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회 우파 급증에…이민·국방·기후위기 대응 '우향우' 불가피

이민 관련 국경 보안 강화…러·중 가까운 국가들 움직임도 주목
전략산업 관한 보호주의 강화 추세…기후위기법 재조정 가능성

유럽의회 선거에서 극우정당 국민연합(RN)의 승리에 항의하는 수백명의 시민들이 9일 파리 중심부 레퓌블리크(공화국) 광장 마리안 동상에 올라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2024.06.10 ⓒ AFP=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서울=뉴스1) 조소영 기자 = 9일(현지시간)까지 나흘간 치러진 유럽의회 선거에서 극우정당들이 약진한 것으로 파악되면서 유럽연합(EU)의 주요 정책 방향들에 '우향우' 성향이 가미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민과 기후위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방위 문제 등이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대표 사안들로 꼽힌다.

미(美) CNN 방송 등이 출구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내놓은 의석 전망에 따르면 EU 27개 회원국을 대상으로 4일 동안 치러진 유럽의회 선거에서 극우정당들은 유럽의회 총 720석 중 약 150석을 차지할 것으로 나타났다.

주류 세력인 중도우파 유럽국민당(EPP)이 제1당 지위를 유지하기는 했지만 '유럽 보수와 개혁'(ECR), '정체성과 민주주의'(ID)과 같은 극우세력 의석이 기존보다 늘어날 것으로 관측됐다. 이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EPP가 의회에서 이끄는 중도 연정은 특정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서는 ECR에 의존해야 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앞으로 의회의 결정에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주요 사안 중 하나로는 이민정책이 거론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이스라엘과 하마스(팔레스타인 무장정파) 간 전쟁으로 유럽으로 넘어오는 이민자가 급증한 가운데 각국 내 일각에서는 이로 인한 안보 불안감 등에 따른 불만이 고조돼 있는 상태다. 우파 정당들은 이에 발맞춰 국경 보안 강화 및 EU 외부에서 오는 입국자에 대한 강경 대응을 주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러-우 전쟁'과 관련해서는 기존의 국방 정책이 당장 뒤바뀌지는 않겠으나 러시아, 중국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일부 극우·극좌국가들의 어깃장이 있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외교와 국방은 일차적으로 유럽의회가 아닌 EU 각국의 주권에 속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럽의회는 전 유럽의 국방 프로젝트를 둘러싼 국가와 기업 간 협력 촉진, 각국의 통합적인 무기 구매 계획 수립 등에 있어 일정한 역할을 갖는다.

이와 관련해 국방비 지출을 방해하거나 유럽을 향한 미국의 영향력을 축소시키려는 움직임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유럽의회에서 '유럽 보수와 개혁'(ECR)을 이끌고 있는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10일(현지시간) 로마에서 유럽의회 선거가 끝난 뒤 환하게 웃으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06.10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아울러 극우정당들의 특징 중 하나로 꼽히는 인종 등을 근거로 한 '민족주의적 성향'이 강해지면서 새 회원국을 받아들여 EU를 확대하려는 움직임 또한 약화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때문에 다음 유럽의회 선거가 치러지는 2029년까지 EU는 현 27개국으로 남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사회·정치적인 면 외에 산업 분야에 관한 변화도 주목된다. 미 언론 CNBC는 전문가를 인용해 "차기 (EU) 집행위원회와 의회는 전략 산업에 대한 보호주의와 개입을 강화하는 추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동일선상에서 기후위기 정책에 대해서도 회의적 색채가 짙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고물가, 지지부진한 경제성장에 지친 여론을 보수세력이 관철하면서다.

대표적으로 EU는 2030년까지 기후변화 관련 목표 달성을 위해 청정에너지 촉진과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축을 위한 조치들을 법제화해왔지만 다수 법규가 재검토를 거치며 조정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를테면 2035년까지 내연기관 차량의 신규 판매를 금지하려는 계획의 폐기와 같은 것들이다.

cho1175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