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두 딸, 공식석상에 이례적 등장…'건강 이상설'에 정권 공고화?
푸틴, "내 딸 맞다" 시인 없이 사생활 비밀에 부쳐
- 김예슬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두 딸이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8일(현지시간) CNN과 뉴욕포스트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의 장녀인 마리아 보론초바(39)와 둘째 카테리나 티코노바(37)는 지난 5일부터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국제경제포럼(SPIEF)에 참석했다.
현재 모스크바 주립 대학에서 인공 지능 이니셔티브를 운영하는 티코노바는 지난 6일 군사복합체의 기술 주권 보장에 관한 포럼에 영상으로 참석했다. 티코노바는 국가지적개발재단의 총책임자로, 포럼 연사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러시아 과학진흥협회 회원인 내분비학자 보론초바는 지난 7일 생명공학과 생물생산 혁신에 대해 직접 연설에 나섰다. 두 딸 모두 서방의 제재를 받고 있다.
보론초바와 티코노바는 푸틴 대통령이 전 부인 류드밀라 나발나야 사이에서 태어난 딸들이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2014년 류드밀라와의 결혼 생활을 30년 만에 끝냈다.
특히 일각에서는 푸틴 대통령의 재산 중 일부가 가족 계좌로 흘러 들어갔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2월 옥중에서 사망한 러시아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의 반(反)부패 재단은 보론초바가 2019년부터 2022년까지 1000만 달러(약 138억 원)를 벌었다고 밝혔다.
아울러 푸틴 대통령은 그간 이들이 자신의 딸이라는 점을 명확히 밝히지도 않는 등 사생활을 비밀에 부쳐왔다.
CNN은 전문가들을 인용해 "푸틴 대통령이 남들에게 악용될 수 있는 약점을 보여주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이 탓에 최근 건강 악화설에 시달린 푸틴 대통령이 자신의 죽음 이후에도 크렘린궁 결속을 공고히 하기 위해 두 딸을 공개 석상에 세운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러시아 엘리트들이 푸틴 이후의 세계를 준비하고 있다는 지표로 여겨지는 움직임"이라며 "푸틴 대통령의 사망 또는 그가 권력을 포기해야 하는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 그들(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고안된 족벌주의적 전술"이라고 평가했다.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벤 노블 러시아 정치학과 교수는 더 타임스에 "이는 푸틴 대통령이 엘리트 구성원들에게 자신들이 보살핌을 받고 있고, 그들의 자녀도 보살핌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확실히 함으로써 이들의 정권 충성을 보장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정치학자 예브게니 민첸코는 재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정치 엘리트들의 자녀가 부상하기 시작했다"며 "친족 관계는 푸틴 정권의 필수적인 요소"라고 전했다.
yeseu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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