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승기념일' 맞은 러시아…푸틴, 우크라戰 지지 확대 꾀할 듯
푸틴, 젤렌스키 나치에 빗대어 우크라 침공 정당화
접경지 제외 28개 도시에서 군사 퍼레이드…군사력 과시
- 권진영 기자
(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 러시아가 9일(현지시간) 제2차 세계대전 전승 기념일을 맞았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2년을 훌쩍 넘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기념식 연설에서 국민에게 재차 결속을 촉구해 전쟁에 대한 지지 확대를 도모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의 전승 기념일이란?
전승 기념일은 구소련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나치 독일에 승리한 것을 축하하는 날로, 가장 중요한 축일 중 하나다.
각 지방에서는 기념식과 군사 퍼레이드가 열리는데, 올해는 전국 28개 도시에서 진행된다. 쿠르스크주(州)와 브랸스크주, 러시아가 일방적으로 합병한 크름 등 지역에서는 안전상 이유로 퍼레이드가 중단됐다.
수도 모스크바에서는 크렘린궁과 더불어 러시아의 상징으로 불리는 '붉은 광장'에서 기념식이 열린다.
다섯 번째 임기를 막 시작한 푸틴 대통령의 연설도 예정돼 있는데, 우크라이나 침공이 3년 차에 접어든 점을 고려해 나치 독일에 승리한 제2차 세계대전을 상기시켜 애국심을 호소할 것으로 보인다.
제2차 세계대전은 러시아에서 '대조국전쟁'이라고도 불리는데, 2600만 명이 넘는 구소련군 병사와 시민들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설 후에는 열병식이 이어진다.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은 70개가 넘는 병기와 9000명 이상의 병사가 참가할 것이라고 했다.
◇푸틴의 전승 기념일 활용법
행사에는 앞서 푸틴 대통령이 '유라시아 경제동맹' 회의에 초대했던 구소련의 각국 정상도 초대됐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미국을 비롯한 서방과의 대립이 심화하고 있는 가운데 우호국과의 연계를 강조하겠다는 속셈이다.
한때 전승 기념일은 승전·패전국이 한데 모여 희생자를 기리고 화해하는 장으로 활용되기도 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국위 선양의 장으로 이용되고 있다.
푸틴 정권은 최근 전승 기념일이면 퍼레이드에서 최신 미사일 및 전차를 선보이며 국내외에 군사력을 자랑하고 있다.
특히 2012년부터는 이날에 맞춰 각지에서 참전 병사들의 유영을 걸고 시민들이 행진하는 '불멸의 연대'를 개최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도 몸소 시민들과 참가하는 등 애국심을 고양해 국민의 결속을 다지는 이벤트다.
그는 우크라이나 침공할 때부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나치에 빗대어 러시아를 지키기 위해 네오나치와 싸우고 있다는 식으로 군사 침공을 정당화해 왔다.
지난해 전승 기념일 연설에서는 "우리 조국에 대해 다시 '진짜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며 서방과 대립각을 세웠는데, 올해는 지난 4일부터 군사 장비 전시를 시작하며 벌써부터 세를 과시하고 있다. 전쟁에서 부진했던 지난해와는 달리, 도네츠크 등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을 계속해서 뚫고 있는 올해는 보다 자신감을 어필하려는 모양새다.
◇함께 축하할 수 없는 구소련, 우크라이나
우크라이나는 전쟁 전까지만 해도 러시아와 같은 9일을 전승 기념일로 지정하고 기념했지만, 지난해부터는 하루 앞당겨 8일로 변경했다.
이는 유럽 각국과 발을 맞춘 것으로, 8일로 기념일을 변경하는 법 개정까지 추진해 러시아와의 결별을 공고히 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러시아는 이날에 맞춰 미사일 55발과 무인기 21발로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기반시설을 공격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제2차 세계대전의 나치즘에 대한 추모와 승리를 기념하며 나치 푸틴이 우크라이나에 대규모 미사일 공격을 감행했다"며 "전 세계는 누가 누구인지 알아야 한다. 세계는 새로운 나치즘에 기회를 줘서는 안 된다"고 촉구했다.
realkw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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