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취임 D-1 '전술핵 훈련' 명령…우크라 지원 경고하며 핵무기 과시
서방 우크라 지원 견제하며 강력 경고 메시지
나토 내 분열 유도…프랑스 또 독자노선 선택
- 박재하 기자, 조소영 기자
(서울=뉴스1) 박재하 조소영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5기 집권 하루 전 전술핵무기 훈련을 명령하며 또다시 서방에 핵공격 위협을 가했다.
이와 관련해 푸틴 대통령이 핵무기 카드로 서방의 우크라이나 지원 강화를 견제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내 분열을 유도하려는 의도라는 속셈이 깔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조만간 전술핵무기 사용을 포함한 군사 훈련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특히 러시아 국방부는 "러시아 연방을 상대로 한 특정 서방 관리들의 도발적 성명과 위협에 맞서 영토 보전과 주권을 보장하기 위해" 푸틴 대통령이 이 같은 훈련을 명령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의 이번 발표는 최근 들어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을 강화하는 서방을 향한 일종의 경고 메시지로 풀이된다.
러시아는 지난해 우크라이나의 반격이 사실상 실패한 이후 전장에서 주도권을 장악하며 우크라이나를 조금씩 밀어내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러시아군도 막대한 손실을 보았고 우크라이나군의 혈투에 고전하며 진격에 속도를 내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이 지난달 드디어 사거리 300㎞의 에이태큼스(ATACMS) 미사일 등을 포함한 610억 달러(약 84조 원) 규모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을 통과시키면서 전황 분위기가 묘해진 상황이다.
아울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또다시 우크라이나 파병론을 주장하고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외무부 장관은 우크라이나가 영국 무기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할 수 있다고 발언하며 러시아의 심기를 건드리고 있다.
실제로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번 전술핵무기 훈련 발표가 마크롱 대통령과 캐머런 장관의 주장과 관련이 있다고 발표하는 등, 대놓고 서방을 경고했다.
파벨 포드빅 유엔 군축연구소 핵 안보 전문가는 NYT에 러시아가 이전에도 전술핵무기 사용을 훈련했지만 이를 공개한 적은 없었다며 이번 발표는 서방을 향한 강력한 메시지라고 설명했다.
러시아가 전술핵무기 훈련으로 나토 내 분열을 유도하려고 의도도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NYT는 마크롱 대통령이 지난 2월 처음 우크라이나 파병론을 꺼내 들었을 당시에도 확전을 우려한 나토 회원국의 반발을 샀다며 러시아가 이를 이용하려 한다고 전했다.
이러한 분열은 푸틴 대통령의 취임식 참석 명단에서도 드러났다.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미국과 영국, 독일 등 대부분 유럽연합(EU) 회원국은 러시아의 취임식 초청을 거절했지만 헝가리와 슬로바키아 등 친러시아 국가들은 참석한다.
무엇보다 우크라이나 파병론으로 논란을 빚은 프랑스는 이번에도 독자적인 외교 노선을 고집하며 푸틴 대통령 취임식에 모스크바 주재 대사를 보내기로 하며 동맹국과 이견을 보였다.
한편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전술핵무기를 실제로 사용할 가능성은 작다고 봤다.
전술핵무기는 수백kt~Mt(메가톤)급 위력의 전략핵무기보다 상대적으로 파괴력이 작으며 국지적인 전투에서의 승리를 달성하기 위해 사용된다.
하지만 전술핵무기의 최대 효과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적군이 몰려있는 지역에서 사용돼야 하므로 전장 곳곳에 분산돼 있는 우크라이나군을 공격하기에는 군사적 효용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이에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2022년 보고서에서 러시아가 전술핵무기를 사용하는 것은 "제한된 이득을 위한 엄청난 도박"이라며 현실적이지 않다고 평가했다.
jaeha67@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