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LGBT 군인 기념관 설립 추진…2025년 완공 예정[통신One]
성소수자 군인 역사적 처우 개선 목적
英 보훈장관 "성 소수자 참전용사 자랑스러워"
(런던=뉴스1) 조아현 통신원 = 영국에서 최초로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LGBT) 군인을 위한 기념관이 잉글랜드 중부에 있는 스태퍼드셔의 국립 추모수목원에 설립된다.
정부는 성 소수자라는 이유로 군에서 해고되거나 강제로 퇴역한 군인들의 역사적 처우 개선을 위해 이번 프로젝트에 35만 파운드(약 6억원)를 투입했다.
지난 2000년까지 영국 군대에서 동성애는 불법이었다.
25일(현지시간) BBC 방송과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LGBT 군인들을 지원하는 자선단체인 '자부심과 싸우는 사람들(Fighting with Pride)'은 스태퍼드셔 약 60만7000제곱미터 부지에 기념관을 건립하는 방안에 대해 지역 사회와 협의할 예정이다.
1978년 캐롤 모건은 체력 훈련 교관이 되는 것을 목표로 22년간 군대에서 복무했다.
하지만 다른 여군과 사랑에 빠졌다는 이유로 모건은 정신감정을 포함해 나흘 동안 조사를 받아야 했다.
조사 과정에서 그는 자신의 성 정체성을 상사에게 밝혔고 곧바로 해고 통보를 받았다.
모건은 BBC와 인터뷰에서 "우리는 항상 쫓겨날 때 외부에 드러나서는 안되는 존재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추모식을 통해 인식이 바뀔 수 있길 바란다"며 "우리는 더 이상 더러운 비밀처럼 여겨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또한 국립추모수목원에 LGBT 기념관이 세워진 것은 다른 사람과 다르지 않음에도 오랫동안 다른 대우를 받았기 때문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모건은 군에서 복무하는 동안 해임당한 다른 레즈비언 군인들을 만난 적이 있다고 했다. 이 가운데 일부는 이미 세상을 떠났다.
모건은 "이번 기념관 건립은 그들이 남긴 유산의 일부"라며 "보상을 포함한 권고안이 신속하게 실행될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많은 LGBT 참전 용사들이 직업을 잃은 후에 심각한 부채, 열악한 주택 환경, 사회적 고립에 직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국방부와 보훈처는 1967년부터 2000년까지 군에서 재직한 LGBT 직원과 퇴역 군인들에 대한 처우 조사를 의뢰했다. 테렌스 에서턴 상원의원이 위원장을 맡아 관련 조사를 진행했고 지난해 12월 실태 보고서과 49개 권고안을 발표했다.
보고서 발표 이후 리시 수낵 총리는 의회에서 "영국의 끔찍한 실패 사례"라면서 피해자에 대한 사과와 보상을 약속했다.
조니 머서 영국 보훈장관은 "성 소수자 참전 용사들이 자랑스럽다"며 "에서턴 의원이 보고서에서 권고한 사항을 속도감 있게 이행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고 이번 기념관 건립을 통해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LGBT 군인 기념관은 오는 2025년 5월에 공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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