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방한, 여름 이후에야 가능할 것…'한국의 기적'에 매일 감탄"[대사에게 듣는다]
필립 베르투 "프랑스 '낡은 이미지' 쇄신되길"
"미 대선, 어떤 결과 나와도 협력…러시아-북한은 안보리 결의 준수해야"
- 조소영 기자
(서울=뉴스1) 조소영 기자 = "나와의 만남을 통해 한국 젊은이들이 프랑스-한국 간 우호 대사가 됐으면 합니다."
필립 베르투 주한 프랑스 대사가 올해 5월로 한국에 온 지 거의 1년이 된다. 지난해 7월 부임한 베르투 대사는 7일 진행된 뉴스1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한국에 온 후로 '한국의 기적'에 감탄하지 않는 날이 없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부임 후 이룬 가장 기억에 남는 성과에 대해서는 "젊은 한국인들을 만날 기회가 있을 때마다 풍요로운 교류의 자리를 가졌다"면서 그들이 양국 가교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해 6월, 11월 프랑스에서 연이어 만남을 갖는 등 양국 관계가 어느 때보다 돈독히 유지되고 있는 가운데 관심을 모으고 있는 마크롱 대통령의 한국 방문에 대해 베르투 대사는 "여름 이후에 가능할 것이라고 보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파리올림픽이 7월 26일부터 8월 11일까지, 패럴림픽이 8월 28일부터 9월 8일까지 진행된다는 점에서다.
베르투 대사는 11월에 있을 미국 대선에 있어서는 "어떤 결과가 나오든 미국과의 협력은 많은 분야에서 여전히 필수적일 것"이라고 했다. 공화당 대선 후보로 뛰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앞서 미국, 프랑스 등이 속한 '서방 국가들의 군사동맹'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관련해 동맹국들이 방위비를 충분히 부담하지 않는다면 러시아가 이들을 공격하더라도 제지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발언해 논란이 인 바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한국에 대해서도 '방위비 분담금'에 있어 압박을 가하고 있다.
베르투 대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강력 비판하는 한편 러시아와 북한이 밀착하고 있는 데 있어서도 우려를 표했다. 그는 "북한과 러시아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를 준수하고 모든 (위반) 활동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아래는 일문일답.
-한국에서 지낸 1년은 어땠나.
▶매우 긍정적인 인상을 받았다. 도착하자마자 한국전쟁 정전 70주년 행사(2023년 7월)가 있었다. 참전용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유엔군 소속 프랑스 대대 용사들을 추모했다. 한국전 이후 대한민국이 이룩한 놀라운 행보를 가늠할 수 있는 기회였다. (부임 후) '한국의 기적'이라는 성과에 감탄하지 않는 날이 없다. 이같은 성과는 기술 및 산업만이 아니라 문화 분야의 한류 열풍에 이르기까지 전 분야에서 이루어졌다. 이는 양국 간 수많은 협력의 전망 또한 열어준다고 본다.
-부임 후 이룬 가장 기억에 남는 성과가 있다면.
▶상당히 어려운 질문이다. 한국에서의 모든 경험은 의미가 있기 때문에 그중 하나만 고르는 것이 어렵다. 그렇지만 학교나 대학에서 젊은 한국인들을 만날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항상 감동적이고 풍요로운 교류의 자리를 가졌다고 말하고 싶다. 이러한 자리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우기 때문에 항상 감사하다. 나와의 만남을 통해 이 젊은이들이 프랑스-한국 간 우호 대사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국빈 방한에 대해 "시기가 유일한 문제"라고 언급한 바 있다. 올해 성사가 가능할까.
▶6월에는 유럽의회 선거가 있고 7월에는 올림픽 대회가 열리기 때문에 세심하게 준비해야 하는 중요한 방문은 여름 이후에 가능할 것이라고 보는 것이 현실적이다.
-11월 있을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자칫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중심으로 하는 동맹의 신의, 안보 전략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이 일각에서 나온다. 한국과 프랑스가 동일한 가치를 공유하고 있는 상황 속 현 미(美) 대선을 어떻게 바라보고 대응해야 한다고 보나.
▶미국 유권자들이 결정하기 전에 우리가 갖게 될 반응이나 취해야 할 조치에 대해 언급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질문이 '도널드 트럼프(전 대통령)가 오는 11월 대통령으로 당선될 가능성에 관한 것'이라는 점을 이해한다. 미국과의 안보 동맹, 즉 한국의 경우 양자 간, 프랑스의 경우 나토 내 안보 동맹은 양국 모두에게 매우 중요하다.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미국과의 협력은 많은 분야에서 여전히 필수적일 것이다. 질문에서 언급된 '자유와 민주주의의 규칙과 가치에 기초한 국제 질서를 수호'하기 위해 언제나 그래왔듯이 우리는 계속해서 미국과 협력할 것이다. 어떠한 경우에도 프랑스는 지금처럼 평화와 국제 안보 문제에 적극적일 것이며, 오늘처럼 양자 또는 유엔 안보리 같은 다자적 틀에서, 공동 이해를 위해 한국과의 협력을 강화할 의지가 있다.
