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난민 출신 40대 흑인 여성, 북아일랜드 시장으로 선출[통신One]

극우세력 협박에 시달리고 선출 과정 불만 표출한 당내 의원들 떠나기도
북아일랜드의 첫 흑인 시장…"종교·민족·배경 관계없이 모두 위해 일할 것"

북아일랜드 런던데리와 스트러밴 지역의 시장으로 선출된 릴리안 세노이 바르(42). 북아일랜드에서 흑인으로서 시장 직을 수행하게 되는 것은 세노이 바르가 처음이다.(세노이 바르의 SNS 엑스 갈무리) 2024.05.27/

(런던=뉴스1) 조아현 통신원 = 영국에 난민으로 도착해 지역 사회에 뿌리를 내린 흑인 여성이 북아일랜드 제2의 도시인 런던데리와 스트러밴을 대표하는 시장으로 선출돼 이목이 쏠린다.

영국 북아일랜드 역사상 시장 직에 흑인이 임명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7일(현지시간) 일간 가디언과 인디펜던트 등에 따르면 릴리안 세노이 바르는 오는 6월 3일 런던데리의 길드홀에서 임명장을 받고 시장으로서 활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올해 42세의 젊은 여성인 세노이 바르는 지난 2010년 아프리카 케냐를 떠나 북아일랜드에 난민으로 도착했다.

세노이 바르는 의사 아버지와 사업을 운영하는 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케냐의 마사이족 출신으로서 전통과 문화적 유산을 자랑스러워했지만 대학에 다니는 동안 여성에게 강요되는 조혼이나 할례, 장애에 대한 미신에 반대하는 캠페인도 벌였다.

그는 이후 자폐증을 앓고 있는 아들을 보호하기 위해 북아일랜드로 이주를 결심한다.

지난 2012년 이민자들의 권리 향상을 도모하기 위한 '북서 지역 이민자 포럼'을 결성했고 2015년 온건 민족주의 정당인 북아일랜드 사회민주노동당(SDLP)에 입당한다.

당 대표인 콜럼 이스트우드의 권유로 세노이 바르는 시의회 의원 선거에 출마했고 2019년 낙마했지만 2021년 보궐선거에 당선됐습니다. 또한 2023년에도 의원직을 유지하게 됐다.

세노이 바르가 시장직에 당선된 이후 사회민주노동당에서는 의원 2명이 선출 과정에 불만을 품고 당을 탈퇴하는 일도 벌어졌다.

당에서는 임명을 옹호하면서도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못한 점에 대해 사과했다.

지역 공동체 안에서는 세노이바르가 런던데리와 스트러밴 시장으로 선출되면서 다민족 정체성을 지닌 흑인 여성이 과거 벨파스트 평화협정을 끌어낸 노벨평화수상자 존 흄의 뒤를 이어 지역을 이끌게 됐다는 자부심도 형성됐다.

하지만 동시에 세노이 바르의 안전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모두가 그를 환영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세노이 바르는 이전부터 극우 활동가들로부터 살해 협박과 인종차별적 폭언에 시달려 왔다.

또한 세노이바르가 시장으로 선출된 지역은 아일랜드 국경과 인접해 있기 때문에 지역사회 안에서는 이주민과 난민에 대한 반발도 일부 존재한다. 북아일랜드를 통해 아일랜드로 넘어가는 망명 신청자 문제로 영국과 아일랜드 정부 간에 벌어지는 갈등도 계속되고 있다.

세노이 바르는 자신에 대한 혐오 세력이 의회를 이끌어 가는 것을 막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일간 가디언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 도시는 저에게 많은 것을 주었다"며 "가족을 주었고, 안전한 환경을 주었고, 친구를 주었고, 집을 주었으니 보답하고 싶을 뿐"이라고 전했다.

또한 "종교와 민족, 배경과 관계없이 도시의 모든 사람들을 위해 일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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