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차르' 푸틴 오늘 5번째 임기 시작…철권통치·반서방 연대 강화
87.28%로 당선…2036년까지 종신집권 가능성도
국내외 불안 잠재우려 내부 결속 강화에 서방 견제
- 박재하 기자
(서울=뉴스1) 박재하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취임식을 통해 공식적으로 다섯 번째 임기를 시작한다.
2000년 취임 이후 이미 20년 넘게 집권한 푸틴 대통령은 종신집권까지 바라보며 '현대판 차르(황제)' 대관식을 준비하고 있다.
그동안 권위주의 체제를 확립한 푸틴 대통령은 이번 임기 동안 우크라이나 침공과 모스크바 테러 등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내부 결집을 도모하고 철권통치를 강화하며 동시에 반서방 연대 결속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과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취임 선서해 집권 5기를 시작할 예정이다.
지난 3월 15~17일 치러진 대선에서 87.28%의 득표율로 승리한 푸틴 대통령의 임기는 2030년까지 6년간이다.
푸틴 대통령은 1999년 12월 31일 보리스 옐친 전 대통령 퇴임 후 총리로서 대통령 권한 대행을 수행하다 2000년 취임한 이래 현재까지 장기집권하고 있다.
특히 그는 2030년 대선에도 출마할 수 있어 6선에 성공하면 84세가 되는 해인 2036년까지 정권을 연장해 종신집권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만약 당선되면 푸틴 대통령은 옛 소련을 30년간 독재한 이오시프 스탈린을 능가하는 러시아의 최장기 권력자가 될 전망이다.
푸틴 대통령은 소련 비밀경찰인 국가보안위원회(KGB) 출신답게 집권 후 정적을 무자비하게 숙청하며 권력을 장악해 나갔다. 또 그는 올리가르히(신흥재벌)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정부 요직에 비밀경찰 출신 측근들로 채웠다.
또 그는 소련 붕괴 이후 혼란에 빠진 러시아 경제를 수습하는 동시에 선전물을 통해 민심을 사로잡으면서 국민적 지지를 확보했다.
이에 힘입어 푸틴 대통령은 독재 체제를 굳히면서 옛 소련과 러시아 제국과 같은 강력한 국가를 다시 꿈꾸며 집권 초기에는 우호적인 관계였던 서방과 척지기도 했다.
2022년부터 이어지는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으로 팽창주의적 야심을 대놓고 드러낸 푸틴 대통령은 이번 임기 동안 러시아 안팎의 혼란을 잠재우기 위해 내부 결속을 다질 것으로 보인다.
전쟁 장기화로 러시아군 전사자가 많아지고 우크라이나군의 드론이 본토 깊숙한 곳을 타격하는 상황에서 푸틴 대통령은 동요를 잠재우고 전쟁을 지지하는 여론을 만들어내기 위해 애국주의 교육과 선전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애국주의' 교육의 일환으로 오는 9월부터 학생들은 "조국 안보와 보호의 기초"라는 의무 군사 교육을 통해 사격과 수류탄 사용법, 드론 조종 등을 배울 예정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이에 더해 최근 모스크바 인근 크로커스 시티홀 공연장에서 145명이 숨진 테러 사건과 푸틴 대통령의 최대 정적인 알렉세이 나발니의 사망으로 커진 내부 불안을 잡기 위한 반정부 세력 색출, 언론과 인터넷 통제 등 조처도 이어질 전망이다.
무엇보다 '전통적 가치'를 중시하는 푸틴 대통령은 성소수자 탄압과 가부장적 대가족 형성에 힘쓰는 "초보수적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WP는 짚었다.
아울러 푸틴 대통령은 대외적으로 미국과 유럽을 '숙적'으로 규정하며 중국은 물론 북한과도 밀착해 반서방 연대를 공고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푸틴 대통령은 취임 이후 첫 해외 방문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과 정상회담할 예정이며, 올해 안에 북한도 방문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외에도 푸틴 대통령은 서방의 우크라이나 지원과 관련해 직접 전술핵무기 사용 연습을 포함한 군사 훈련을 지시하는 등, 서방에 대한 위협 수위를 계속 높이고 있다.
WP는 푸틴 대통령의 5번째 임기는 "25년간의 권력 장악을 기념할 뿐만 아니라 전체주의 독재를 민주주의의 정당한 대안으로 존중할 것을 요구하고 국제질서를 거꾸로 뒤집으며 러시아만의 규칙을 만들어내는 '혁명적 권력'으로의 변화를 뜻한다"라고 지적했다.
jaeha6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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