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수낵 총리 '졸업 비자' 폐지 내각 반대에도 부딪혀[통신One]
옵저버 "현직 재무·외무·교육부 장관도 동의하지 않아"
교육계 인사 잇따라 반대 표명…UCL 총장 "국가적 자해행위"
(런던=뉴스1) 조아현 통신원 =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해외 유학생들이 졸업 이후 최대 2년 동안 거주하거나 일할 수 있도록 하는 졸업비자 제도를 폐지 또는 축소하려는 계획에 대해 내각 주요 인사들의 반발에 부딪힌 것으로 나타났다.
19일(현지시간) 일간 가디언의 자매지 옵저버에 따르면 수낵 총리는 보수당이 이민에 대해 더 강경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일부 강경파의 압력에 따라 졸업 비자를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영국의 각 대학들은 해당 조치가 대학 재정을 악화시키고 지역 경제에도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기업들도 국제적 역량을 갖춘 인재 유치에 어려움을 겪게 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최근 교육계 전반에서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지면서 정부 부처 장관들도 반대 의견에 동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옵저버는 질리언 키건 교육부 장관, 제러미 헌트 재무장관, 데이비드 캐머런 외무장관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고 전했다. 사실상 내각 주요 장관 대부분이 반대하는 셈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키건 교육부 장관이 교육 부문에 해를 끼칠 수 있는 움직임은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전했다. 현재 해외 유학생들로부터 대학이 얻는 재정적 혜택이 크기 때문에 반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헌트 재무장관도 졸업비자 폐지와 관련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모든 조치에 반대할 것이라는 의견을 피력하면서 간접적으로 반대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캐머런 외무장관은 졸업 비자 폐지로 인해 해외 대학과의 관계가 악화할 가능성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은 이미 브렉시트 이후 유럽연합(EU)의 대학 교류 프로그램인 '에라스무스(Erasmus)' 참여국에서 제외됐다.
1987년부터 EU 국가 대학 간 교환 학생과 인턴십, 전문분야 수습제도 등을 공유해오던 에라스무스 네트워크가 사라지면서 청년층이 세계 주요 도시에서 공부하고 직업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상실했다는 비판이 영국 안에서도 제기됐다.
마이클 스펜스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총장은 지난 18일 파이낸셜 타임스(FT)에 낸 기고를 통해 "우리는 지난 며칠 동안 유학생과 그들이 영국에 가져다주는 엄청난 가치에 대한 강력한 지지 연합이 형성되는 것을 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에 자문을 제공하는 독립기구인 이민자문위원회부터 기업 리더들과 지역 사회에 이르기까지, 정부가 졸업 후 2년동안 영국에 체류할 (유학생들의)권리를 제한하는 것은 국가적 자해행위"라고 강조했다.
이어 "해외 유학생들이 학업 기간동안 영국 경제에 약 370억 파운드(약 63조7051억원)의 순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준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며 "이들의 경제적 혜택과 기여도를 설명하는 데이터는 무수히 많다"고 설명했다.
스펜스 총장은 "오래 지속되는 인맥을 형성해 영국인 학생들의 경험을 풍부하게 하고 문화적, 사회적 구조에도 활기를 불어넣는다"며 "이러한 인간적인 관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해 5월 글로벌 정책 컨설팅 기업인 런던이코노믹스(LE)는 2021~2022학년도기준 영국 고등 교육기관에 등록한 유학생 집단이 영국 경제에 미치는 순 이익은 학업 기간동안 374억 파운드(약 64조3938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보고서를 통해 밝혔다.
영국 학부모들은 졸업 비자 제도 폐지가 실현될 경우 자녀들의 대학 등록금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민자문위원회(MAC)는 졸업 비자가 이민 통로로 남용되는지 조사해달라는 제임스 클레벌리 내무부 장관의 요청에 따라 긴급 검토를 실시한 결과 '광범위한 남용의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지난 15일 결론 내렸다.
영국 연구 중심 명문대학 연합체인 러셀그룹의 대표인 팀 브래드쇼도 이민자문위의 발표 직후 "불확실성을 종식하고 관련 제도가 계속될 것이라고 확인해달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수낵 총리에게 졸업비자 제한 조치에 압박을 가하는 주요 인사는 수엘라 브레이버만 전 내무장관과 로버트 젠릭 전 내무부 이민담당 장관 등 차기 보수당 지도부 후보들이라고 옵저버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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