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웨일스 우주 감시 레이더 설치 계획에 주민·시민단체 '반발'[통신One]

미국·호주·영국 안보동맹 오커스, 2030년 우주 감시 레이더망 공동 가동
"웨일스와 전 세계 위협…우주 통제하려는 시도에 가담 원치 않아"

6일(현지시간) 프랑스 노르망디 생로랑쉬메르 오마하 해변에서 그랜트 섑스 영국 국방장관이 나치 독일 해방 80주년 국제 기념식에 참석하고 있다. 2024.06.06/ ⓒ 로이터=뉴스1 ⓒ News1 권진영 기자

(런던=뉴스1) 조아현 통신원 = 영국 정부가 웨일스에 지상 기반 우주 감시 레이더(Deep Space Advanced Radar Capability·DARC) 기지 건설을 앞두고 환경영향평가를 진행 중인 가운데 현지 주민들과 시민단체가 반발하고 있다.

12일(현지시간) BBC방송 등에 따르면 시민단체 운동가들은 "영국 유일의 해안 국립공원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우주 감시 레이더 27개를 설치하려는 계획은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주민들과 시민단체는 영국 국방부가 추진하는 우주 감시 레이더 설치 계획의 전면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영국 국방부는 해당 시스템이 우주 전쟁으로부터 국가를 보호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미국과 호주, 영국 국방부는 안보 협의체인 ‘오커스(AUKUS)’을 통해 오는 2030년 말까지 우주 감시 레이더를 가동하기로 했다.

영국 국방부에 따르면 해당 프로그램은 24시간 연중무휴로 가동하고 지구에서 최대 3만6000km 떨어진 우주 깊은 곳에 있는 물체와 특성을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다.

또한 미국과 호주, 영국이 각각의 지상 기반 우주 감시 레이더 네트워크를 공동으로 운영하면서 우주 교통 관리를 지원하고 위성을 감시한다.

3개국은 개별 국가가 가진 지리적 이점과 공동 운영하는 우주 감시 레이더를 활용할 경우 육해공군 모두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중요 인프라를 보호하고 향후 우주 산업 개발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과 영국은 러시아와 중국이 위성을 파괴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무기를 개발하고 있다고 비판해왔다.

첫 번째 우주 감시 레이더 기지는 호주에 설치돼 2026년부터 가동될 예정이다. 영국 기지는 웨일스 서쪽 끝자락에 있는 세인트 데이비드 근처의 코더바락에 들어선다. 최종 결정은 환경영향평가와 펨브룩셔 지방회의의 계획 신청에 달렸다. 나머지 기지 한 곳은 미국에 건설된다. 오는 2030년부터는 미국, 호주, 영국의 우주 감시 레이더가 모두 가동될 예정이다.

지역 주민들은 현재 펨브룩셔 해안 국립공원 근처에 있는 옛 왕립공군 위성 기지인 RAF 브라위디 부지에 우주 감시 레이더를 설치하는 계획에 반대하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펨브룩셔는 영국군의 전자전(電子戰) 부대인 제14통신연대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질 에반스 영국 웨일스 핵 군축 캠페인(CND) 전 의장은 "지역 사회에 대한 위협이기도 하지만 웨일스와 전 세계에 대한 위협이기도 하다"며 "우주에서 일어나는 일을 통제하려는 시도이고 웨일스가 이에 가담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웨일스를 평화로운 나라로 만들고 싶다"며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웨일스 핵 군축 캠페인 단체는 이달 말 공개회의를 하고 영국 국방부의 우주 감시 레이더 기지 설치 계획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한편 우주 전쟁 전문가인 블레딘 보웬 박사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오늘날 우주에는 최대 9000개 위성이 모든 유형의 경제와 안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피자를 배달하든 폭탄을 1미터 이내 정확도로 배달하든 모두 위성에 의존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따라서 우주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더 잘 이해하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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