중학교를 졸업할 때 상위권 성적을 거둘 가능성이 훨씬 낮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이들 그룹의 인생 후기에 나타날 결과에 대해서는 아직 모르는 것이 많다"며 "언제, 그리고 왜 이들이 학교를 떠나기 시작하는지, 이들의 행복과 범죄 행위에 연루될 가능성과 같은 삶의 더 넓은 측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인종이나 성별과 같은 다른 특성과는 어떻게 맞물려 있는지도 탐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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