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불안·우울증 환자 2배 넘게 늘자 장애 수당 기준 강화[통신One]
노동연금부 장관 "복지 체계 현대화하는 최대규모 개혁 추진"
장애인 단체 "장애인에 대한 공격...근본 문제 해결 못 해"
(런던=뉴스1) 조아현 통신원 = 영국 정부가 장애인을 위한 지원금 자격 기준을 강화하면서 약 300만명에 달하는 장애인들이 매달 지급받던 수당을 받지 못할 위기에 처하자 논란이 일고 있다.
한정된 예산에 비해 불안 장애나 우울증 등 정신건강 이상으로 수당을 청구하는 사람들의 규모가 크게 늘어 이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라고 영국 정부는 주장한다.
29일(현지시간) BBC 방송과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멜 스트라이드 영국 노동연금부(DWP) 장관은 장애인 수당 지급 방식을 개편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스트라이드 장관은 "복지 시스템을 현대화하면서 가장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보호하는 동시에 수천 명이 일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최대 규모의 복지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계획은 리시 수낵 총리가 영국의 '병가 문화' 남용 문제를 해결하겠다면서 지역보건의(GP)의 병가 제출용 진단서 서명 권한을 박탈하겠다고 발표한 지 약 열흘이 지나고 나온 것이다.
정부의 이번 계획은 12주에 걸친 협의 기간을 거쳐 개인자립수당(PIP) 자격 기준을 변경하는 내용을 포함한다.
장애인 보조 기구를 포함한 장비 필요성이 추가 지원금을 지급하는 지표 항목에 포함할 것인지 여부를 심사한다.
수당에 장기 질환이나 장애가 있는 사람들에 대한 평가가 필요한지 여부도 고려할 방침이다.
2016년부터 공황장애가 심해지면서 부동산 매니저 일을 그만둔 폴 해리스는 자신이 받는 개인자립수당이 '마지막 지푸라기'라고 말한다.
해리스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정신건강 문제가 있는 사람들을 위한 장기적인 지원이 지금도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자리 센터에서 지원받았지만 정신 건강이 구직 신청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구직자 수당도 신청할 수 없었다.
그는 "수당을 받는다고 해서 문제가 건강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며 "기적의 치료제도 아니고 그렇다고 휴가를 떠날 수 있을 정도로 살 수 있는 것도 아니다"고 덧붙였다.
장애인 지원단체 스코프(Scope)는 이번 정부 계획안을 '장애인에 대한 난폭한 공격(reckless assault on disabled people)'으로 규정했다.
제임스 테일러 스코프 전략 담당 이사는 "이 계획이 장애인이 직면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봤다. 또한 "이번 협의가 어떤 영향을 미치든 간에 수당 삭감 목적 이외의 다른 것 때문이라는 믿음을 갖기 어렵다"고 했다.
개인자립수당(PIP)은 장기적인 장애나 건강 악화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 2013년에 처음 도입됐다. 또한 직업 유무와 관계없이 수당을 신청할 수 있다.
현행 제도에서 개인자립수당은 식비와 세탁비, 교통비, 보험료 인상 등에 사용할 수 있다.
영국 정부는 2027~2028년이 되면 관련 지출 비용이 2023~2024보다 약 52% 증가한 328억 파운드(약 56조67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불안장애와 우울증 등 정신건강 악화를 이유로 개인자립수당을 신청한 잉글랜드와 웨일스의 신규 신청자 수는 지난 2019년 기준 월평균 2200명에서 올해 3월에는 월평균 5300명으로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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