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이스라엘 방산 수출 중단 안 해"…여야 지지율 격차 갈수록↑[통신One]

외무장관 "무기 판매 보류, 미국 따르지 않을 것"
라파 침공 발생 시 ‘선 넘는 행동 예시’ 질문엔 답변 꺼려

14일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외무부 장관이 인터뷰에 답하고 있다. 2024.02.14/ ⓒ 로이터=뉴스1 ⓒ News1 권진영 기자

(런던=뉴스1) 조아현 통신원 = 영국 정부가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최남단 도시인 라파의 대규모 침공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하면서도 미국처럼 무기 공급을 중단하는 방안은 따르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유권자들의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외교부 장관은 미국의 경우 이스라엘의 주요 무기 공급처고 영국은 방위산업 수출 규모가 극히 일부분이기 때문에 상황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집권 여당인 보수당과 노동당 간의 지지율 격차는 갈수록 더 벌어지고 있다.

9일(현지시간) 일간 가디언과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캐머런 장관은 이날 취임 6개월을 맞이해 외교 정책 비전을 설명하는 기자회견에서 "영국은 이스라엘에 무기를 대량 공급하는 주요 국가가 아니기 때문에 무기 판매를 보류하는 방안은 미국을 따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캐머런 장관은 영국의 방위산업 수출로 이스라엘이 지원받는 무기나 군사장비는 전체 규모의 1% 미만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영국 정부가 민간인을 보호하는 계획을 제시하지 않는 한 영국은 이스라엘의 라파 공격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캐머런 장관은 "이스라엘이 사람들을 보호하고 생명을 구하는 방법 등에 대한 명확한 계획이 없다면 라파의 주요 작전을 지지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며 "그런 계획을 우리는 아직 보지 못했기 때문에 현재 상황에서는 라파 주요 작전을 지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이 라파 공격에서 허용 한계선(red line)을 넘은 것으로 보려면 어떤 것들이 발생해야 하는지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설명하기 꺼려했다고 일간 가디언은 전했다.

현재 집권 여당은 물론 거대 야당인 노동당도 가자 전쟁을 막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보이지 않는 모습에 유권자들의 지지율도 점차 식어가고 있다.

지난 지방 선거에서 노동당은 가자 전쟁에 대한 즉각적인 휴전에 목소리를 내지 않고 이스라엘을 옹호하는 태도에 실망한 무슬림 유권자들이 대거 이탈했다.

무슬림 유권자가 5분의 1 이상인 선거구에서는 노동당 지지 투표율이 18%나 급감했다.

이런 가운데 집권 여당의 지지율과 거대 야당 간의 지지율 차이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이날 일간 더타임스의 의뢰로 여론조사업체 유고브가 실시한 총선 정당 지지율 조사 결과가 발표됐는데 보수당은 18%, 노동당은 48%를 기록했다.

보수당은 지난 2주 연속 최저 지지율을 보인 반면 노동당 지지율 4%p 상승하면서 정당 간 지지도 격차는 30%p라는 기록적인 수치를 나타냈다.

이는 수낵 총리의 전임자인 리즈 트러스 전 총리가 감세를 중점에 둔 미니 예산을 발표한 뒤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지면서 보수장 지지도가 폭락한 지난 2022년 10월 이후 가장 큰 격차다.

한편 리시 수낵 총리는 이날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의 17개 주요 대학 부총장들과 유대인 학생, 지역사회 단체 관계자들을 만나 유대인 학생들을 보호할 것을 촉구했다.

미국 컬럼비아 대학에서 시작된 가자 전쟁 반대 시위가 영국에서도 점차 확대되는 가운데 일부가 반유대주의나 괴롭힘 행위가 발생할 것을 우려해서다.

tigeraugen.ch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