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웨일스 의회 '성별 할당제' 도입 연기 검토[통신One]

후보자 성별 진술서 남용 우려 제기…"증명방식 세부 규정 필요"
관련 법안 늦어질 경우 '자발적 지침' 통한 시행도 거론

영국 웨일스 의회 '세네드(Senedd)' 전경사진. 2024.06.19/ ⓒ 뉴스1 조아현 통신원

(런던=뉴스1) 조아현 통신원 = 영국 웨일스 자치정부가 웨일스 의회인 세네드(Senedd) 의원 선거에 도입하려던 성별 할당제를 연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웨일스 의회는 지난 2003년 여성 의원 30명, 남성 의원 30명으로 성 균형을 이룬 세계 최초의 입법부로서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을 장려해 왔다.

여성 의원 비중은 2007년 선거 때부터 소폭 줄었지만 지금껏 한 번도 40% 밑으로 떨어진 적이 없었다.

19일(현지시간) BBC방송 등에 따르면 웨일스 의회(세네드)는 오는 2026년 치러질 세네드 선거부터 여성 할당제를 도입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법적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자 웨일스 정부는 2030년으로 미루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후보자가 자신이 여성인지 아닌지 확인할 수 있는 진술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해당 요건이 악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세네드의 법안 개혁 위원회 내부에서는 허위 정보 작성에 대한 후보자의 처벌 규정을 포함하거나 생물학적 여성 또는 법적으로 인정된 성별 증명서를 제출하도록 세부 사항에 명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위원회를 구성하는 대다수의 위원은 후보자가 자신이 여성임을 증명하도록 강요하는 세부 규정을 제정하기보다 성별에 관한 진술이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져야 한다는 점에 동의했다.

세네드는 여성 할당제가 포함된 관련 법안을 지난 18일에 토론하고 표결할 예정이었지만 영국 총선 이후인 7월 16일로 연기했다.

엘린 존스 세네드 의회 의장은 세네드가 여성 할당제가 포함된 관련 법안을 자체적으로 통과시킬 권한이 없다는 점을 지적한다.

세네드 법안 개혁 위원회가 관련 법안에 대한 표결을 요청하기 전에 차기 영국 정부와 논의를 진행할 것을 권고하고 법안이 통과된 이후에는 영국 대법원에 법안을 회부해 심의받도록 요청했기 때문이다.

웨일스 정부 내각 안에서는 여성 할당제 도입이 늦어질 경우 자발적 지침 형태로 먼저 시행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여성 할당제가 시행되면 각 정당은 세네드 의원 후보자 가운데 최소 50%를 여성으로 꾸려야 한다.

중도 진보주의 정당인 플라이드 컴리는 현재 웨일스 정부 내각을 이루는 노동당 소속 장관들이 다음 웨일스 의회 선거가 치러지는 2026년 전까지 법안이 통과되도록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촉구한다.

반면 웨일스 보수당은 법안 전면 폐기를 요구하고 있다. 후보자는 성별이나 보호받아야 하는 어떤 특성이 아니라 오직 능력에 따라 선출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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