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2024 우크라의 각오 "경기 전 전쟁에 목숨 잃은 어린이 영상 봤다"
"경기 결과와 진정한 모습 보여줄 것…유니폼 입을 때마다 상기시키려 노력"
"경기장에서 군인들과 같은 열정과 기개 보여주는 것이 중요"
- 이창규 기자
(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전쟁 전에는 경기 결과만 생각했다면 지금은 결과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줄 생각이다"
'유럽 월드컵'이라고도 불리는 유로 2024가 이번 주 개막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축구 국가대표팀이 대회 참가에 대해 남다른 의지를 나타냈다.
세르히 라브로프 우크라이나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13일(현지시간) CNN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우크라이나에서 축구가 가장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유로 대회에서 성공적인 성과는 국민들의 긍정적인 감정을 독려할 것이라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라브로프 감독은 전쟁 중 선수들을 관리하고 대회에 참가하는 것에 대해 어려움을 토로하면서도 "돌아다니며 경기를 치르는 일은 매우 힘든 일이다. 그러나 전쟁터에서 싸우고 있는 이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우크라이나는 전쟁으로 인해 폴란드, 슬로바키아, 체코 등에서 홈 경기를 치렀다.
그는 "선수들이 노란색과 파란색 유니폼을 입을 때마다 무엇을 위해 싸우고 있는지 상기시키려고 노력한다"며 "팀 미팅 중 최전선에서 싸우고 있는 이들의 메시지를 전달하거나 경기 전 선수들에게 전쟁으로 목숨을 잃은 아이들의 영상을 보여주기도 하는데 영상을 본 선수들은 다른 마음가짐으로 경기에 임한다"고 덧붙였다.
라브로프 감독은 "예선 경기 참가했다는 것만으로도 우크라이나 국민들에겐 좋은 소식이란 걸 알지만 본선에서 자랑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 선수들에게 축구가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경기에) 집중하면서도 승리 외에 다른 목표도 있다"며 "지금은 열심히 준비해서 우리나라의 정신을 다시 한번 보여주고 군인들이 보여준 것과 같은 열정과 기개를 경기장에서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는 유로 2024 조별리그 예선에서 잉글랜드와 이탈리아에 이어 3위에 오르며 본선 진출권을 놓쳤으나 에선 플레이오프에서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와 아이슬란드를 꺾으면서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유로 2024에서 슬로바키아, 루마니아, 벨기에와 한 조에 속한 우크라이나는 오는 17일 루마니아와 첫 경기를 치른다.
한편 우크라이나 축구 국가대표팀 외에도 국제 경기에 참가한 우크라이나 선수들은 혼신의 힘을 다하면서 오랜 전쟁으로 피폐해진 국민들을 응원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2024 유럽육상선수권 대회' 여자 경보 20km 경기에서 막판 스퍼트로 동메달을 획득한 류드밀라 올리아노브시카는 "전쟁 중인 조국 우크라이나를 위해 메달을 따고 싶었다"며 "마지막까지 힘을 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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