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웨일스 게팅 수반 불신임 가결…당내 결속력 균열[통신One]

같은 당 의원 2명 불참에 2표 차로 불신임안 통과
웨일스 노동당 의장 "민주적 절차로 선출된 지도자" 감싸기

영국 웨일스의 한 개표소에서 본 게팅 제1장관이 선거 결과를 발표한 후 연설하고 있다. 2021.05.07/ ⓒ 로이터=뉴스1 ⓒ News1 권진영 기자

(런던=뉴스1) 조아현 통신원 = 영국 웨일스 자치정부 수반인 본 게팅이 환경법을 위반한 업자가 기부한 선거 후원금으로 비판을 받던 와중에 웨일스 보수당이 제기한 불신임 투표에서까지 패배하면서 리더십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향후 게팅 수반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 사퇴할 가능성마저 제기된다.

지난 5일 실시된 본 게팅 웨일스 수반의 불신임 동의안은 세네드(웨일스 의회) 의원 29명이 찬성하고 27명이 반대표를 던지면서 2표 차로 가결됐다.

세네드 의회 의원은 모두 60명으로 구성돼 있고 이 가운데 30명은 웨일스 노동당 의원이 차지하고 있다.

웨일스 노동당 대표이자 웨일스 제1장관이기도 한 게팅은 불신임안이 투표에 부쳐지기 하루 전날에도 승리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정작 투표 당일 웨일스 노동당 의원 2명이 불참을 통보하면서 투표 결과에 쓴 맛을 봐야 했다.

게팅은 불신임 투표가 시작되기 전까지 애써 담담한 태도를 유지하려 했지만 결국 눈물을 흘렸고 동료 의원이 어깨를 토닥이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6일(현지시간) BBC 방송과 파이낸셜 타임스(FT) 등에 따르면 건강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불참한 웨일스 노동당 의원 두 명은 최근 게팅 수반과 마찰을 빚었던 한나 블라이신과 리 워터스 의원이다.

블라이신 의원은 코로나19 팬데믹 관련 업무상 메시지를 유출했다는 이유로 게팅 수반에 의해 사회파트너십 담당 장관직에서 해임됐고 이후로는 의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는 자신에게 제기된 관련 혐의에 대해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워터스 의원은 게팅 수반이 폐기물 불법 투기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업자 데이비드 닐로부터 20만 파운드(약 3억5000만원)의 선거 후원금을 받은 것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해 왔다.

비키 하웰즈 웨일스 노동당 의장은 "불참 의사를 밝힌 의원 두 명이 참석했다면 게팅 수반을 지지했을 것"이라면서 뒷수습에 나서기도 했다.

하웰즈 의장은 BBC 라디오 인터뷰에서 "게팅은 민주적으로 선출된 웨일스 노동당의 지도자"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게팅 수반은 유럽 국가 최초의 흑인 지도자라는 타이틀을 달면서 지난 3월 임기를 시작하면서부터 큰 관심을 받아왔다.

그의 리더십에 가장 큰 타격을 입힌 것은 환경법 위반으로 2차례나 유죄 판결을 받은 업자 데이비드 닐로부터 20만 파운드 선거 자금을 받았다는 폭로였다.

이어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재임했던 기간 동안 코로나19 감염병에 대응하면서 업무상 주고받은 메시지를 향후 정보공개 청구에 의해 제출을 요구받을 상황을 우려해 의도적으로 사전에 삭제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 과정에서 문자 내용을 유출한 혐의를 받은 블라이신 의원이 사회 파트너십 장관 직에서 해임됐고 웨일스 민족주의 정당인 플라이드 컴리도 연대를 파기하면서 게팅 수반은 내각 운영에도 점차 어려움을 겪게 됐다.

게다가 마크 드레이크포드 전 장관이 지난 4일 저소득층 학생들의 학습권을 개선하기 위한 학제 개편 계획을 정부가 연기하자 언성을 높이면서 비판한 일에도 이목이 쏠렸다. 이전 정부가 추진했던 정책 중단으로 전 수반이었던 드레이크 포드 의원이 정면으로 맞선 것은 유례가 없던 일이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웨일스 노동당 안에서도 혼란과 갈등이 점차 두드러지는 상황으로 비쳐졌다.

이번 불신임 투표는 구속력이 없다. 게팅 수반도 이번 불신임 투표 결과와 관계없이 임기를 계속 이어 나갈 것이라는 의지를 나타냈다. 하지만 웨일스 보수당이 총선을 앞두고 쏘아 올린 제1장관에 대한 불신임안 두표가 게팅의 리더십과 웨일스 노동당의 결속력에 확실한 균열을 만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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