-프랑스 외교부에서 전략안보군축 국장으로 임했고 주유엔대표부 실무총괄직도 지내는 등 다자외교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같은 유럽권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2년이 넘어가고 있는 데 대한 견해를 묻고 싶다.
▶프랑스는 러시아가 민간인을 표적으로 삼는 것을 주저하지 않고, 국제법을 명백히 고의적으로 위반하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을 매우 강력히 규탄한다. 프랑스는 파트너국과 긴밀히 협력해 우크라이나가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필요한 지원을 계속 제공할 것이다. 또 러시아가 저지른 범죄에 대한 처벌을 받지 않은 것에 맞서 싸우기 위해 우크라이나 법원과 국제형사재판소(ICC)에 대한 지원을 계속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프랑스는 러시아의 공격으로 인해 발생한 식량 불안에 가장 취약한 국가에 대한 식량 지원도 계속할 것이다.
-한국에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한 '북한과 러시아 간 밀착'에 있어서도 우려가 높다.
▶러시아는 '침략 전쟁'을 위해 외부 지원을 모색하고, 이에 따른 북한과의 군사 협력을 강화해 왔으며, 이는 유럽과 동북아의 평화와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 프랑스는 북한에서 러시아로의 무기 및 군수품 이전을 규탄하며, 이는 관련 안보리 결의를 직접적으로 위반하는 행위다. 프랑스는 북한과 러시아가 안보리 결의를 준수하고, 관련된 모든 (위반) 활동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 프랑스는 (러시아로부터) 북한의 핵이나 탄도미사일 프로그램과 관련된 기술 이전 가능성에 대해서도 깊이 우려하고 있다.
프랑스는 이런 점에서 러시아와 북한을 대상으로 한 제재 체제의 이행을 강화하기 위한 공동의 노력을 강화할 필요성을 강조하고 싶다. 프랑스는 동북아시아에 군사 자산을 배치하고 해상 감시 작전에 참여하고 있다.
아울러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1718위원회) 전문가 패널 임기가 러시아 때문에 지난 4월 30일 종료됐는데, 러시아의 전문가 패널 임기 연장에 대한 거부권은 그 자체로 (자신들의) 잘못을 시인하는 것이다. 프랑스와 한국을 포함한 50개국은 지난 5월 1일 대북제재 적용에 대해 객관적이고 독립적인 분석을 지속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들은 제재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우리는 그간 북한의 핵확산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이룬 업적들을, 러시아가 일방적으로 없애지 못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해법이 보이지 않는 듯한 '이스라엘과 하마스(팔레스타인 무장정파)' 전쟁은 어떻게 풀어야 할까.
▶중동 분쟁과 관련해 프랑스는 가자 지역의 인도주의적 위기를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지속적인 휴전을 확립하고, 민간인을 보호하며, 인도주의적 지원의 대규모 유입을 보장하는 것이 시급하다. 인질 석방도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특히 지역 내 갈등이 확대될 위험을 제한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이와 관련해 프랑스는 4월 13일 토요일 밤부터 4월 14일 일요일까지 이란 이슬람 공화국이 이스라엘을 향해 감행한 공격을 강력히 규탄한다. 이슬람 공화국은 무책임한 공격을 감행함으로써 누구에게도 이득이 되지 않을 큰 혼란을 야기하려고 한다. 유엔에서 프랑스는 '두 국가 해결책(두 국가 해법)'을 위해 계속해서 노력하고 있다. 중동 분쟁에 대한 논의는 충돌을 종식시키기 위한 과도기적 해결책을 모색하는 동시에 정치적 지평에 실체를 부여할 수 있어야 한다.
-일련의 사태(러-우, 이-하 전쟁 등)에 있어 이렇다 할 진전이 보이지 않는 상황으로 '안보리 무용론'이 확산하고 있는데.
▶안보리는 결코 쓸모없지 않으며, 이러한 문제를 다루는 데 여전히 중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올해 3월 라마단 기간 동안 가자지구에서 휴전을 하게 했고, 모든 인질의 무조건 석방을 요구하는 결의안 2728을 채택했다. 이 결의안은 우리가 수개월간 요청해 온 휴전에 대한 응답이다. 이에 대한 적용은 당사자 책임이다.
