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방공망·佛핵우산 확대…러 위협에 유럽서 '자강론' 반향[딥포커스]
우크라전·트럼프 우려로 '자강론' 띄우는 유럽…공동안보 정책
"EU 시민 77% 공동안보 정책 찬성…방위 역량 강화 공감대"
- 박재하 기자
(서울=뉴스1) 박재하 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유럽 국가들에서 '유럽 자강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자체적인 무기 생산 확대는 물론, 유럽 통합 방공망 구축과 프랑스의 핵우산을 유럽 전체로 확대하는 방안 등 구체적인 내용이 잇달아 제기되는 모양새다.
23일(현지시간) 폴리티코에 따르면 유럽연합(EU) 자체 여론조사 기관인 ‘유로바로미터'는 이날 지난달 3~24일 실시한 조사 결과 27개 회원국 시민의 77%가 EU 회원국 간의 공동 국방·안보 정책에 찬성한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또 71%는 EU가 자체적인 군사 장비 생산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답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러한 정서는 EU 회원국 지도자 사이에서도 공통으로 나타났다.
폴리티코가 입수한 EU의 2024~2029년 정책과제 관련 문서에 따르면 EU 지도자들 사이에서는 "안보와 국방에 더 큰 책임을 지겠다는 목표에 대한 압도적인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명시됐다.
아울러 이를 통해 "방위 산업 제품과 서비스를 위한 내부 시장을 창출해 생산 역량을 향상하고 공동 조달을 촉진"한다는 목표도 언급됐다.
이렇게 유럽이 방위력 증강에 나서는 이유로는 길어지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꼽힌다.
초기에 서방의 도움으로 러시아를 잘 막아냈던 우크라이나는 이제 러시아의 물량 공세에 고전하며 전선에서 밀리는 형국이다.
심지어 최근에는 러시아가 전술핵무기 발사 훈련에 돌입하는 등 우크라이나는 물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대한 경고 수위를 높이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 출마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나토 회원국들이 방위비를 더 부담하거나, 러시아가 나토 동맹을 공격해도 자국 안보를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하며 동맹을 흔들고 있다.
이에 유럽 국가들은 저마다 구체적인 안보 강화 방안을 내세우며 위기를 타개하려는 모습이다.
폴리티코가 입수한 EU 문서에는 방위력 증강 예산을 마련하기 위해 유럽투자은행(EIB)의 권한을 확대해 방위 산업 육성을 위한 대출의 문턱을 낮추거나 채권을 발행하는 방안도 거론됐다.
나토의 32개 회원국 중 3분의 2는 국내총생산(GDP)의 2%를 국방비로 지출한다는 공동 목표를 달성했지만 영국과 폴란드 등에서는 이를 더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폴란드와 그리스는 EU 회원국의 취약한 방공체계를 지적하며 유럽 전체를 보호하기 위한 통합 방공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하기도 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접한 폴란드와 루마니아에서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드론과 미사일 등이 영공을 침범하는 일이 종종 발생했다.
EU 내 유일 핵보유국인 프랑스에서는 자국의 핵우산을 유럽 전체로 확대하는 파격적인 방안도 언급됐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달 "유럽이 죽을 수도 있다"라며 프랑스의 핵무기도 유럽 방위에 대한 논의에 포함된다고 말해 '프랑스 핵우산 확장론'을 펼친 바 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도 마크롱 대통령의 구상을 환영한다며 "유럽인들이 나토 내에서 방위비 분담에 더 많이 기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랜트 섑스 영국 국방부 장관도 "이제는 전 세계가 깨어날 때다"라며 "이는 우리의 집단 억지력에 대한 동맹 전체의 지출을 늘리기 위한 토대를 마련하는 것에서 시작된다"라고 강조했다.
jaeha67@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