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이란 수감자 맞교환…'정치범 학살' 이란 관료 석방

오만 중재로 이란 관료 1명, 외교관 등 스웨덴인 2명 풀려나
이란 '판결 정당성 결여' vs 스웨덴 '보편적 관할' 입씨름

15일(현지시간) 이란에서 석방된 스웨덴 국적의 유럽연합(EU) 외교관 요한 플로데루스(33)가 이날 스톡홀름 알란다 국제공항에서 울프 크리스테르손 총리로부터 축하 꽃다발을 받고 있다. 2024.06.15.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스웨덴과 이란이 오만의 중재로 수감자를 맞교환했다. 이란 내 정치범을 대량 학살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이란 관료 1명과 외교관을 포함한 스웨덴 국적자 2명이 풀려 났다.

로이터·AFP 통신에 따르면 15일(현지시간) 스웨덴은 종신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던 이란 전 교도소 관료 하미드 누리(63)를 석방했다. 이에 이란은 이날 스웨덴 국적 유럽연합(EU) 외교관 요한 플로데루스(33)와 또 다른 스웨덴인 사에드 아지지 등 2명을 풀어줬다.

오만 외무부는 성명을 내고 이번 수감자 맞교환이 자국의 중재로 성사됐다고 밝혔다. 스웨덴에서 풀려난 누리가 이날 오후 테헤란의 메흐라바드 국제공항에 도착하자 5시간 뒤 이란이 플로데루스와 아지지를 석방하는 형식이었다. 스웨덴 정부는 플로데루스와 아지지가 이날 밤 스웨덴에서 가족들과 재회했다고 전했다.

누리는 1988년 이란 테헤란의 위성도시 카라지에 위치한 카고하르다시 교도소에서 정치범 대량 학살 및 고문에 가담한 혐의로 2019년 11월 휴가 도중 스웨덴 스톡홀름 국제공항에서 체포됐다. 2022년 7월 스웨덴 법원으로부터 국제 인도법 위반이 인정돼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1988년은 이란-이라크 전쟁이 막바지로 치닫던 때로 사담 후세인 이라크 정권의 지원을 받아 이란군에 대항한 반군 '인민전사기구(MEK)' 대원 약 5000명이 이란 내 교도소에서 사살됐다. 인민전사기구는 후세인 몰락 이후에도 미국과 이스라엘을 등에 업고 대(對)이란 무력투쟁을 이어나가 이란에선 테러단체로 분류된다.

이란 외무부는 이날 현지 언론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스웨덴 법원 판결은 정당성이 결여됐다"며 누리를 피랍 '인질'로 규정했다. 누리는 이날 공항에서 만난 취재진에게 "그들(스웨덴)은 신조차도 자신을 풀어줄 수 없다고 단언했지만, 결국 그렇게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는 성명을 내고 전쟁범죄의 경우 피의자의 국적과 범죄 발생지와 무관하게 모든 국가가 처벌할 수 있는 보편적 관할권에 입각해 스웨덴 법원이 정당하게 재판을 열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누리를 스웨덴 감옥에서 석방하기 위해 플로데루스와 아지지를 협상 게임의 졸로 삼았다"고 비판했다.

플로데루스는 2022년 4월 이란에서 간첩 혐의로 체포돼 지금까지 구금됐다. 스웨덴·이란 이중국적자인 사에드 야지지는 2023년 11월 석연치 않은 이유로 이란에서 체포돼 수감 생활을 이어왔다. 이들이 석방됨에 따라 이란에 수감된 스웨덴 국적자는 아마드레자 잘랄리(52) 등 2명으로 줄었다. 응급의학과 의사인 잘랄리는 학술 목적으로 이란을 방문한 2016년 체포됐다.

국제법상 중형을 저지른 이란 관료가 석방됐다는 소식에 비판의 목소리도 이어졌다. 이란 이슬람 공화정에 반대하는 '이란 저항국민평의회(NCRI)'는 "스웨덴 정부가 이란의 협박과 인질극에 굴복했다"고 반발했다. 누리 재판에서 피해자들을 대리한 케네스 루이스 변호사는 스웨덴 정부로부터 아무런 언질을 받지 못했다며 "사법 시스템 전체와 재판에 참여한 사람들에 대한 모욕"이라고 지적했다.

seongs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