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경찰에 몸수색 당한 10살 미만 어린이 한 해 400명 넘어[통신One]

주요 이유, 마약 또는 공격용 흉기 소지 의심
경찰 개혁 캠페인 단체 "인권 침해 그 자체…트라우마 돌이킬 수 없어"

13일(현지시간) 영국 잉글랜드 노팅엄 길거리에서 경찰이 경계 태세로 주변을 살피고 있다.. 2023.06.13/ ⓒ 로이터=뉴스1 ⓒ News1 박재하 기자

(런던=뉴스1) 조아현 통신원 = 영국 잉글랜드와 웨일스에서 지난 한 해동안 400여명이 넘는 10살 미만의 어린이가 경찰의 검문과 신체 수색(strip-search)을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26일(현지시간) 일간 가디언 일요판 옵서버와 영국 범죄 치안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2023년 잉글랜드와 웨일스에서 형사처벌 책임이 없는 10세 미만의 어린이 432명이 경찰의 검문과 신체 수색을 받았다.

외투나 장갑, 모자를 벗도록 요구하는 것은 신체 수색에 해당하지 않는다.

신체 수색은 티셔츠나 바지를 벗으라고 지시하거나 특정 신체 부위 확인을 요청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전체 몸수색 사례 가운데 4분의 1이 흑인이나 아시아계 또는 소수 민족 출신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고 인구 대표성과 비교하더라도 불균형적으로 높은 수치라고 옵서버는 전했다.

관련 검문과 신체 수색 건수 가운데 대다수에 해당하는 79%가 추가적인 공식 조사나 비공식 조사로도 이어지지 않았다.

10세 미만 아동에 대한 신체 수색 건수는 잉글랜드 남서부 에이번과 서머셋 경찰 관할에서 117건으로 가장 많이 발생했다. 잉글랜드 남동부이자 런던 외곽지역인 켄트와 런던 메트로폴리탄 경찰이 그 뒤를 이었다.

잉글랜드 켄트와 데번, 콘월 경찰서에서는 10세 미만에 해당하는 어린이를 수색하면서 겉옷 이상을 벗기는 검문과 수색 행위를 한 것으로 기록됐다.

신체 수색 사례 가운데 200건 이상은 불법 약물과 관련된 것이었고 87건은 공격용 무기 소지 혐의와 관련된 것이었다.

지난 2023년에는 9개 경찰서가 불심검문 또는 수색 데이터를 정확히 입력하지 않거나 수색 대상자의 연령을 표시하지 않았다.

메트로폴리탄 경찰을 포함한 11개 경찰서가 아동의 몸 수색 여부를 부분적으로만 기재하거나 아예 내용을 기록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동 신체 수색 건수 가운데 4분의 1은 경찰이 아동을 상대로 구체적으로 어떤 수색을 했는지 그리고 수색 결과가 어떻게 됐는지도 적어놓지 않았다.

영국 경찰의 개혁을 촉구하는 캠페인 단체인 스톱워치(Stop Watch)는 일간 가디언과의 인터뷰를 통해 "10세 미만의 어린이에게 검문이나 신체 수색 권한을 사용하는 것은 인권 침해 그 자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특히 몸수색 도중에 그리고 이후에 아동이 겪는 심리적 고통과 협박에 얼마나 큰 영향을 받을지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며 "경찰이 아이들의 정서에 초래하는 트라우마는 결코 되돌릴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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