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대학가 휩쓴 친팔 시위 물결…무력 충돌·유대인 학생 공격까지
벨기에서 유대인 학생 회장 피습…"교내에 증오와 반유대주의 뿐"
트리니티 칼리지 더블린, 시위대와 합의 도달…"이스라엘 기업 투자 매각"
- 정지윤 기자
(서울=뉴스1) 정지윤 기자 = 미국에 이어 친팔레스타인 시위가 확산된 유럽 대학가에서도 경찰과 학생이 충돌하는 사태가 빚어지며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대학에서는 8일(현지시간) 경찰과 시위대 간 충돌이 계속 이어졌다. 책상과 벽돌, 나무판자 등으로 만든 방호벽 위에 서 있던 시위대는 소화기로 진압 경찰을 밀어냈다. 경찰은 시위대의 머리를 곤봉으로 내리치고 방호벽을 무너뜨렸다. 학생들은 "부끄러운 줄 알아라!"라고 외치며 경찰에 끌려 나갔다.
암스테르담대 시위대는 대학 측에 이스라엘 관련 사업을 공개하고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끊을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학 측은 이스라엘 연구진이나 기업이 참여하는 8개 협력프로젝트를 공개했다. 이중 폭발물 관련 연구와 관련해 "군사적 폭력을 행사하는 것이 아닌 공격을 방지하는 것"이라며 "이스라엘의 군사적 행동에 기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대학 집행위원회는 이날 시위대 대표단과 두차례 회의를 진행했지만 합의점에 도달하지 못했다. 경찰은 안전상의 이유로 방호벽을 철거했으며, 시위대가 점거한 건물을 정리했다.
암스테르담에서 남동쪽으로 약 45㎞ 떨어진 지점에 있는 위트레흐트 대학에서도 약 200명의 시위대가 몰려들었다. 경찰은 이들을 무력으로 진압하지는 않았지만 시위대 근처에서 예의주시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밤 11시 39분쯤 안톤 피퍼스 위트레흐트 대학교 이사회 의장은 확성기를 들고 나와 해산할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벨기에 브뤼셀 자유대학교에서는 일부 유대인 학생들이 친팔레스타인 시위대로부터 공격을 받기도 했다. 가드 데사예스 벨기에 유대인학생 연합 회장은 한 시위 참가자가 자신이 매고 있던 이스라엘 국기를 빼앗으려 목을 졸랐다고 설명했다.
데사예스는 "우리는 현재 상황이 끝나고 유대인 학생들이 평온하게 캠퍼스에 들어갈 수 있도록 요구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팔레스타인을 위해 사람들이 모이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현재 보이는 건 캠퍼스 내 증오 선동과 반유대주의 슬로건뿐"이라고 덧붙였다. 대학 측은 교내에서 폭력 시위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 학생들을 고소하겠다고 밝혔다.
아일랜드의 트리니티 칼리지 더블린에서는 다른 대학들과 달리 협상에 도달해 시위대가 철수했다. 학교 측은 "학생들과 관리자들이 합의를 이룬 후 캠퍼스 내 야영과 봉쇄가 평화적으로 끝날 것"이라고 발표했다.
트리니티 칼리지는 "서안지구 내 이스라엘 정착촌과 연계되고 유 블랙리스트에 올라와 있는 이스라엘 기업에 대한 투자를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다른 이스라엘 기업에 대한 투자를 철회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공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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