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수도회사 건조한 날에도 6000건 이상 하수 불법 유출"[통신One]
BBC, 2022년 기준 수도회사 9곳 하수 방류 데이터 분석
"수도 회사들, 하수 인프라 개선 투자 제대로 안 해"
(런던=뉴스1) 조아현 통신원 = 영국의 민간 수도회사들이 폭우로 인한 범람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 하수를 일부 흘려보내는 것을 허락한 환경 당국의 규정을 어기고 건조한 날씨에도 무단 방류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14일(현지시간) BBC 방송은 수도회사 9곳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022년 기준 여름철 폭염을 기록한 달을 포함해 비가 오지 않았을 때도 하수가 6000차례 가까이 방류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BBC는 하수 유출 데이터 분석과 방법론을 두고 브리스톨대학교 젬마 콕슨 박사,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닉 불불리스, 바나비 돕슨 박사 등 해당 분야 전문가 3명에게 각각 독립적으로 검토를 받았다.
영국의 현행 환경법상 수도 회사들이 비가 올 때는 주택 침수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미처리 하수를 흘려보낼 수 있지만 해당 사례가 아닐 경우에는 하수 방류 행위를 불법으로 간주한다.
템스워터와 웨식스워터, 서던워터을 포함한 수도회사의 데이터를 살펴본 결과 2022년에 비가 오지 않는 날에도 미처리 하수를 유출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 388건의 사례를 발견했다고 BBC는 전했다.
나머지 6개 수도회사는 환경청과 수도회사 규제기관인 오프와트(Ofwat)에서 진행 중인 관련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로 데이터 공개를 거부했다.
하지만 데이터를 이미 보유하고 있던 환경청은 수도회사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았고 지난 1월 BBC에 데이터를 제공했다.
BBC는 강수 범람 지점에 하수가 유출되고 멈추는 시점을 기록하는 모니터에 누적된 데이터를 분석해 관할 기상청 데이터와 비교했다.
18개월 동안 약 1만대 모니터에서 하수 유출 여부를 150만시간 이상 기록한 데이터를 분석한 것이다.
지난 2022년 기준 비가 오지 않는 날에 방류된 미처리 하수는 200일 이상에 달하고 방류 시간은 약 2만9000시간 이상 지속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미처리 하수 유출은 영국에서 여름휴가 기간 사람들이 더위를 식히려 물놀이하던 시기에도 벌어졌다.
하지만 조사 대상에 포함됐던 수도 회사 6곳은 데이터 분석과 방법론에 문제를 제기했다.
이들은 미처리 하수량 데이터가 검증되지 않았고 오류가 있다고 주장한다. 하수 유출 시작과 중단 시점을 기록하는 모니터가 오작동해서 잘못 기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일부 배수구의 경우 집수 면적이 넓고 강우가 시스템을 통해 배수되는 데 며칠씩 걸릴 수 있기 때문에 비가 오지 않는 날이라고 해도 검출된 하수가 비 오는 날의 잔여물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이에 BBC는 주변 지역에 4일 연속으로 비가 내리지 않은 경우에만 건조한 날씨에 벌어진 유출로 간주해 배수 시간을 계산했다고 반박했다.
건기에 미처리 하수가 불법 방류된 사실에 대해서도 수도 회사마다 인정하는 범위는 제각각이다.
지난 5월 영국 공학자들과 의료 전문가들은 공개 보고서를 내고 하수 처리 네트워크와 도시 설계 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인간의 배설물로 오염된 하천으로 인해 발생하는 위험이 증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해당 보고서 공동 저자였던 엑세터 대학교의 데이비드 버틀러 수공학 교수는 "(하수 유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수도회사들의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빗물 유출을 줄이고 파이프에 더 많은 용량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도시와 마을 설계를 개선하는 방안을 다시 고민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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