안보리 의사결정이 방해를 받는 것은 유엔 이사회 책임이 아니라, 자신의 의무를 다하지 못하는 일부 이사국들, 그리고 거부권을 남용하는 일부 이사국들의 책임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프랑스는 이같은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멕시코와 함께 '거부권 사용을 규제하는 이니셔티브'를 지지하고 있다. 이 이니셔티브는 대량 잔혹 행위 상황이 확인될 때 상임이사국이 거부권을 사용하지 않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한국도 이 이니셔티브를 지지한다.
-파리올림픽(7월 26일)·패럴림픽(8월 28일)의 '파격적 개막식'이 기대감과 동시에 치안에 대한 우려 또한 낳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얼마나 준비가 돼 있나.
▶올림픽 개막식은 센강을 따라 열릴 예정이고 패럴림픽 개막식은 세계에서 가장 명망 높은 거리인 샹젤리제와 콩코르드 광장에서 열린다. 두 번의 개막식 및 두 번의 폐막식은 '경기장 밖'에서는 처음이기 때문에 획기적인 일이 될 것이다.
안전은 핵심 이슈다. 올림픽과 패럴림픽 현장에는 매일 평균 3만 명의 경찰과 군인이 배치될 예정이다. 2만5000명의 추가 민간 보안요원을 채용하고, 안전 문제와 관련된 직업 교육 및 훈련을 개발하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프랑스는 우호국 군인과 경찰의 지원 또한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전례 없는 규모의 준비라 할 수 있다. 7월 26일부터 8월 11일까지 열리는 올림픽, 8월 28일부터 9월 8일까지 열리는 패럴림픽에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 양국이 가능하다면 금메달을 포함한 많은 메달을 따길 바란다.
-'프랑스 청년들이 한국 문화에 매료됐다'고 표현한 적이 있다. 그렇게 말할 수 있었던 사례가 있다면 궁금하다. 또 특별히 눈여겨본 'K-문화'가 있다면.
▶프랑스 및 한국 사람들 사이에 많은 유사점이 있는 것 같다. 매일 조금씩 더 커지는 서로에 대한 호기심이 보인다. 프랑스 젊은이들이 한국과, 한국 음악, K-드라마와 문화를 사랑하기 때문에 인적 교류를 늘리는 것도 가치 있는 일이 될 것이다. 현재 막내딸과 한국에서 지내고 있는데, 딸을 통해서 한국이 프랑스 젊은이들에게 얼마나 매력적으로 다가오는지 확실히 알게 됐다. 개인적으로는 K-컬처의 모든 형태, 특히 식문화를 탐구하고 있으며 '웹툰'에도 특별히 관심이 있다. 웹툰은 프랑스에서 아직 많이 보편화되어 있지 않은 미디어인데, 프랑스에는 그림 또는 디지털 분야의 재능을 가진 이들이 많기 때문에 공동창작 및 공동제작의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주한 프랑스 대사로 있는 동안의 목표가 있다면.
▶프랑스와 한국 간 관계는 매우 밝으며, 힘차게 발전하는 중이다. 내 목표는 정치, 안보, 경제, 문화, 교육 등 모든 분야에서 이러한 역학에 힘을 보태는 것이다. 그런데 프랑스의 이미지가 (한국인들에게) 고정되어 있고 낡은 이미지에 머물러 있다는 생각이 든다. 프랑스는 정치·군사·문화적 강국이라는 점을 한국인들에게 내세우고 싶다.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프랑스는 과학, 산업 강국이고 모빌리티의 탈탄소화, 인공지능(AI), 바이오테크, 양자계산, 사이버안보, 우주 등과 같은 모든 혁신 산업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프랑스는 5년 연속으로 유럽에서 첫 번째 직접 투자 유치국(FDI)이며, 이를 통해 프랑스의 매력과 장점이 인정받았다고 볼 수 있다.
프랑스와 한국은 이에 따라 막대한 협력 및 상호투자 잠재력이 있다. 잠재력을 실현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힘껏 노력할 생각이다. 문화창조산업 분야에서도 공유할 부분이 많은데, 앞서 언급했듯이 특히 젊은층이 즐기는 미디어(영화나 드라마의 각색, 웹툰, 비디오 게임, e-스포츠)가 있다.
프랑스는 놀라움을 선사할 수 있고 한국과 마찬가지로 재능을 가진 이가 많다. 그러므로 우리는 '상상계'에서 서로 만날 수밖에 없다. 한국에서 프랑스의 이미지를 쇄신하고 강화해, 21세기의 도전인 안보, 경제, 기후 또는 보건에 함께 대처할 수 있는 새로운 협력을 구축하는 것이 2026년 프랑스-한국 수교 140주년을 맞이하는 미래를 향한 내 로드맵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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