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노동당, 가자전쟁 미온적 태도에 표심 이탈…"신뢰 회복 노력"[통신One]

사디크 칸 "가자 전쟁 반대 유권자 경청, 응답, 소통해야"
무슬림 비중 20% 이상 선거구 노동당 득표 18% 하락

3일(현지시간) 영국 블랙풀에서 노동당 당수 키어 스타머가 보궐선거 승리를 축하하며 활짝 웃고 있다. 2024.05.03/ ⓒ 로이터=뉴스1 ⓒ News1 권진영 기자

(런던=뉴스1) 조아현 통신원 = 영국 거대 야당인 노동당 안에서 가자지구 전쟁에 대한 미온적 태도가 총선을 앞둔 유권자들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노동당 안에서는 이스라엘이 추진하고 있는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 공격을 막기 위해 당이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전쟁을 원치 않는 유권자들의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는 여론도 커지고 있다.

특히 이번 지방선거에서 런던 시장직 3선을 일궈낸 사디크 칸도 이스라엘의 라파 공격은 '대재앙(catastrophe on steroids)이 될 것'이라면서 경고했다.

지난해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 이후 이스라엘의 지나친 무력 대응으로 민간인 인명 피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데도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는 휴전에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급기야 L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공급받는 물과 전력을 차단할 권리가 있다는 발언으로 거센 비판을 받았다.

이후에 스타머 대표는 자신의 입장이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사회 정의를 신념으로 하는 정치인으로서 당 전체를 납득시키기 어려운 상황을 만들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유럽 주요 국가로서 중동 위기와 전쟁 확산을 막아야 하는 책임을 소홀히 하고 관망하는 듯한 태도는 무슬림 공동체에도 커다란 충격과 실망을 안겼다.

당시 노동당 의원 일부가 가자 전쟁에 대한 당의 입장에 반발해 연달아 사퇴하기 시작할 무렵 노동당의 일부 고위 지도부에서 '벼룩을 떨쳐내고 있다'는 발언까지 나와 내부 분열이 점차 커졌다.

하지만 문제는 노동당 선거구에서 무슬림 투표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칸 런던 시장은 최근 일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유권자들의 신뢰를 되찾기 위해 무엇이 중요한가'에 대한 질문에 "특정한 한 사람에 관한 것이 아니라 가자지구에서 벌어지는 일에 반대하는 우리의 가치에 충실하고, 귀담아듣고, 응답하고, 국민들과 소통하는 정당에 관한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당 예비내각 재무부 장관인 레이첼 리브스도 최근 런던에서 열린 한 행사에 참석한 뒤 "무슬림 공동체 사람들을 포함해 많은 유권자들이 가자 전쟁에 대한 우려 때문에 노동당에 투표하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안다"며 "앞으로 몇 주, 몇 달 동안 그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노동당은 지난 2일 실시된 지방선거에서 옥스퍼드 지방의회를 탈환하는 데 실패했고 올드햄 의회도 마찬가지였다. 블랙번, 다웬, 브래드포드 선거구에서도 지지를 잃었다.

분석 결과 무슬림 비중이 5분의 1 이상인 지역의 선거구에서 노동당 득표율이 약 18%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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