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ICC 체포영장 청구, 이스라엘·하마스 같다는 인상 줘"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국제형사재판소(ICC) 검사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지도부를 상대로 전쟁범죄 혐의로 체포영장을 동시에 청구하자 독일 정부는 양측이 동일하다는 잘못된 인상을 심어준다고 지적했다.

로이터·AFP 통신에 따르면 독일 외무부는 20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하마스는 형언하기 힘든 상황에서 이스라엘 인질 계속 억류하고 로켓으로 이스라엘을 공격하며 가자지구 민간인을 방패막이로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스라엘 정부는 국민을 보호하고 방어할 권리와 의무가 있다"며 "국제 인도법상의 의무가 적용된다는 점도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ICC 검사가 "하마스 지도자들과 이스라엘 관리 두명에 대한 체포 영장을 동시에 청구함으로써 양측이 동등하다는 잘못된 인상을 심어줬다"며 "법원은 매우 다른 사실 관계를 판단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영국 총리실도 ICC의 체포영장 청구가 가자지구 전쟁 휴전과 하마스 피랍 인질 석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총리실 대변인은 이날 '네타냐후 총리가 영국을 방문하면 체포할 것'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가설엔 답하지 않겠다"면서 ICC의 체포영장 청구가 "전투를 중단하거나 인질을 빼내거나 가자지구가 인도적 지원을 받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대변인은 또한 "영국은 다른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아직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이스라엘은 로마규정의 당사국도 아니다. 체포영장을 청구할 관할권이 ICC에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앞서 이날 카림 칸 ICC 검사장은 ICC 로마규정에 명시된 전쟁 범죄와 인도에 반한 죄를 위반한 혐의로 네타냐후 총리와 갈란트 국방장관과 함께 야히야 신와르, 무함마드 디아브 이브라힘 알마스리(데이프), 이스마일 하니예 등 하마스 지도자 3명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지난해 10월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이스라엘 측에서 1200명이 살해되고 240명이 납치되자 이스라엘군이 하마스 소탕을 목표로 7개월 넘게 가자지구에서 군사 작전을 펼치면서 가자 전역의 누적 사망자는 3만5000명을 넘겼다. 이에 칸 검사장은 인명피해에 대한 양측 고위 관료의 형사적 책임을 물은 것으로 ICC 재판부는 향후 심리를 통해 이들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로마규정에 따라 2002년 발족한 ICC는 상설재판소로 △집단학살(제노사이드) △반인도적범죄 △전쟁범죄 △침략범죄를 저지른 개인을 국제법에 의거해 형사처벌한다. 체포영장이 발부되면 회원국이 직접 경찰력을 동원해 신병을 확보해야 하는데, 이스라엘은 로마규정에 가입하지 않은 만큼 실제 체포될 가능성은 낮다. ICC도 피고인이 참석하지 않는 궐석 재판은 진행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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