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유럽의회 극우 약진에 "우크라 전쟁 지원한 탓" 반색

"무능한 정책 탓…마크롱·숄츠, 은퇴할 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SPIEF) 회의에 참석해 “러시아의 핵 사용에 대한 교리를 수정하거나 핵무기 실험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2024.06.09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러시아 정계 주요 인사들이 유럽의회 선거에서 극우 정당의 약진을 두고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원한 결과라는 취지의 발언을 내놨다.

10일(현지시간) 폴리티코 유럽판에 따르면 뱌체슬라프 볼로딘 러시아 하원(국가두마) 의장은 텔레그램에 "(에마뉘엘) 마크롱과 (올라프) 숄츠는 마지막 남은 힘으로 권력을 고수하고 있다"며 "그들이 해야 할 옳은 일은 사임하고 자국민을 조롱하는 일을 중단하는 것"이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경제는 침체하고 있고, 이주 위기가 있으며, 국가들은 자국의 이익에 반하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휘말리고 있다"며 "이런 점을 고려할 때 프랑스와 독일의 선거 결과는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친(親)크렘린궁 러시아 정치학자 세르게이 마르코프도 "마크롱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부채질했기 때문에 프랑스 국민이 마크롱을 거부한다는 점을 이해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아마도 마크롱은 이러한 점을 이해하는 대신에 확전을 택하고 러시아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전쟁을 시작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도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마크롱과 숄라프는 유럽의회 선거 결과를 보았느냐"며 "당신들의 무능한 정책의 결과"라고 썼다.

또 "우크라이나는 당신의 시민, 당신의 경제와 이민 정책을 희생하고 있다"며 "이 다음 무엇이 나올지 지켜봐라. 이제 역사의 잿더미로 사라질, 은퇴할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러시아 크렘린궁에서는 "주의 깊게 관찰하고 있다"는 짧은 논평을 내놨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에게 "다수는 친(親)유럽과 친우크라이나 정당이 되겠지만, 우파 정당의 인기가 상승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는 친유럽파가 지도자 자리를 유지하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우파 정당이 그들의 뒤를 밟을 것"이라며 "우리는 이러한 과정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9일까지 나흘간 진행된 유럽의회 선거에서 '유럽 보수와 개혁'(ECR), '정체성과 민주주의'(ID)와 같은 극우세력 측 의석은 기존보다 늘어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번 선거에서 마린 르펜이 이끄는 극우 성향의 국민연합(RN)이 자국 내 득표율 1위를 기록했다는 출구조사 결과가 공개되자, 의회 해산과 조기 총선 진행을 전격 결정하기도 했다.

독일에서도 극우 정당인 독일대안당(Afd)이 약진했다. AfD의 득표율은 2019년 11%에서 15.9%로 올라 2위를 차지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우리는 그것(극우 정당의 약진)에 대해 걱정해야 한다"며 "이것에 익숙해져서는 안되고, 이들을 밀어내는 것이 과제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yeseu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